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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 당신의 한국은 괜찮습니까?

한국에 사는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며 조국을 폄하하는 풍조는 이미 꽤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상을 담은 영화들도 많이 나와 있죠.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작품들은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뇌를 풍자한 작품들입니다. [한국이 싫어서]는 아예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헬조선 기조를 대놓고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꽤 괜찮은 대학을 나왔고, 여느 젊은이들이 그렇듯 고만고만한 직장을 다니며 이 빡센 세상의 현실을 온 몸으로 부딪히는 한 젊은 여성의 탈조선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꽤 그럴 듯한 동기부여가 되는 탓에 몰입도가 높습니다. 영화는 엇나가지 않은 삶을 살아온 성실한 젊은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

2025.03.30 0

나의 마더 - 의무론적 윤리와 공리주의의 충돌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철학적 질문과 강렬한 긴장감을 담아낸 [나의 마더]는 SF 스릴러 장르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밀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복합적인 논의를 펼친다. 특히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학과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적 사고가 맞부딪치는 순간들이 영화의 핵심 갈등을 형성하며, 단순한 서사 이상의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영화는 인류 멸망 이후 한 소녀가 AI ‘마더’에 의해 길러지는 밀실에서 시작된다. AI는 오로지 인간을 보호하고 번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소녀는 외부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채 완벽히 통제된 환경에서 자라난다. 이 설정은 단순한 생존 드라마를 넘어, ‘인류의 보호’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의문..

2025.02.20 0

욕실 인테리어 업체 찾다가 현타 온 이야기

* 본 글은 특정 직업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로 쓰여진 글이 아님. 혹시라도 불편하시면 가볍게 뒤로 가기를 누르시길. 바쁜 나날이지만 요즘 강려크하게 느낀 바가 있어서 몇 자 끄적여 본다. 내 평생 집안 인테리어라고는 돈 주고 해본 적이 없이 살아왔다. 어차피 잠시 머물다 떠나는 집 무얼 그리 정성스레 치장할까 하는 생각으로 세월을 보냈는데, 앞으로 들어갈 집은 아이도 중요한 시기를 오래 보내야 할 곳이기도 하고 이만하면 좀 할 때도 되었지 싶어서 일단 욕실이라도 인테리어 공사를 해볼까 싶었다. 그렇게 쓸만한 업체를 찾아 헤맨지 어언 두 달 째….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찾았다. 내가 딱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무조건 견적이 싼 업체를 원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제대로 된" 업체를..

레블 리지 - 상투성을 벗어난 절제의 미학

한 퇴역 군인이 미국 시골의 작은 마을을 지나던 도중 마을의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위험인물로 낙인 찍힌 남자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특기를 발휘해 공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한다.위의 시놉시스만 보면 영화는 딱 테드 코체프 감독의 1982년작 [람보]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에야 변질된 속편들로 인해 마초 액션물의 대명사가 된 [람보]지만 폭력적인 영화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람보] 1편에서 람보가 직접 죽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발생하는 한 명의 사상자는 람보가 위협용으로 던진 돌멩이가 헬기의 유리창에 맞아 발생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사다. 넷플릭스의 신작 [레블 리지] 역시 [람보] 1편과 매우 닮아 있는 작품이..

2024.09.10 7

맵고 뜨겁게 -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보기 위해서라면

잘 만든 영화는 많다. "잘 만들었다" 라는 것의 기준이 볼거리나 눈요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잘 짜여진 플롯과 이야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빌드업이 탄탄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것이든 고만고만한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도 재미를 주는 영화는 여전히 많다.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간간히 보게 되어도 가슴이 끓어올라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런 영화를 본 게 언제 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근데 최근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런 영화를 만났다. 넷플릭스, 그리고 대만영화를. 제목은 다소 촌스런 [맵고 뜨겁게]다.이 영화는 안도 사쿠라 주연의 일본영화 [백엔의 사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현..

2024.09.0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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