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블랙 벨트 존스 - 이소룡의 흑인버전 짐 켈리, 흑인 무도인의 전형이 되다

페니웨이™ 2009. 4.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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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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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의 헐리우드 진출작이자 유작이 되어 버린 [용쟁호투]는 B급 첩보액션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이소룡이라는 배우 덕분에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며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용쟁호투]에 사용된 여러 가지 요소들은 다른 무수한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재활용되고 있지요.

심지어 [용쟁호투]의 내러티브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007 시리즈 조차 이 작품이 개봉된 이후에 제작된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무술 시퀀스를 채택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었을 정도이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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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훗날 무수한 마셜아츠 무비에 영향을 미친 작품 [용쟁호투]



하지만 과연 [용쟁호투]에 이소룡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오늘 소개할 작품인 [블랙 벨트 존스]는 [용쟁호투]의 주역인 로버트 클루즈 감독과 흑인 액션배우 짐 켈리가 다시 한번 손잡고 만든 B급 액션물로서 이소룡이 빠진 공백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사실 [용쟁호투] 이후 이소룡의 이미지에 못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 윌리엄스 역으로 나온 짐 켈리의 독특한 스타일이었는데요, 비록 영화 중반에 퇴장을 하긴해도 그가 보여주었던 아프로 파마머리의 흑인 무도인이라는 이미지는 추후 각종 영화들과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계속 반복되어온 모습입니다.

ⓒ 2006 岡崎能士・GONZO/サムライプロジェクト All rights reserved.

동양무술을 하는 흑인의 이야기 [아프로 사무라이]. [용쟁호투]에서 짐 켈리가 구축한 흑인 무도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만능 스포츠맨이자 1972년 전미 가라테 챔피언 출신의 무술인이기도 한 짐 켈리는 데뷔작인 [용쟁호투]의 성공으로 촉발된 쿵푸열풍을 등에 업고 흑인판 브루스 리 컨셉으로한동안 미국 B급 액션영화의 단골배우로서 짭잘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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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 Black Belt Magazine and Active Interest Media.


질문자: [용쟁호투]에서 맡은 역할은 당신의 영화 경력에 어떤 인상을 남겼습니까?

켈리: 농담하슈? ([용쟁호투]의 촬영을 마치고) 홍콩에서 돌아왔을 때 난 워너 브라더스와 3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즉시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그게 [용쟁호투]에서 시작된 거란 말이죠. 난 지금 13편의 영화를 찍어왔고, 또 새로운 작품에 대한 섭외를 항상 받고 있어요. 내가 처음 타이틀 롤을 맡은 작품은 [블랙 벨트 존스][각주:1] 였는데, [용쟁호투]를 찍고나서 바로 촬영에 들어간 작품입니다.

- 1991년 11월 David W. Clary 와의 인터뷰 'What Ever Happened to Jim Kelly?' 중



자 그럼 우선 [블랙 벨트 존스]의 스토리를 소개하도록 하죠.

마피아 일당이 마을 근처에 시민회관이 생긴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건설부지를 모조리 매입하기 시작합니다. (어딜가나 이놈의 땅투기는 범죄자들이나 하는 짓이군요. ㅡㅡ;; ) 그런데 오직 한 건물만 매입을 하는데 실패하는데 바로 팝 버드라는 흑인이 운영하는 카라데 도장입니다. 악당들은 건물을 팔라는 압력을 가하기 위해 팝을 찾아갔다가 린치만 가한다는 것이 그만 팝을 죽이고 맙니다.

ⓒ Sequoin Films/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마침내 카라데 도장의 문하생들은 지역의 전설적인 무도영웅 블랙 벨트 존스(짐 켈리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팝의 늦둥이 딸인 시드니 역시 절대 매도 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존스와 손을 잡고 마피아에 대항한다는 무지무지 간단, 심플, 명료한 스토리가 되겠습니다.

[블랙 벨트 존스]는 1971년작 [샤프트]로 촉발된 블랙 익스플로테이션 무비[각주:2]의 전형적인 구성에다가 무술 고수의 무용담이라는 소재를 접목해 만든 B급 액션물로서 출연진의 대부분이 흑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짐 켈리는 사실상 이 작품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되었는데요, [용쟁호투]에서의 독창적인 캐릭터와는 달리 주특기인 카라데를 버리고 절권도를 구사하는 짝퉁 이소룡에 가까운 캐릭터로서 자신의 개성을 많이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특히나 흥미로운 점은 이소룡의 '아뵤~'하는 괴조음처럼 짐 켈리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괴조음을 내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게 또 사람 배꼽을 잡습니다. 짐 켈리의 괴조음은 'Wooooooeeeee~~'하고 길게 내빼는 음인데요, 이걸 말로 설명할려니 좀 어렵네요. 함 직접 들어보시죠. 은근히 중독됩니다. 우~이~





게다가 공격하는 방식이 좀 야비하다고 해야할지 비겁하다 해야할지.... 공격하는 부위가 대부분 낭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보통 남자가 낭심을 강타당하면 어떻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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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근데도 우리의 주인공 짐 켈리는 한 두 번도 아니고 수차례나 적들의 낭심타를 작렬시킵니다. ㅡㅡ;;

ⓒ Sequoin Films/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런 작품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어느정도는 설득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블랙 벨트 존스]의 경우는 너무 허술해서 보는내내 정말 다른 의미로 관객들을 웃깁니다. 하다못해 마피아의 아지트를 습격하는데 데리고 가는 정예요원(?)들이 누구인고 하니 해변에서 텀블링이나 뛰며 놀고 있는 백조들을 매수해 3,4일 트레이닝을 시켜 바로 끌고 간다는거... ㅡㅡ;;

ⓒ Sequoin Films/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해변에서 맨날 놀기만 하던 백조들을 단 몇일만에 특수요원으로 만드는게 가능이나 한거냐!


이런거 저런거 떠나서 [용쟁호투]를 살펴보면 영화속 미장센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꼭 필요한 부분에서의 슬로우 모션 처리라든지, 거울의 방 시퀀스 같은 부분들은 이소룡의 카리스마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호평할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장기를 감독인 로버트 클루즈가 전혀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지요. 이 부분은 정말 아쉽습니다.

영화가 제작된 연도를 감안한다해도 급작스럽게 애인모드로 급변한 주인공 남녀가 해변에서 '나잡아봐라~'를 87분짜리 영화에서 5분 넘게 할애하는 상황에서의 아스트랄함이란.. ㅡㅡ;;

ⓒ Sequoin Films/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용쟁호투]의 감독을 맡았던 로버트 클루즈는 이 작품 이후로 마치 쿵푸액션영화의 전문가처럼 불리게 되었지만 막상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신통치가 않거든요. 성룡의 헐리우드 진출작인 [배틀 크리크]나 [짐가타] 같은 B급 영화들을 보면 상당히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고, 심지어 [사망유희]의 괴작스런 완성도를 보면 감독의 역량이 어느정도였나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죠. (단, 율 브린너 주연의 [최후의 용사(The Ultimate Warrior)]는 약간 의외입니다)

결국 [용쟁호투]라는 희대의 걸작에 참여한 사람이 둘씩이나 참여했음에도 [블랙 벨트 존스]는 2004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사상 최악의 영화 50 (The 50 Worst Movies Ever Made)]에 선정되는 등 이소룡의 스타성에 편승해 만들어진 수많은 짝퉁 유사영화의 범주를 벗어나는데 실패하고 맙니다.

ⓒ Sequoin Films/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소룡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일까? 화면 뒤로 보이는 이소룡의 사진이 왠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나마 [블랙 벨트 존스]에서 유일하게 건질 수 있는 장면은 클라이막스의 액션씬인데요, 자동차 세차장에서 세재거품이 허리까지 찬 상황에서 싸우는 시퀀스는 다소 독창성은 있어 보입니다만 비장미랄까, 진지함이 결여된 상태에서 벌어지는 액션이라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더군요.

ⓒ Sequoin Films/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이 작품은 미국내에서도 제법 짭잘한 흥행을 거뒀나 봅니다. 관련 코믹스로도 출시되었고 일본에서도 [흑제 드래곤]이란 제목으로 개봉을 했으며 어쨌거나 자신의 두 번째 작품에서 주연을 꿰찬 짐 켈리는 이후에 [블랙 사무라이]라든지 [데스 디멘션] 같은 B급 액션영화에 다수 출연하게 되었으니까요. 심지어 [블랙 벨트 존스 2]로 알려진(그러나 전편과는 전혀 상관없는) [특수요원 루카스 (영제: The Tattoo Connection)]에서는 [용쟁호투]에서 볼로 역을 맡았던 양채(혹은 양사)와 맞붙기도 합니다.

ⓒ First Films/Pathfinde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뭐 어쨌거나 이제는 나이 60을 넘긴 노배우가 되었지만 얼마전에는 유튜브에 올라왔던 동영상 클립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인 [아프로 닌자]라는 비디오용 영화를 통해 정말 오랜만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흥미롭게도 크래딧에 언급되지는 않지만 [블랙 벨트 존스]에서 바텐더 역으로 등장했던 말라 깁스도 함께 출연하고 있습니다. 비록 B급 액션배우였지만 이소룡의 영향력 아래 나름대로 흑인 무도인의 모델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나름 의미있는 배우로서 계속 영화에 출연해 주었으면 바램이 있네요.

ⓒ Lightyear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오랜만에 짐 켈리가 모습을 드러낸 2009년 최신작 [아프로 닌자]





* [블랙 벨트 존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equoin Films/Warner Bros.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용쟁호투(ⓒ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인터뷰 기사(ⓒ 1991 Black Belt Magazine and Active Interest Media.), 특수요원 루카스(ⓒ First Films/Pathfinde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프로 사무라이(ⓒ 2006 岡崎能士・GONZO/サムライプロジェクト All rights reserved.), 아프로 닌자(ⓒ Lightyear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1. 흥미롭게도 이 인터뷰를 섭외한 곳이 '블랙 벨트 메거진'이었다 [본문으로]
  2. Black exploitation: 흑인 대중을 겨냥한 익스플로테이션 영화의 하위장르. 표면상으로는 흑인관객을 위한 것이지만 주로 빈민가, 마약 등의 전형적인 아프로 아메리칸의 문제를 다룬것이 특징이다. (대표작: 샤프트, 코피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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