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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의 등장은 TV 드라마의 범죄물 장르를 개척하는데 일조했지만 너무 많은 아류작을 양산시켜 때아닌 수사 범죄극의 범람이라는 부작용을 야기시켰다.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다보면 질리는 법. 뭔가 새롭고 신선한 느낌의 드라마는 없을까? 하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닥터 후]의 작가 스티븐 모펫과 마크 게티스가 공동으로 작업한 영국 BBC 방송의 수사 드라마 [셜록]이 그 중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가 기존 영화들에서 반복된 홈즈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작품이었다면 드라마 [셜록]은 이보다 더 발전된 형태로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을 21세기의 현대극으로 가져온 [셜록]에서 홈즈의 조력자이자 화자인 왓슨은 아프간에서 부상을 입고 퇴역한 군의관으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세상에 알린다. 반면 홈즈는 사냥모를 쓰고 코담배를 애용하는 사설탐정이 아니라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다니는 금연가이자, '컨설팅 디텍티브'라는 신종 직업의 창시자다.

[셜록]에서의 홈즈는 원작에서의 괴팍한 성격을 좀 더 부각시키고 있는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따분하다며 벽에다 총질을 해대는 히스테릭한 인물로 묘사되어 오죽하면 경찰 내부에서조차 그를 싸이코패스로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인질의 목숨보다도 사건의 추리과정에 더 관심있어하는 지독한 추리광인 반면 사소한 단서로 사실을 유추해내는 특유의 추리감각은 딱 원작소설의 홈즈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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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tswood Films, BBC Wales, Masterpiece Theatre. All Right Reserved.


각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스토리는 원작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각본으로 진행되지만 원작에 대한 오마주를 잊지 않고 있는데, 가령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홈즈의 데뷔작인 '주홍색 연구'를 패러디한 '분홍색 연구'이며, 피해자가 남긴 다잉메시지 'Rache' 역시 같은 작품에 대한 오마주다. 아울러 최종 보스로서 홈즈의 숙적이자 '컨설팅 크리미널'로 대칭점에 서 있는 모리아티 교수가 너무 일찍 수면위로 등장한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시즌 2에서 펼쳐질 홈즈와의 본격적인 대결을 예고하는 차원에서 그 존재감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나 싱크로도 뛰어나다. 현대극으로 각색되면서 캐릭터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젊어졌다는 특징이 있는데, 주연배우들이 국내에 잘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홈즈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어딘가 인간적인 감정이 결여된 범죄 오타쿠같은 홈즈 역을 멋진 목소리와 함께 훌륭하게 소화해 냈으며, 순진하면서도 의리있는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 또한 홈즈라는 캐릭터와 궁합이 잘 맞는 조력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면에서 성공적인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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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tswood Films, BBC Wales, Masterpiece Theatre. All Right Reserved.


각 에피소드는 약 1시간 30분 정도의 분량으로 어지간한 극장영화 한편의 분량에 해당하며 시즌1은 현재 총 3개의 에피소드로 조금 감질나게 막을 내린 상태다. 대사량이 무척 많은 편임에도 전개방식은 스피디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최신 IT계의 동향에 발맞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는 홈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아이언맨을 19세기 영국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만큼이나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리만치 친근하다. 연애엔 잼병이고 추리에는 사족을 못쓰는 전형적인 반사회적 성격이 나와 닮아있어서일까?

P.S: 리뷰를 쓰고 나니 이번 주말에 KBS에서 한국어 더빙으로 방영을 시작한단다. 워낙 컴버배치의 음성이 멋지지만 더빙한 느낌은 또 어떻게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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