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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플라이트 - 착하고, 즐겁고,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

페니웨이™ 2009. 7. 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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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화계에 있어서 소재고갈의 문제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영화의 메카인 헐리우드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과거의 영화나 제3국 영화의 리메이크, 또는 만화나 게임 원작으로 눈을 돌리는 빈도가 과거에 비해 급격히 상승했음은 이같은 사실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데, 일본영화는 비록 취향에 따라 극과극을 달리는 평가를 보이긴해도 소재의 다양성만큼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그 중에서도 [워터보이즈], [스윙걸즈]를 통해 배움과 도전의 미학을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승화시켰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는 복잡한 플롯이나 큰 자본없이, 소재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재밌게' 만들 줄 아는 남다른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가 발표한 신작 [해피 플라이트]는 [워터보이즈],[스윙걸즈]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서 항공기 운항에 연계된 관련 부서의 일상을 소탈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코미디이다. 전작들에 비해 등장인물은 보다 다양해졌고, 스케일도 커졌으나 영화의 기본 골조는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가운데 톡톡튀는 만화같은 캐릭터들, 요소요소에서 묻어나는 포복절도할 코미디, 그리고 모두를 해피하게 만드는 엔딩. 모두가 야구치 시노부표 코미디를 구성하는 특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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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amira Pictures Inc./Fuji Television Network/Toho Company/프리비젼. All rights reserved.


사실 비행기를 소재로한 기성 작품들의 특징이라면 주로 항공기 하이재킹과 관련된 액션/스릴러로 한정되어 왔지만 이렇게 여객기 운항 그 자체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매우 드물다는 면에서 [해피 플라이트]는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항공기 조종사에서부터 스튜어디스, 지상요원인 그라운드 매니저, 관제실, 오퍼레이션 디렉터, 새를 쫓아내는 버드 패트롤, 항공기 정비팀 등 실로 공항에 상주하는 거의 모든 부서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기장 승진을 위해 마지막 테스트 비행을 앞둔 부기장, 이제 막 국제선으로 자릴 옮겨 첫 비행을 시작한 스튜어디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이제는 일을 관두고 싶어하는 그라운드 매니저, 전산화된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무기력함을 느끼는 오퍼레이션 디렉터... 이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런 기체 이상으로 항공기가 회항하게 되는 한 사건을 맞닥드리면서 긴밀하게 협조하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훈훈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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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amira Pictures Inc./Fuji Television Network/Toho Company/프리비젼. All rights reserved.


더불어 일반인들에겐 동경의 대상인 공항 종사자들의 실제 모습, 이를테면 우아하고 고상할것만 같은 스튜디어스의 경우, (필자는 한때 스튜어디스 출신 여성과 교제한 적이 있어 그런 환상을 일찌감치 버렸다만) 강도높은 노동과 심적 스트레스로 가득한 일상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더욱 흥미를 더한다.

다소 광범위하고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자칫 영화가 산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일찌감치 접어도 좋다. 야구치 시노부는 이렇게 다양한 공항의 모습을 어느 한 장면 버릴 것 없이 꼼꼼하고도 타이트하게 구성해 두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대단히 짜임새있게 영화를 만들어 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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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amira Pictures Inc./Fuji Television Network/Toho Company/프리비젼. All rights reserved.


비록 아야세 하루카의 비중이 생각처럼 크지는 않지만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실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런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일본 영화계의 감초, 다케나카 나오토가 과연 언제 등장할 것인지를 기대해보는 것도 색다른 별미가 될 수 있겠다. 역시나 일본영화 특유의 개그 코드를 읽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자극적인 요소가 전무한 이 작품이 무척 심심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해피 플라이트]는 근래 개봉된 어떤 영화보다도 착하고, 즐겁고, 보는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 [해피 플라이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Altamira Pictures Inc./Fuji Television Network/Toho Company/프리비젼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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