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배틀필드 - 존 트라볼타, 값비싼 괴작에 올인하다

페니웨이™ 2007. 11. 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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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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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 등 70년대 말 날렵한 춤솜씨로 청춘스타의 길을 걸었던 존 트라볼타. 디스코 열풍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인기도 사그러져 80년대에도 그를 인기스타라고 부르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성공한 영화라고는 [마이키 이야기] 시리즈 뿐이었지요. 사실 영화배우로서 그의 수명은 다한 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은 원래 브루스 윌리스를 마케팅의 최전방에 내세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에서 주목을 받은건 한물간 배우라고 생각했던 존 트라볼타였지요. 전성기 시절의 날렵합은 어딜가고 둔해빠진 몸동작으로 우마 서먼과 함께 디스코를 추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전 세계 영화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렇게 그는 재기에 완전히 성공,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 [겟 쇼티] 등 흥행작들의 주연자리를 줄줄히 꿰차며 연승행진을 벌였지요. 한때 헐리우드에선 '흥행에 성공하려거든 존 트라볼타를 기용하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 Miramax Films. All rights reserved.

존 트라볼타의 재발견.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


그렇게 재기의 기쁨을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존 트라볼타가 조금은 거만해진 것일까요? [펄프픽션] 이후 무려 12편의 작품(애니메이션 제외)에서 연속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던 그가 갑자기 [배틀필드]라는 작품에 올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편당 1200만 달러의 게런티를 챙겼던 그가 출연료는 거의 받지 않은채 오히려 8천만 달러에 이르는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자신이 충당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이 작품이 제2의 [워터월드]가 될 것임을 직감했지요.

[배틀필드]의 내용은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기원 3000년, 외계종족 '사이클로'의 지배하에 1000년이나 식민지 상태로 살아온 인간들은 거의 원시인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합니다. 역사는 왜곡되어 있고, 사이클로인들을 신이라고 믿는 무지몽매한 종족으로 그려지죠.

자니(베리 페퍼 분)는 그중에서도 호기심 많은 청년으로, 전설 속 저너머에 있는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 진취적인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위험지역으로 알려진 옛 도시의 폐허에서 새로 만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사이클로들에게 발각, 노예로 끌려가게 됩니다.

한편 터를(존 트라볼타 분)은 야심많은 사이클로인으로서 부와 명예에 상당한 집착을 보이며 사관학교 수석출신이라는 대단한 긍지를 가진 사내입니다. 그는 상부몰래 금을 채굴하기 위해 인간들을 사용하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인간은 하등동물일 뿐이지요. 하지만 터를은 시험적으로 자니에게 그들의 말과 풍습, 문명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지요. 자니는 어느덧 사이클로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 이를 이용, 거꾸로 그들을 타도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영화는 이제 인간을 발톱의 때처럼 여기는 터를의 오만함과 이를 이용해 역습의 기회를 노리는 자니의 두뇌싸움(?)으로 전개됩니다. 물론 결국은 인간의 승리로 끝나지만, 단순한 승리가 아닌 대승을 거두게 됩니다. 어떻게 대승을 거두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 보세요. 후후..

[배틀필드]는 SF 소설가인 L. 론 허바드(L. Ron Hubbard)가 1982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 자체로는 흥미로운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배틀필드]에서 문제가 된 것은 허바드의 종교적 성향이었습니다. 론 허바드는 공상과학에 대한 믿음을 종교적인 해석에 접목시킨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의 창안자이기도 했는데, 존 트라볼타가 바로 사이언톨로지의 열렬한 교인이었던 것입니다.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이런 종교적 색체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존 트라볼타는 영화와 사이언톨로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 St. Martin's Press. All rights reserved.

SF 소설가이자, 사이언톨로지의 창안자인  L. 론 허바드의 저서 '전장지구(戰場地球)'


영화는 우려대로 대참패를 기록했고, 이를 계기로 존 트라볼타의 승승장구도 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다행히 케빈 코스트너처럼 재기불능의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이전만큼의 기량을 찾지는 못했죠. 사실 종교적인 내용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배틀필드]는 비호감을 살 만한 비주얼적인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일례로 코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호흡기계의 디자인을 보십시오. 마치 코털이 삐져나온 것을 연상시키는 물건이 코에 저렇게 매달려있는데 이를 보고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관객이 몇이나 될까요? 단적인 예로서 저의 아부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랬습니다. "코에 저따위 것을 달고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고 싶겠냐!" ㅡㅡ;;; 더욱이 쥐를 생으로 뜯어먹는 씬이나 토사물같은 음식을 서로 먼저 먹겠다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보는 내가 다 울렁거릴 정도입니다.

ⓒ St. Martin's Press. All rights reserved.

이따위걸 누가 봐! ㅡㅡ;;


게다가 존 트라볼타는 스스로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악당 역할로 당당히 모습을 내밉니다만, 글쎄요... 이 터를이란 캐릭터, 악역이긴해도 묘한 매력을 가졌던 존 트라볼타의 이전 캐릭터들에 비해 별로 호감이 가질 않습니다. [펄프픽션]이나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가 이 작품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더군요.


결국 관객들은 이 영화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베리 페퍼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만, 세상의 구세주로 등장하는 이 영리한 캐릭터를 연기하기엔 베리 페퍼란 배우 자체의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게 문제입니다.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그가 보여준 조연 캐릭터는 꽤나 매력적이었지만 아직 주연급으로 성장하기엔 시기상조가 아니었을까요. 언젠가는 주연급이 되고자 하는게 모든 배우들의 열망이겠습니다만, 베리 페퍼는 작품을 잘못 선택한 것 같습니다.

[혹성탈출]에서 이미 써먹은 원시적 미래상도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화면만 더 요란해 졌을뿐, 기본적인 틀은 기존의 SF영화들에서 숱하게 써먹었던 요소들을 재조합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심지어 [매트릭스]의 총격전을 슬로우 모션으로 잡아낸 장면까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요. 그에 더해 천년이나 창고에서 썩고 있던 인간의 전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외계인들이나 한팔을 잃고도 그저 멍한 표정을 지을뿐인 존 트라볼타의 모습은 이 영화가 얼마나 헛된 망상으로 관객들을 끌어모으려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배틀필드]는 엄청난 제작비와 재능있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있음에도 괴작이 되어 버린 전례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결국 괴작이란 것은 영화의 크기에 관계없이, 또는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와는 무관하게 탄생하는 것이랄까요. 그나마 [배틀필드]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라곤 [라스트 킹]으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한 포레스트 휘테커의 능청스런 연기와 요염한 여자 사이크로인으로 깜짝출연한 존 트라볼타의 아내, 켈리 프레스톤의 등장씬 정도였습니다. 그밖에 더 건질만한 장면들이 있다면 그것을 발견해 내는 건 여러분의 몫이겠지요.



* [배틀필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펄프픽션(ⓒ Miramax Films. All rights reserved.), Battlefield Earth(ⓒ St. Martin's Pres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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