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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열전(續篇列傳)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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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무명배우 실베스터 스텔론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형상화시킨 [록키]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록키]는 그의 연기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이로인해 헐리우드의 유망주로 거듭나게 되었지요. 그러나 아카데미와의 인연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10년의 시간이 흘러 1985년작 [귀향]에서부터 2002년 [드리븐]에 이르기까지 그는 최악의 작품들에게만 주어지는 골든 라즈베리에 해마다 빠지지 않고 노미네이트되는 저력(?)을 보여주게 됩니다.[각주:1]

지금도 실베스터 스텔론 하면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함께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근육질 액션배우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나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강한 정부'라는 슬로건에 발맞추어 개봉된 [람보] 시리즈의 영향은 액션배우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한몫을 더했습니다. 물론 스텔론 자신도 액션영화의 틀에서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결국 연기자로서의 한계를 정하고 말지요.

사실이지 [록키]만을 놓고보면 스텔론의 지금 이미지는 당시로선 정말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1970년대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록키]를 베스트 5에 끼울 정도로 [록키]는 시대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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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록키]의 성공이후 스텔론은 두 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게 되는데, [투쟁의 날들 (F.I.S.T)]과 [챔피언 (Paradise Alley)]이 그것으로서 두 편 모두 오락성이 아닌 작품성에 중점을 둔 영화들입니다. 분명 이때까지만해도 스텔론은 오락영화에 재능을 소비하는 배우가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로 승부를 걸었던 연기파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듯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은데, 그렇기 때문에 [록키]는 대중적이면서도 재미있고, 감동을 선사하며, 가장 보편적인 가치관을 진솔하게 담아낸 보기드문 작품이었던 겁니다. [록키]의 성공이후 스텔론은 부와 명성, 그리고 영향력을 갖게 되었지만 후속작들의 기대에 못미친 결과로 인해 너무 성급한 승부수를 던지게 됩니다.

그 작품이 바로 [록키 2]입니다. 영화사를 살펴보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수상한 영화가 속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대부 2], [프렌치 커넥션 2], [애정의 조건 2 (The Evening Star)], [속 밤의 열기속으로 (They call me Mister Tibbs)], [한니발] 등 지금까지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전편만한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은 [대부 2]가 거의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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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록키 2]의 포스터 중 하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2편에서는 아폴로의 비중이 비교적 커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2편에서 리턴매치를 절실히 갈구하는 쪽이 록키가 아니라 아폴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폴로는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극의 플롯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로 자리잡아 간다.


[챔피언]에서 감독 데뷔를 치룬 스텔론은 전편의 일등공신인 존 G. 아빌드센을 밀어내고 2편부터 자신이 직접 감독과 주연, 각본을 모두 겸하는 모험을 단행합니다. 캐스팅은 아드리안 역의 탈리아 샤이어를 비롯해 전편의 메인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대부분의 스탭들도 전편과 동일한 상태에서 제작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1편에서 아폴로 크리드에게 패한 록키는 챔피언에 맞서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결과 유명세를 타게 되고, 반대로 아폴로는 반쪽짜리 승리라는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아드리안과 정식으로 결혼한 록키는 잠시나마 달콤한 경제적 안정을 맛보지만 은퇴한 복서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그리 길게가지 못합니다. 다시 예전처럼 궁핍한 생활로 돌아온 록키는 사랑하는 아드리안과 장차 태어날 아이를 위해 다시한번 링 위에 오르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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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의 감동적인 명장면에서 바로 이어지는 2편은 이렇듯 록키와 아폴로의 리턴매치라는 주제를 가지고 1편 이후에 전개되는 사족들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영화를 안보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록키는 이번 작품에서 아폴로에게 KO승을 거두며 해비급 챔피언으로 등극하게 되면서 또다른 속편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지요.

1억 17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둔 전편에는 못미쳤지만 [록키 2]는 8500만 달러의 적지 않은 흥행을 기록했고,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호평속에 비교적 성공적인 속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스텔론의 입가에 미소를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록키 2]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록키 2]는 한가지 큰 우를 범하고 있는데, 전편인 [록키]는 권투영화의 틀을 갖추긴 했으나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드라마를 강조했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편의 마지막을 자세히 보면 아폴로 크리드의 판정승을 단지 '암시'만 했을 뿐, 록키의 패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습니다.[각주:2] 이 작품에서 승부는 둘째 문제이고, 15라운드까지 버티는 것이 록키 스스로가 생각하는 '승리'의 요건임을 전제하기 때문이죠. 영화의 말미에 '리매치는 없다'고 단언하듯 말하는 두 선수의 대사는 '속편은 없다'로 이해해도 무방하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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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록키]의 초기 스크립트에는 아폴로와의 시합 장면이 빠져있었습니다. 이 스크립트에 따르면 록키 발보아는 아폴로와의 대결 직전에 권투시합을 포기하는데, 이 점은 처음부터 [록키]에서 시합장면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결국 록키는 '권투시합'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인생에서의 승리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고, 1편에서 아드리안을 안은채 정지샷으로 마감되는 엔딩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승리자가 됨으로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관객들은 [록키]가 내포하고 있는 수준높은 인간승리의 테마에 공감하며 눈물을 쏟았고, 희망을 발견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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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인 1편의 엔딩샷. 원래 [록키]의 엔딩은 록키와 아드리안이 손을 맞잡고 대기실로 걸어나가는 장면으로 촬영되었다. 그러나 존 G. 아빌드센은 시합 직후의 시간이 록키라는 인물에게 있어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애 최고의 순간임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길 원했고, 그 결과 정지샷으로 극적인 연출을 하는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록키 2]는 이러한 전편의 어드벤티지를 모조리 무효화시킵니다. 플롯이라봐야 전편의 기승전결을 그대로 답습했을 뿐이고 결말 부분만 살짝 바꿔놓았는데, 이 결말이라는 것이 록키가 아폴로를 이기고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다는 기가 막힐정도로 진부한 것이라는 겁니다. '리매치는 없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이지요.

물론 아폴로와의 리턴매치나 [록키] 시리즈 특유의 트레이닝 시퀀스를 통해 전편에서의 감동을 재탕하는데 있어서 [록키 2]는 어느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록키 2]는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이후의 [록키] 시리즈는 안쓰러울 정도로 퇴색되어갔으며, 상업적으로 변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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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스텔론이 [록키 2]를 구상할 당시에는 이 시리즈를 당시의 관례대로 3부작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록키 3]는 3부작의 결착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작품이었고, [람보]의 성공 이후 제작된 [록키 4]는 소련 선수를 때려눕히며 급기야 미국찬양의 이데올로기적 광고물로 전락하고 맙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 공언했던 [록키 5]는 1편의 존 G. 아빌드센 감독이 돌아와 시리즈의 재건을 시도했지만 관객들의 외면을 받으며 시리즈 중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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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의 실패후 16년만에 돌아온 [록키 발보아]가 사실상 [록키]의 직접적인 씨퀄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이 작품이 가진 주제가 1편과 유사한 대칭점을 가지기 때문일 겁니다. 비록 1편에 대한 오마쥬와 향수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긴 하지만, 근래에 만들어진 스텔론의 작품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니만큼 [록키]가 추구했던 작품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스텔론 자신이 아니었을까요.


* [록키] 시리즈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GM Home Entertainment.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1. 1986년에는 무려 래지상 3개부분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그중 최악의 감독상을 안긴 작품이 [록키 4]다. 참고로 1985년에 동시 개봉한 [록키 4]와 [람보 2]는 1억2700만달러, 1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스텔론 전성시대의 정점을 찍었다. [본문으로]
  2. 록키의 판정패를 분명히 드러내기 원했던 스텔론과는 달리, 아빌드센 감독은 철저히 록키의 관점에서 시합의 승패따윈 '아웃 오브 안중'임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따라서 영화를 자세히 보면 심판 3명의 판정내용중 아폴로에게 점수를 준 한명의 판정에 대해서만 언급하는데, 나머지 두명의 판정은 영화상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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