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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람스. TV드라마 [로스트], [엘리어스]에서의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낚시질'로 얻게된 그의 명성은 2007년 7월, [트랜스포머]의 월드프리미어 시사회 때 다시한번 증명되었다. 다른건 둘째치고 아비규환의 현장에 휑하니 날아와 떨어지는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통 하나만으로도 그 기습적인 짧은 예고편을 본 관객 모두를 패닉상태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이것은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관객들은 이 뜬금없는 예고편에 엄청 "황당"해 했다.)

네티즌들과 영화팬들은 이 정체불명의 예고편에 대한 퍼즐 조각을 끼워맞추기 위해 머리를 싸맸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제작자 J.J 에이브람스는 영화의 개봉일인 2008-1-18 외에는 어떠한 단서도 제공하지 않았다. '[로스트]의 극장판이다',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괴수물처럼 보이지만 괴수는 나오지 않는다' 등등 온갖 추측과 루머가 난무한 가운데,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던 [클로버필드]가 드디어 공개됐다.

* 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는 포함하지 않고 있으나, [클로버필드]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미리 알기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를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1.J.J 에이브람스의 낚시질?  


사실 이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J.J 에이브람스가 공개한 극소수의 정보만으로 볼때 [클로버필드]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작품이 아니다. 핸드헬드로 찍은 저예산 느낌이 나는 재난영화일 것.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일 것. 그리고 괴수보다는 재앙을 맞이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보다 초점을 맞춘 작품일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빗나가지 않았다. 따라서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떡밥을 던진건 맞지만 딱히 잔꾀를 부려 관객들을 낚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그 형식면에 있어서 [클로버필드]가 매우 파격적인 작품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2.미칠듯한 핸드헬드, 그리고 최고의 음향효과  


사실 핸드헬드 기법이 훌륭한 상업성을 발휘했던 것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 슈프리머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린그래스 감독의 작품들이 모두 핸드헬드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보다 정돈된 느낌의 스타일리쉬한 형태로 표출되었다면 [클로버필드]에서 사용된 핸드헬드는 그야말로 캠코더 들고 찍은 것 같은 느낌이다. 설정자체가 페이크 다큐멘터리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블레어 위치]스타일의 가공되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초반 20여분간의 파티장 촬영씬에서 인내의 한계를 느낄지도 모른다. 이 초반부의 내용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매우 지루할 수 있으며, 핸드헬드 특유의 흔들림 때문에 심한 구토증 (내지는 멀미)를 유발하기까지 한다.

ⓒ Bad Robot/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이 짧은 인내에 대한 댓가로 관객은 엄청난 경험을 맛보게 된다. 이 흔들림 심한 화면이 눈에 익을 때 즈음 느닷없이 괴물이 나타나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든 이후의 상황은 관객 모두를 사건의 현장으로 단숨에 옮겨놓게 되는데,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적 공황상태와 여기저기 사방에서 옥죄어 오는 괴물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은 바로 핸드헬드의 생생한 화면 덕분에 매우 현실감있게 전달된다. 물론 핸드헬드 기법만이 [클로버필드]의 전부는 아니다.

사실상 [클로버필드]에서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음향효과'다. 심장을 울리는 괴물을 발딛는 소리와 괴성, 그리고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온갖 자동화기들의 총격음은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거나 옆을 두리번거릴 정도로 생생하다. 따라서 [클로버필드]를 '제대로' 감상하려는 관객들은 스크린의 크기 보다는 빵빵한 음향시설이 갖춰진 극장을 고르도록 하라. 장담하건데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뉴욕 한복판에서 괴물과 맞닥드리는 잊지못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마치 영화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관객과 함께 숨을 쉬는 듯한 작품이 바로 [클로버필드]다.



    3,[클로버필드]는 괴수영화?  


결론부터 말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클로버필드]에는 분명 거대 괴수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고질라]나 [킹콩]처럼 괴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이미 제작자가 밝혔던 내용이기도 한데, 괴수가 아닌 재난에 직면한 사람들의 동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클로버필드]는 괴수영화이면서도, 기존의 괴수물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 Bad Robot/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이러니하게도 [클로버필드]에 등장하는 괴수는 이름도, 그 기원도 제시되지 않으며 영화가 시작된지 30여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모습을 '잠깐' 그것도 '일부만'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클로버필드]에서 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 몇초만 스쳐가듯 카메라에 비춘 것만으로도 괴물은 항상 주인공들 (혹은 관객의)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영화내내 괴수가 주는 공포감은 여타의 괴수영화보다 더욱 크고 섬찟하며 무섭다.


 

    4.[클로버필드]의 매력  


지금도 있는지는 몰라도 롯데월드 어드벤쳐에 가면 '다이내믹 씨어터'라고 거대한 화면을 보고 있는 관객들의 좌석이 흔들리면서 스릴감을 맛보게 하는 일종의 가상체험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관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하며, 미친 듯이 돌진하는 자동차를 몰아보기도 하고, 험한 계곡에서의 레프팅을 경험하기도 한다.

ⓒ Bad Robot/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클로버필드]의 매력은 바로 그러한 가상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클로버필드]는 단지 '소리'와 '화면'으로서 그것을 가능케 한다는 놀라운 장점이 있다. 그것도 몇배나 더 강하게 말이다. 핸드헬드의 유일한 부작용인 울렁거림을 극복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이같은 경험은 정말 경이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5.총평  


아쉽게도 [클로버필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긴 하지만,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결말 부분은 헐리우드 엔딩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있어 여전히 "낚시다"라고 느끼게 만들 것이며,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핸드헬드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 반면에 [블레어 위치]를 통해 이미 페이크 다큐멘터리적인 구성이 낯설지 않은 관객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환영하는 관객,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편일률적인 헐리우드식 전개에 이골이 난 관객이라면 이 이단아 같은 [클로버필드]의 낯선 실험이 꽤나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영웅주의적인 틀에 박힌 스토리 대신 지극히 단순한 플롯을 채택한 덕택에 관객은 고민할 필요없이 그저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엔딩 역시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때는 속편에 대한 다각적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 그날의 상황이라든지, 또는 엔딩 이후에 전개되는 과정을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탈을 벗고 정극형태로 승부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테니 말이다. 아뭏든, J.J 에이브람스의 떡밥 던지는 솜씨는 여전히 건재하다.

P.S:

ⓒ Bad Robot/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흥미롭게도 [로스트]와 [클로버필드]는 서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 초반에 '증거물'이라고 표시되는 화면에서 우측 하단 부분에 '달마 이니셔티브'의 로고가 세겨져있는데, 이 '달마 이니셔티브'는 [로스트]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조직명이다. 

또한 극중 제이슨이 입고있는 티셔츠에는 'Slusho'라는 음료수의 심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역시 [로스트]에 등장하는 가상의 브랜드이다. 이로서 [클로버필드]의 속편은 [로스트]의 스핀오프가 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과연 가공할만한 '떡밥'이 아닌가!


* [클로버필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Bad Robot/ Paramount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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