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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 죽음에 대처하는 긍정적인 자세

페니웨이™ 2008. 4. 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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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단 10분후의 일이라도 정확하게 알 수만 있다면 마치 내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사람이 미래를 알고 싶다고 생각은 해도 결코 알고 싶지 않은 미래가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언제 죽을것인가' 하는 것이다. 1000명에게 한 여론조사에서 "언제 죽게될 것인지를 미리 알고 싶으냐"는 질문에 96%의 응답자가 "아니오"라고 대답했다는 사실이 그 점을 뒷받침한다.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앞에 둔, 그것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게 된 두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찾아오게되는 죽음이라는 이름의 불청객. 죽음을 맞이하는 그들의 자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1.멋진 죽음에 관한 이야기  


[버킷 리스트]는 "죽음"이라는 슬픈 테마를 주제로 한 영화다. 평생을 자동차 정비일을 하며 가족부양에 바쳐온 카터(모건 프리먼 분)는 어느날 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분) 또한 느닷없이 병동에 실려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격과 성장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은 한 병실에서 만나게 되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자신들의 인생을 비관하기 보다는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하면 가치있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며 이를 실행에 옮긴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버킷 리스트'. 죽기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적어놓은 이 메모는 이제 얼마 남지 않는 여생에 있어서 남다른 가치를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눈물나게 웃어보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성과 키스하기', '스카이 다이빙 하기' 등등 그들의 '버킷 리스트'는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인생을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멋있게 죽음을 맞이하였는가를 기억나게 해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게 만들어준다. 아이러니 하게도 [버킷 리스트]는 '죽음'이라는 슬픈 테마를 주제로 다루었어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가 만드는 따뜻함이 전해주는데, 이는 죽음을 맞이하는 카터와 에드워드의 자세에 긍정적인 힘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2.명배우들의 열연  


아카데미 3회 수상에 빛나는 잭 니콜슨과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한 모건 프리먼의 만남은 그 어떤 청춘 스타들의 만남보다도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이미 연기의 경지에 오른 이들 두 명배우의 열연은 [버킷 리스트]를 통해 관객들이 (심지어 아직 한참 젊은 필자조차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부여한다.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건 두 사람이 이미 그동안 보여줘 온 그들의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잭 니콜슨은 부유하면서도 주위에는 자신을 따르는 비서 한명 뿐인 외로운 노인의 괴팍스런 성격에 잘 들어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성질 죽이기] 등에서 성격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 그이기에 이번 [버킷 리스트]의 에드워드는 잭 니콜슨이 연기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모건 프리먼은 어떠한가? 영화속에서 인자하고 '멘토'의 느낌을 전달해온 그는 박학다식하고 현명한, 그리고 한편으로는 느긋한 마음으로 임종을 준비하는 카터 역을 맡았다. 이 역시 모건 프리먼의 '현자'같은 이미지와 잘 매칭되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와같이 두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기존의 역할들과 비슷하게 들어 맞는다는 사실은 달리 말해 다소 식상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실제로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은 두 사람의 연기력에 대해서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물론 관객들은 좋아했지만 말이다.


 

    3.익숙한 플롯의 한계  


흥행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버킷 리스트]가 유독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은 이유 중 또 하나는 진부한 스토리 구성이 원인이었다. 서로 다른 두 노인이 만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는 부분까지는 몰입도가 높은 편이나, 모든걸 터놓고 세계일주를 하던 이들이 느닷없이 갈라서게 되는 부분은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다소 억지스런 극적 장치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흐르던 극의 흐름을 일순간 어색하게 바꾸어 놓고 만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물론 결론으로 가기위해 피할 수 없는 플롯의 일부분이었다고는 해도 이후의 영화가 메너리즘에 빠져서 어느 영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교훈으로 성급히 마무리하는 점은 [버킷 리스트]의 매력을 다소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명감독과 명배우들이 만났고, 아카데미가 좋아할 만한 드라마의 소재를 갖췄음에도 아카데미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좋은 내용이지만 흔한 결말과 플롯을 선택함으로 인해 빛이 바랜 경우다.


 

    4.기억할 만한 장면  


사실 두 영감님들께서 '버킷 리스트'를 실행에 옮길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성에게 키스하기'를 어떻게 이룰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만약 이 부분이 카터에게 은연중에 외도를 권하는 에드워드와 카터의 대화처럼 어떤 식으로든 불손한 의도와 연관되어 있었다면 [버킷 리스트]는 '주책맞은 노인네들의 탈선영화'가 될 뻔했다.

그러나 [버킷 리스트]는 그 정도로 뻔한 통속적인 영화가 아니다. 스포일러상 모든 걸 밝힌 순 없지만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가장 아름다운 이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부분이야 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자, 다소 긴장되었던 마음이 눈녹듯 풀어지는 장면이 될 것이다.


 

    5.이런 영화를 좋아한다면  


의절했던 형을 보기 위해 73살의 몸을 이끌고 먼 여행길에 오르는 한 노인의 얘기를 그린 로드무비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고집 센 노인의 인생관에서 그 긴 세월을 통해 터득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또한 미국영화사의 기념비적인 명콤비 잭 레먼과 월터 매튜가 주연한 [그럼피 올드맨]은 50년지기인 두 노인네가 노년에 찾아온 사랑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코믹극이다. 그밖에 노인은 아니지만 전성기를 넘긴 중년의 사나이들이 모험을 찾아 오토바이 여행을 떠나는 [뜨거운 녀석들]도 추천작.


 

    6.총평  


[버킷 리스트]는 명감독 롭 라이너과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이라는 명배우의 이름값을 생각할때 2% 정도 부족한 영화다. 그러나 그 2%의 차이는 사실 크게 중요할 것이 없다. [버킷 리스트]를 통해 관객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조금은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며, 특히나 죽음에 대처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올 4월의 개봉작 중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특히나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재미만을 극대화시킨 작품들이 흥행전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계의 현실속에서 원래는 [버킷 리스트]같은 감동적인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꽃미남,미녀들이 즐비한 영화가 아니라 때론 관록이 느껴지는 노배우들의 명연기를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보는것도 나쁘진 않지 않은가?



* [버킷 리스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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