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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영화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참고 바랍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알았을까? 무명시절, 로마의 한 싸구려 호텔에서 악덕 제작자 몰래 [피라냐 2]의 야간편집을 강행하다 독감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중 꾸게된 악몽의 내용이 장장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영화로 발전하게 될 줄을. 영화 [터미네이터]는 2,3편 그리고 [사라 코너 연대기](리뷰 바로가기)라는 TV 시리즈 물 등 발전을 거듭하며 헐리우드의 유력한 프랜차이즈 시리즈물로 우뚝서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제임스 카메론이 관여한건 2편까지였지만 판권을 거머쥔 제작자들의 눈에 [터미네이터]는 여전히 '돈 되는' 시리즈물이었으며 이로인해 예상을 깨고 나이 50을 훌쩍넘긴 아놀드 주지사를 캐스팅하는데 성공한 [터미네이터 3]가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이는 흥행을 논하려는 문제가 아니다. 총 2억 달러가 투입된 [터미네이터 3]는 북미 성적이 1억 5천만 달러로 다소 부진했지만 전세계적으로는 4억 3천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빠진 공백은 너무나도 컸으며 늙은 터미네이터의 액션은 안쓰럽기만 했다. 현재로서 [터미네이터 3]의 존재 이유는 2편으로 단명할 뻔한 시리즈의 연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하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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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시리즈의 존속과 파괴. 애증이 교차하는 [터미네이터 3]



따라서 팬들의 쏟아지는 야유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터미네이터] 3부작을 제작하겠노라고 발표했을 때는 솔직히 절망적이었다. 게다가 감독으로 선임된 인물이 맥지라니! 3편의 실패를 통해 [터미네이터]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정치인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아놀드 주지사가 아니라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그나마 [다크 나이트]의 히어로, 크리스천 베일이 원숭이 닉 스탈을 대신해 존 코너로 캐스팅되었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속에 조금씩 공개되는 스틸과 시놉시스, 발상의 전환이 경이로웠던 플래시 포스터, 그리고 예고편의 완성도는 '어 이만하면 꽤 괜찮을 것도 같은데?'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는 그래도 '터미네이터'를 다시 한번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금기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 The Halcyon Company/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발상의 전환이 기발한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의 플래시 포스터



이제 관객은 그 실체를 확인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제법 만족스런 영화다. 특히나 3편의 그 미적지근한 팬무비적인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 작품은 자기가 가야할 바를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볼거리도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현란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 만족스러웠던건 장르의 전환이 유효적절하다는 점이다. 스릴러/공포물의 성격이 강했던 1편, 액션 블록버스터의 마스터피스였던 2편과는 달리 3편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건 철저한 계산없이 2편의 물량공세만을 어설프게 따라하기 바쁜 껍데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1,2편의 클리셰를 정교하게 오마주하면서도 장르 자체는 전쟁물로 전환시켰다. 한대의 터미네이터가 주는 공포감보다도 스카이넷 조직과의 전면전이 뿜어내는 전장의 리얼리티에 주력한 감독의 선택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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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alcyon Company/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또한 기존 [터미네이터]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풍부하다. 맥빠지는 오토바이 주행씬으로 시작되는 3편의 배신과는 달리 이번에는 1편의 타이틀 로고 시퀀스과 함께 브래드 피델이 작곡한 오프닝의 변주곡이 전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화면을 수놓는다. 하반신이 날아간 터미네이터가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시퀀스, 공장에서 사투를 펼치던 1,2편의 클라이막스에 대한 오마주와 사라 코너의 육성 재현,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등장씬과 'I'll be back', 'Come with me, if you wanna live' 같은 고정 대사의 재활용까지.. '아! 이것은 [터미네이터]구나'싶은 요소들로 득실거린다.

CG로 점철된 전투장면의 리얼리티는 기대 이상이다. 초반 1시간동안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액션의 광풍은 관객들에게 말 그대로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야기의 얼게는 이미 3편과 [사라 코너 연대기]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전개되는 터라 어쩔 수 없는 짜맞추기식이라 할지라도 제법 긴장감이 묻어난다.

캐릭터의 묘사도 준수하다. 특히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존 코너가 아니라 마커스 라이트라는 사실은 [터미네이터]라는 타이틀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으로서 2편에서 강조된 기계와 인간사이의 정체성 문제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샘 워딩턴의 연기가 크리스천 베일을 압도한다는 점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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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alcyon Company/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상 기대치가 높았던 존 코너 역의 크리스천 베일은 여전히 다크 히어로에 걸맞는 분위기를 선보이고 있으나 [다크 나이트]의 잔영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크로마뇽 닉 스탈의 도무지 적응안되는 마이너스 수준의 싱크로율에 비한다면 [터미네이터 2]에 잠깐 모습을 비춘 마이클 에드워즈의 생김새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만으로도 존 코너를 제 위치에 복원시켰다고 하겠다.

하지만 급조한듯한 느낌의 엔딩은 옥의 티다. 개봉전 사전유출된 엔딩의 내용과 비교해 보자면 역시나 그 유출된 원래대로의 엔딩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과 조화를 이루며 메시지도 명확해 진다. 뚝심있는 감독이었다면 그대로 엔딩을 밀어붙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을 스포일러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평이한 엔딩과 다소 억지스런 마무리가 되어 영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영화 속에서 수차례 강조되는 '두 번째 기회'는 어쩌면 [터미네이터] 시리즈 자체에 적용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침몰직전의 [터미네이터]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잘 살릴것인지의 여부는 제작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차기작의 성패가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쨌거나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시각적 쾌감과 동시에 나름 팬들을 배려한 서비스와 차기작을 위한 포석이 잘 조화된 블록버스터로서 1,2편의 레전드급 명성에는 못미친다 하더라도 후속편으로서의 가치는 분명히 인정받을 만한 작품이다.


P.S

1.확실히 아놀드 주지사의 등장씬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한 장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안 감독의 헐크를 탈색작업한 듯한 CG 캐릭터의 인위적 느낌이 너무 강렬해 다소 부담스럽다. 차라리 아놀드의 얼굴이라는 암시만 주도록 아슬아슬한 앵글처리나 예전 필름의 Footage를 CG처리해 재활용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여러모로 감독의 오버다.

2.[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폭소를 유발하는 발음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안톤 옐친의 카일 리스는 무척 만족스럽다. 마치 마이클 빈의 청년기를 연상케하는 외모도 물론이거나와 극 중 카일 리스와의 조우씬은 관객이 울컥하기에 충분한 임팩트를 전달한다.

3.이 영화는 [터미네이터] '최초의' PG-13 등급이다. 내용은 PG등급이면서 R등급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고어적 연출로 눈쌀을 찌뿌리게했던 [터미네이터 3]에 비하면 훨씬 낫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R등급이 무슨 표현의 자유라도 얻은것인냥 R등급 타령하는 사람들, 제발 환상을 깨시길.

4.다소 의외의 배우들이 몇몇 등장하는데, 일례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TV 시리즈 [브이]로 깊은 인상을 남긴 마이클 아이언사이드가 간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팀 버튼의 연인이자 페르소나인 헬레나 본햄 카터도 등장한다. 이는 팀 버튼이 [터미네이터]의 열성팬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였을까? 음악은 무려 대니 엘프만이다!

5.맥지가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참고했던 소설이 두 편 있는데 하나는 코맥 맥카시의 '길(The Road)'이고, 또하나는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6.괴작 목버스터 양산의 산실 어사일럼에서는 이번에도 때를 놓치지 않고 한번의 괴작을 내놓았으니, 그 이름하여 [터미네이터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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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sylum.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he Halcyon Company/Warner Bros.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참고 스틸: 터미네이터 3(ⓒ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터미네이터즈(ⓒ The Asylum.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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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009년 5월 21일자 Daum의 메인 기사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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