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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오션스 - 다큐멘터리, 바다를 말하다

페니웨이™ 2010. 11.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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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오션스]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야생을 다룬 오페라다." -자크 페렝




2009년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파]에서 이카리 신지 일행은 카지의 초대로 현장 견학 시간을 갖게 된다. 그들이 찾아가게 된 곳은 다름아닌 거대한 수족관. 세컨드 임팩트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붉게 물든 죽음의 바다밖에 보지 못한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수족관 내부의 수중생물들은 신기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물론 이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설정의 일부일 뿐이지만 현실에서 세컨드 임팩트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가 봐 왔던 바닷 속 생물들을 수족관에서나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 Khara. All Rights Reserved.


최근 몇 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기감을 경각시키는 일련의 환경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유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큐멘터리의 명가 BBC에서 내놓은 [살아있는 지구]나 [불편한 진실], [11번째 시간]과 같은 작품들에 더해 다큐멘터리의 불모지라 불리는 국내에서도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내놓으며 이러한 패러다임에 동참하는 걸 보면 확실히 지구의 환경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 양보하거나 방관할 수 없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올 여름 국내 극장가에는 비슷한 시기에 5대양을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개봉되었다. 그 중 한편은 쟝 자크 망텔로 감독의 [오션월드 3D]고 또 한편은 자크 페렝. 자크 클로드 감독의 [오션스]다. 바다 거북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마치 영화처럼 진행한 점은 흥미롭지만 구성면에서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오션월드 3D]와는 달리 [오션스]는 화면과 구성에서 깔끔한 완성도를 인정받은 수작 다큐멘터리로 일본 개봉 당시 [아바타]에 이어 5주연속 박스오피스 2위를 고수한 바 있는 화제작이다. 국내에서도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워낭소리]에 이어 역대 다큐 흥행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오션스]는 익히 봐왔던 대서양의 수중 생물들에 더해 잘 알려지지 않는 바닷 속 생태계를 알리는 면에 있어서도 무척 적극적인 작품인데, 약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무려 100여종에 달하는 바다 생물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기존에 봐 왔던 자연 다큐멘터리의 상투적인 내러티브를 버리고 생명체의 무한한 신비감을 부각시키며 환경보존에 대한 관객들의 자발적인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인 집단행진을 하는 수백만마리의 거미게들, 사람만한 크기의 거대 해파리,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전환이 되는 리본장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생물들의 매혹적인 삶을 비추는 한편 잔인한 인간의 포획과 오염되어가는 바다환경을 대조하면서 생물들의 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오션스]의 구성은 매우 뛰어나다.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이미 [위대한 비상]으로 철새에 대한 놀라운 접근법을 보여준 바 있는 자크 페랭과 자크 클로드 콤비는 이번에도 역시 내레이션을 최소화하는 대신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카메라를 비추며 생생하고도 역동적인 세계를 화면 한 가득 펼쳐보인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처절하게. 거대한 백상아리와 잠수부가 함께 유영하는 장면은 관객들을 일순간 황홀경에 빠져들게 만들지만, 지느러미와 꼬리를 잘린 채 심연의 어둠속으로 추락하는 상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풍요롭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은 뒤로 한 채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체들이 울부짖는 무언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하다. 이렇듯 [오션스]는 경이롭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다큐멘터리다.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모름지기 극장용 다큐멘터리가 갖춰야 할 미덕을 모두 가진 이 작품을 DVD로 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DVD에서 블루레이로 부가판권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간 지금, [오션스] DVD의 비주얼은 DVD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기준치를 만족시킨다고 하겠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바다 생명체의 모습을 보면 '블루레이로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하지만 DVD라는 매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화질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모든 다큐멘터리가 그렇듯이 촬영 상황과 조명에 따라 원본 영상의 퀄리티에 어느 정도 차이는 존재한다.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한편 [오션스] DVD는 크게 오리지널판과 극장판으로 나뉘어 출시되었는데, 두 판본의 차이는 더빙 방식에 있다. 한국에서의 극장판 더빙은 개봉당시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빵꾸똥구 그녀의 '갈비' 드립으로 관객들의 공분을 자아낸 터, 소장 목적을 떠나 단순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분에게도 한국어 더빙본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오리지널판의 경우 프랑스어 원어만이 담겨 있으며 각각 EX 6.1 DD, 2.0 DD 채널과 오디오 코멘터리 트랙이 포함되어 있다. 오리지널판의 더빙은 한국어 더빙과는 달리 무척 차분하고 정적이다.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먼저 안타까운 심정을 밝힌다. [오션스] DVD는 약 1시간 분량의 메이킹 필름과 자크 페렝과의 인터뷰 동영상, 포토 갤러리, 예고편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중요한 건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플먼트에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게 이제와서 뭐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유독 [오션스]에서의 한글 자막 누락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부가영상에 담긴 오디오가 전부 프랑스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흔한 영어 자막도 지원되지 않아 시청자는 온전히 불어로 부가영상을 감상해야 하는 이상야릇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워낙 각종 외국어에 단련된(?) 필자의 내공을 빌어 메이킹 필름의 내용만 간추려 보자면 촬영을 위해 동원된 여러 가지 신형 장비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바다에서 촬영되는 해양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파도에 의해 출렁이는 배 안에서 관객들이 멀미가 나지 않도록 제작진은 '테티스'라는 크레인을 별도로 제작해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돌고래의 스피디한 이동 장면을 찍기 위해 '버디 플라이'라는 헬리콥터를 리모컨으로 조작해 촬영하기도 했으며, 황다랑어떼가 화면으로 돌진하는 역동적인 장면은 어뢰에 카메라를 장착해 찍은 결과물이다.

▼ 다음의 글은 일종의 스포일러임으로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본문에서 언급한 지느러미를 잘라낸 상어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인데, 이 씨퀀스는 EBS에서도 따로 발췌해 방영할 정도로 충격의 강도가 쎈 장면이지만 실제로는 가짜 상어로봇을 사용한 일종의 페이크 영상이다. 아마도 메이킹 필름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깜쪽같이 속아넘어갈 만큼 정교하게 촬영된 장면으로서 아마도 실제 상어를 학살하는 현장을 직접 촬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제작진이 고안해 낸 것으로 보인다.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 Galatée Films/Participant Media. All Rights Reserved.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가운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은 오직 지구 뿐이다. 그 지구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전 지구 면적이 3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70%를 차지하고 있는건 드넓은 바다. 바다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오션스]는 그 점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시네마 천국]의 성인이 된 토토로 기억되는 배우 겸 다큐 감독 자크 페렝은 [오션스]를 통해 수족관 밖의 진짜 해양을 체험하도록 권한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오션스]가 주는 감동과 교훈은 색다르면서도 신선하다. 제 아무리 CG로 만든 화려한 영상에 익숙한 관객일지라도 자연 그대로의 스펙터클한 장관 앞에서는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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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 오리지날판 - 10점
자크 페랭 감독, 자크 페랭 목소리/유이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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