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동서양의 만화원작 영화들 - 7월 셋째주말 영화 가이드

페니웨이™ 2010. 7. 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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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작의 영화화 만큼 설레이면서도 불안한 경우도 흔치 않다. 소설이나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들이 속속 영화화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그림과 텍스트가 공존하는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번 주말에는 최근 개봉된 [이끼]를 필두로 만화에 기반한 영화 몇편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윤태호 원작의 웹툰을 영화화한 스릴러물. 탄탄한 내러티브와 긴장감이 살아 숨쉬는 원작의 세밀한 묘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평이지만 그래도 오락적 요소와 추가된 '강우석표 상업영화'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원작자가 애초부터 염두에 두었던 주인공 류해국 역의 박해일과 세간의 예상을 깨고 칠순 노인인 이장역으로 캐스팅된 정재영의 불꽃튀는 연기가 화면을 압도한다. 정통 스릴러와는 다소 다른 형식을 갖고 있으나 영화 중간중간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장면들이 2시간 40분의 긴 호흡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원작에 매료된 팬들로서는 각색과정에서 잘려나간 원작의 디테일과 명장면들이 아쉽지만 방대한 분량의 스토리를 영화 한편으로 압축한 시도치고는 꽤나 준수한 편이다.


스즈키 유미코의 원작을 각색한 김용화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원작에서의 설정을 한국의 설정에 맞게 변형시키면서 주인공의 직업도 덩달아 가수로 바뀌었지만 덕분에 영화 속 김아중이 직접 부른 주제가가 대히트 하는 등 여러모로 상승효과가 발휘되었던 작품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현실론적인 테마와 더불어 각 캐릭터가 펼치는 만화적인 에피소드가 조화롭다. 이범수, 박휘순 등 까메오로 출연한 스타들의 코미디가 압권이며, 재치있는 대사, 그리고 무엇보다 맡은 역할을 너무나도 잘 수행한 김아중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일본 내에서는 TV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었지만 역시나 한국판 [미녀는 괴로워]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영화적 구성력이 돋보이는 시나리오로 매 작품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작가 강풀의 히트작을 영화화한 작품. 앞서 만들어진 두 작품 [아파트], [바보] 보다는 상대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낙 촘촘한 구성을 보였던 원작의 내러티브를 영화상으로 모두 표현하기는 무리였는지 각색과 편집이 썩 매끄럽지 못한 것이 단점이다. 당돌한 여고생 수영 역의 이연희는 원작의 캐릭터와 상당히 높은 싱크로를 보여준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계절적 배경과 세 커플의 이야기를 두 커플로 줄이면서 이들 커플이 서로 엮어가는 절묘한 '인연의 맛'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마츠모토 타이요우의 원작만화를 영화로 옮긴 코믹 청춘물. [애플시드], [벡실] 등 CG 애니메이션을 만든 바 있는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데뷔작이다. [스윙걸즈]나 [워터보이즈] 처럼 배움의 미학을 저변에 깔고 이를 바탕으로 만화적 캐릭터가 좌충우돌하며 코믹적인 요소를 만들어간다. 다소 과장된 기법과 결말이 뻔히 보이는 도식적 줄거리가 거슬리긴 하나, 박력있는 탁구의 매력을 잘 살린 영화로서 부담을 주지 않는 작품이다.


두 말할 나위가 없는 작품. '배트맨'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느와르 풍의 범죄물로 재해석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이다.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해석되었던 고담시의 상황을 21세기 미국의 현실속으로 끌어들여 사실주의적 노선을 한층 강화해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크리스천 베일, 마이클 케인, 아론 애크하트 등 노련한 배우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악의 화신인 조커 역의 히스 레저는 명불허전의 명연기를 선사하며 이 영화를 끝으로 갑작스레 숨을 거두어 더욱 극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음악과 미장센, 특수효과 등 어느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함을 자랑하는 영화로 히어로물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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