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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 - 스포츠로 녹여낸 넬슨 만델라의 이상향

페니웨이™ 2010. 3. 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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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는 작년 [체인질링]과 [그렌토리노]로 연타석 안타를 날린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치를 높히는 영화다. 여기에 모건 프리먼과 맷 데이먼이라는 국내에서도 꽤나 지명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하니 관심을 끌 만한 요소는 충분히 갖춘 셈이다. 문제는 이 작품이 한국에서 지지리도 인기없는 럭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것. 아마도 [인빅터스]가 럭비를 소재로 한 여느 스포츠 영화였다면 무척 매력없는 작품이었을 거다.

넬슨 만델라의 취임직후 벌어진 럭비경기 A매치에서 남아공 국가대표 스프링복스팀은 영국팀에게 참패를 당한다. 경기를 관람하던 만델라는 희안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남아공 관람객중 흑인들이 오히려 영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선수가 백인으로 이뤄진 남아공 대표팀 대신 차라리 타국팀을 응원하고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프링복스팀 자체가 백인통치시대의 인종차별을 대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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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대다수 흑인들은 팀성적도 좋지 않은 스프링복스를 이번기회에 아예 갈아 엎어 버리자고 나서지만 만델라는 자신이 추구하는 화합의 이상향과는 다르다는 판단하에 스프링복스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프링복스의 유지를 강행한 만델라는 팀의 주장을 만나 그 당위성을 설명하고 럭비 월드컵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목표에 도전하도록 선수들을 독려한다.

이렇듯 [인빅터스]의 본질은 스포츠 영화의 탈을 쓴 정치적 영화다. 임기초반부터 진통이 예상되던 남아공의 사회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럭비를 이용한 만델라의 탁월한 정치적 계산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다. 영화 후반부의 30분 정도를 럭비시합으로 장식하지만 결국은 남아공 정치 무대를 바탕으로 구성된 드라마인 셈이다. 다른 스포츠 영화처럼 고된 훈련과정을 묘사하는 씨퀀스나 박진감 넘치는 시합장면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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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후기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소시민의 영웅주의적 모습은 넬슨 만델라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다. 유난히 휴먼드라마에 집착하는 이스트우드의 취향에 걸맞게 그가 찾아낸 넬슨 만델라의 또다른 모습은 제법 흥미롭지만 그렇다고 [인빅터스]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냐 하면 약간은 갸우뚱하게 된다. 등장하는 캐릭터는 놀랄만큼 평면적이라 갈등으로 인한 극의 긴장감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며 이미 예상된 결말을 놓고 진행된다는 점에 있어서 진부함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 오히려 인권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스포츠 영화의 재미도 살려낸 작품으로 말하자면 존 G. 아벨드센의 [파워 오브 원]이 한 수 위다.

그럼에도 [인빅터스]가 한국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이미 2002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로 하나될 수 있는 기쁨의 환희를 맛보았다는 점이다. [인빅터스]는 그때 우리가 느꼈던 그 감동과 조금도 다르지 않으며 그러한 기쁨의 힘이 인종차별의 오랜 갈등을 극복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스트우드 감독의 기존 작품들에 비하자면 그 임팩트가 조금 떨어지긴 하나 [인빅터스]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소재로 가장 무난하게 다가오는 드라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홍보용 영화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

* [인빅터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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