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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 본 리뷰는 다분히 작품을 관람한 시청자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가급적 리뷰의 감상을 뒤로 미루시길 바랍니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마다 소년들의 단잠을 깨우는 기적소리가 울렸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고,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가 불타오르는 바로 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는 일주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어린이들의 유일한 낙이기도 했다. 당시 로봇만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있어 [은하철도 999]는 가히 컬쳐쇼크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파격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기계문명에 대한 우회적이면서도 때로는 직설적인 비판의식에 더해 삶과 죽음, 유한한 생명과 영속성, 선과 악의 심오한 철학적 관념들을 내포한 작품인 [은하철도 999]는 '만화영화는 아이들의 전유물'로 치부하던 어른들의 생각을 바꿀만큼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물론 당시 아이들이 이러한 원작의 철학적 주제를 얼마나 심도깊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이 지닌 중독성 짙은 매력에 빠져든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패기로 똘똘뭉친 신생 회사 선라이즈를 견제하기 위해 전통의 명가 도에이는 당시 주목받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인 '우주전함 야마토', '캡틴 하록', '은하철도 999', 그리고 '천년여왕'의 판권을 사들여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 일은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기억되는데,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던 소규모 창작집단 선라이즈와 자본력으로 유명 원작을 사들여 애니화에 나섰던 도에이 시스템의 한판 승부가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 승부의 정점은 선라이즈의 [기동전사 건담]과 도에이의 [은하철도 999]의 정면대결이었다. 1978~1980년에 특징을 이룬 두 회사의 경합으로 파생된 TV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두고 혹자들은 '제1차 애니메이션 대전'이라 칭했다. 대작들의 경합 속에 니폰 애니메이션, 도쿄무비신사 등의 중소 제작사들이 틈새를 파고들어 급성장을 이루었고 결국 자본으로 승부를 건 구시대적 시스템에 과도한 힘을 소진한 도에이 독주 체계의 종식을 선언하게 되었다.


[은하철도 999] TV판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출발의 발라드'는 사뭇 과격하면서도 충격적인 설정으로 시작된다. 서기 2021년, 고도의 문명이 발달한 지구에는 메가로폴리스라는 꿈의 도시가 탄생했는데, 이곳에 사는 인간은 부품만 교체하면 최대 2천년까지 살아갈 수 있다. 다만 메가로폴리스에 살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 기계몸을 살 수 있어야 했다.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 힘든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은하철도 999를 타면 무료로 기계몸을 만들어 주는 혹성에 데려다 준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은하철도의 출발지인 메가로폴리스로 몰려들게 되었다. 테츠로와 엄마는 은하철도 999에 승차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메가로폴리스에 도착하지만 인간을 사냥해 박제를 만드는 기계백작의 손에 의해 테츠로의 엄마는 살해되고 만다. 눈보라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테츠로는 수수께끼의 여인 메텔에게 구조되어 목숨을 건지고, 기계백작 일당에게 복수를 마친 뒤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 999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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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뭇 소년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던 여성 메텔. 신비스럽고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캐릭터는 다카코 쿠스모토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창조되었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은 할아버지가 한평생 짝사랑만 했던 여인인 다카코는 일본 의학계의 저명한 의사집안 출신의 딸이었고 작은 할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와 결혼해 평생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교롭게도 다카코가 죽던 날 마츠모토 레이지가 태어났다는 점이다. 레이지는 훗날 이렇게 회상한다. "다카코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조상의 유전자가 나에게 전해져 온 덕분에 이 아름다운 여성을 그리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이렇듯 재산의 유무로 차별받는 사회. 다분히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견지하는 [은하철도 999]의 분위기는 고도 성장으로 인해 야기된 극심한 빈부격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던 일본의 그 당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나 산업의 기계화가 이루어진 시점에 인간의 삶은 윤택해진 반면, 인간보다 물질을 우선시하는 전통윤리의 파괴현상은 지식인들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겼다. 유물론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 따뜻한 인간의 마음임을 암시하는 에피소드가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건 그 때문이다. 테크놀로지가 주는 편의성에 반해 인간이 경험하는 상실의 문제는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기계몸을 얻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소년과 여인의 로드무비식 전개는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작품이 지닌 전복적인 이미지와 파격성은 3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에 봐도 무척이나 진보적이며 시대를 앞서나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는 영상과 출중한 음악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마저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은하철도 999]는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의 다른 작품들인 [캡틴 하록]과 [천년여왕]의 세계관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레이지버스'라는 방대한 계보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은하철도 999]는 개별 에피소드의 완결식 구조이므로 113화에 달하는 모든 에피소드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계된 작품들까지 모두 접해봐야 한다는 압박감도 적잖이 작용하는 셈이다. 지나치게 방대해져 버린 세계관을 연결하다보니 작가인 레이지 자신도 설정상의 오류를 범하는 단점들도 발견되지만 팬들에게 있어서는 평생에 걸쳐 연구해도 흥미를 잃지 않을만큼 많은 이야기 거리를 던져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1979년 8월 4일에 개봉된 [은하철도 999: 극장판]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작 [우주전함 야마토]와 더불어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붐을 일으킨 대작이다. TV판의 연출자 니시자와 노부타카를 제치고, 린타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은하철도 999: 극장판]은 TV시리즈가 한창 방영중인 시기에 별도로 기획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작품이었는데, 그 당시 일반적인 극장판의 개념은 TV판의 총집편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린타로는 단순히 자신의 작품이 TV판의 하이라이트만을 모은 것으로 남길 원치 않았던 것 같다.

극장판에는 TV판의 설정을 일부 요약한 부분이 존재하지만(TV판에 상응하는 에피소드는 대략 1,79,80,81,112,113 이렇게 6편이다) 테츠로가 메텔을 만나게 되는 경위나 그가 은하철도 999에 탑승하려는 목적 등 극장판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린타로는 자신이 연출한 바 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또 다른 작품 [캡틴 하록]과의 크로스오버를 적극 활용해 [은하철도 999]가 '레이지버스'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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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에서 제법 비중있는 역할을 차지하는 인물인 토치로. 레이지버스에서 퀸 에메랄데스의 연인이자 캡틴 하록의 절친한 전우로 알려진 그는 이번 극장판에서 테츠로의 손에 의해 아르카디아호의 메인컴퓨터로 전송되는데, 사실 이 부분은 레이지버스의 하록계열인 [무한궤도 SSX]과 설정상의 충돌을 가져오는 부분이다. [무한궤도 SSX]에서 우주병에 걸린 토치로는 헤비멜다에 불시착한 데스쉐도우호 안에서 홀로 최후를 마치며 아르카디아호로 자신의 뇌세포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물론 [은하철도 999: 극장판]의 설정 역시 헤비멜다의 이름을 알 수 없는 낡은 우주선 안에서 최후를 맞이하므로 테츠로의 개입여부만을 제외한다면 큰 오류라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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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토치로의 사망 직후 헤비멜다로 귀환한 캡틴 하록의 등장이야말로 더 큰 오류다. [무한궤도 SSX]에서 하록은 토치로의 사망 시점에 일루미다스의 추격을 피해 아르카디아성으로 향하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은하철도 999: 극장판]에서 처럼 테츠로 일행을 도와 프로메슘을 공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오류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린타로의 크로스오버식 연출방법은 유효적절하게 먹혀들었고, 특히나 캡틴 하록과 테츠로가 조우하는 장면의 짜릿함은 레이지월드에 매료된 매니아들에게 있어 멋진 팬서비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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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츠로와 메텔의 만남. 이 부분은 TV판과 극장판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TV판에서는 기계백작에게 어머니를 잃은 직후 눈보라속에 사경을 헤매던 테츠로가 메텔에게 구조되는 반면, 극장판에서는 어머니를 잃은지 많은 세월이 흐른 시점에 이르러서야 메텔과 만나게 된다. 테츠로는 승객에게서 999의 승차권을 훔쳐 달아나는 도중 경찰에게 쫓기게 되고, 이를 지켜보던 메텔에 의해 구출된다. 이 때문에 테츠로가 999에 타는 목적 또한 변화되는데, TV판에서는 엄마와의 못다한 약속을 이루기 위해 기계몸을 얻으려하지만 극장판에서는 (아직 살아있는) 기계백작에게 복수를 하고자 기계의 몸을 얻으려 한다. TV판에서는 테츠로가 기계백작에게 복수를 한 직후 여행을 시작하므로 엄마의 죽음이 단순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비춰졌으나 극장판에서는 기계백작이 엄마를 살해한 이유가 계획적인 것이었음이 밝혀진다.


스토리의 변형과 더불어 눈여겨 볼 점은 캐릭터의 변화다. 극장판은 단순히 캐릭터 디자인만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주인공 테츠로의 나이를 15세로 상향 조정함으로 성장물로서의 의미를 좀 더 강화하는 한편, 인물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극장판만의 특징을 보다 구체화시켰다. 메텔 또한 작품내의 지배적인 영향력에서 한발짝 물러난 조력자의 이미지에 더 가깝게 설정되었다. 특히나 메텔은 TV시리즈의 기나긴 여정을 지탱하는 미스테리와 가장 깊이 관련된 캐릭터로서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 해답의 대부분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기계제국의 여왕 프로메슘의 정체, 테츠로를 999에 탑승시킨 목적, 그리고 테츠로의 엄마와 메텔의 연관성 등 충격적인 비밀이 속속 밝혀진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TV시리즈가 완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극장판이 이러한 수수께끼들의 결말을 내놨다는 점은 당시 팬들 사이에는 대형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큰 사건이었다. 상당수의 팬들에게는 이러한 결말의 공개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는 TV판과의 설정 출동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한 작품을 놓고 TV판과 극장판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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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된 테츠로의 모습. 위가 TV판이고 아래가 극장판이다. 15세로의 연령 상향 설정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위치한 테츠로의 구체적인 갈등양상을 암시한다. 메텔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했던 TV판과는 달리 극장판에서의 테츠로는 훨씬 더 성숙하고 자립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극장판이 테츠로의 자아 형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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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라스트씬의 이별장면은 극장판이 주는 임팩트가 TV판에 비해 훨씬 강렬할 수밖에 없다. 보호자를 떠나 보내는 소년의 독립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 연인의 이별을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현재까지도 감동적인 라스트씬의 탑10안에 손꼽힐만큼 전설적인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이 장면을 녹음할 당시 성우를 맡았던 노자와 마사코와 이케다 마사코가 감정에 북받친 나머지 울먹이는 가운데 연기를 하자 나머지 스탭과 성우들도 눈물을 터트렸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테츠로와 메텔의 키스장면은 훗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안노 히데아키 감독에 의해 오마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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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타로가 감독한 [은하철도 999: 극장판]의 문제점은 극장판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나머지 긴 에피소드로 존재감이 희미해진 TV판의 설정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메텔에 대한 부분인데, 원래 TV판의 메텔은 캐릭터 디자인의 유사성 때문에 테츠로의 엄마와 비슷한 외모를 지녔지만 실은 별다른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극장판에서는 이러한 기본 전제를 뒤집는다. 처음 메텔과 조우한 테츠로는 그녀에게서 엄마의 이미지를 발견하며, 몇 번이고 메텔을 엄마라고 착각하게 된다. 나중에 메텔은 자신의 몸이 테츠로 모친의 육신을 복제한 것임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한편으로 이렇게 테츠로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메텔과의 묘한 관계설정은 린타로의 독자적인 해석에서 나온 것이었음에도 오리지널인 TV판을 제치고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메텔의 이름은 라틴어의 어머니를 뜻하는 '메타'를 변형시킨 것이다.


이처럼 화제에 중심에 섰던 [은하철도 999: 극장판]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16억 5천만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거두며 1979년 일본극장가의 흥행 1위작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는 비록 [우주전함 야마토]의 성적에는 못미치는 것이었으나 사상 최초로 실사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사실은 극장가의 큰 이변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일본 영화계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만화영화의 파생상품 정도가 아니라 실사영화에 버금가는 흥행력을 지닌 작품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한편으로는 극장판 아니메의 흥행척도를 가늠하는데 원작자의 이름이 아닌 연출자(감독)의 네임벨류가 중요하게 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은하철도 999]는 1970년대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TV판 [은하철도 999]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을 무렵, 2년만에 개봉된 두 번째 극장판 [안녕, 은하철도999: 안드로메다 종착역]은 시간상으로 프로메슘의 몰락과 메텔과의 이별 이후를 다룬다는 점에서 TV시리즈의 후일담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명실공히 TV 시리즈가 아니라 극장판의 속편임을 분명히 밝히는 작품이다. (아래 설명에도 나오지만 [안녕, 은하철도 999]의 스토리는 만화책 15권이 아니라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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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TV판의 속편은 극장판 3기로 알려진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로 보는게 타당하다. TV 시리즈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작만화의 1~14권까지를 다루었고, [이터널 판타지]는 15권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캐릭터 디자인도 린타로의 극장판과는 달리 TV판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전작들과는 달리 1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의 파일럿 영상같은 느낌을 주지만 기대 이하의 흥행으로 인해 후속편 제작 계획이 전면 취소되는 불운을 겪게 된다.


메텔과 헤어진 이후 테츠로는 기계제국에 맞서는 반란군에 가담함으로서 힘겨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한숨을 돌리려는 사이 동료가 눈앞에서 쓰러지고 사방에서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의 한복판을 묘사한 인트로의 시퀀스는 사뭇 충격적이다. 더 이상 소년 테츠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지친 청년의 피로감이 느껴질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테츠로는 메텔의 부름을 받는다. 이렇게 [은하철도 999]의 마지막 여정은 성장한 테츠로와 메텔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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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은하철도 999: 극장판]이 TV 시리즈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의식하는 가운데, 린타로의 독자적인 해석을 첨가한 작품이었다면 [안녕, 은하철도 999]는 온전히 독립된 오리지널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계제국의 설립배경과 테츠로의 아버지와의 관계, 기계인간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캡슐의 비밀 등 전작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미스테리들에 더해, 당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천년여왕]과 메텔의 상관관계를 암시함으로서 여전히 레이지버스의 연계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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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TV시리즈가 중반을 넘어설 무렵인 1980년 3월 15일. 도에이 만화축제 기간중 또 한편의 극장판이 공개된다. [유리의 클레어]로 알려진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TV판의 세 번째 에피소드에 약 5분정도 등장했던 '환각의 터널' 시퀀스를 리메이크한 것으로서 [은하철도 999: 극장판]에서 추가된 내용과 TV판의 내용을 적절히 혼합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TV판의 연출자인 니시자와 노부타카 팀이 만들었으며 훗날 도쿄의 아토스피아 극장에서 상영된 뮤지컬 [GX 999]로 잘 알려지게 되었는데, 당시 클레어 역에는 한국의 인기 가수 강수지가 캐스팅되어 화제가 됐다. 원래 이번 [은하철도 999] 극장판 블루레이 박스셋의 서플먼트에는 [유리의 클레어]가 추가될 예정이었으나, 판권문제로 수록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메텔메나와 파우스트, 먀우다(미우타)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의 대거 등장은 [안녕, 은하철도 999]만의 드라마적 요소를 제공해 주었다. 그중에서도 프로메슘의 오른팔인 흑기사 파우스트가 실은 테츠로의 아버지였다는 설정은 [스타워즈 Ep.5: 제국의 역습]의 영향을 받은 것이 역력하지만 그럼에도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또 그 아들로 전해지는 유한한 생명의 혈육이야말로 기계몸을 통해 유지되는 영원한 생명보다 더욱 소중하다는 주제의식은 시리즈 전체에 걸쳐 추상적으로 맴돌던 영속성의 정의에 방점을 찍었다. 아이에서 소년으로, 그리고 마침내 남자로 성장한 테츠로의 이야기는 결국 메텔과의 이별로 끝을 고한다.

전작을 뛰어넘은 영화적인 연출과 매혹적인 스토리, 단순한 감상 차원을 넘어 작품속 깊이 녹아드는 환상적인 작화와 음악의 사용은 [안녕, 은하철도 999]가 궁극의 극장판임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당시 로봇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기동전사 건담 II]의 폭발적인 흥행(13억 8천만엔)에 맞서 11억 5천만엔이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며 [은하철도 999] 시리즈의 식지 않은 열기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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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미디어가 돌아왔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 블루레이 박스셋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들고서 말이다. 제작사의 매니아적 정성이 총집결된 [은하철도 999] 극장판 두 작품의 화질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1.78:1의 오리지널 화면비가 1080p급 Full HD 화질로 깔끔하게 트랜스퍼 되어있으며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잡티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복원력에 새삼 탄복하게 된다. 물론 CG로 점철된 근래의 디지털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한다면 샤프니스와 선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화질로 말하자면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뛰어난 화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기존 DVD판본을 소장한 분이라도 블루레이의 구입은 거의 필수라고 하겠다. (이러한 평가에는 글쓴이의 팬심이 일부 반영되었음도 부인하진 않겠다) [안녕 은하철도 999]는 작화의 퀄리티와 연출 스타일이 보다 화려해진 탓인지, 색감이 [은하철도 999: 극장판]보다 더 뛰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 [은하철도 999: 극장판] 스크린샷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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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은하철도 999] 스크린샷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 DVD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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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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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VD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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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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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VD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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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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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디지털 2채널만 수록되었던 DVD판본과는 달리 블루레이에는 뉴프린트 컴퍼넌트 마스터를 사용한 오리지널 일본어 모노 음성이 LPCM으로 수록되었고, 새롭게 리믹스한 일본어 돌비트루 HD 5.1 채널 사운드가 추가되어 제대로된 극장판 서라운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국내 판본만이 유일하게 수록하고 있는 한국어 더빙 트랙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어 더빙의 경우는 DVD와 마찬가지로 투니버스 판본의 더빙 트랙이 사용되어 오리지널 메인 캐스트인 우문희-정희선 콤비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다.

자막에 있어서는 DVD와 비교해 변경된 사항이 몇가지 눈에 띄는데, [은하철도 999: 극장판]의 경우 우선 DVD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더빙 트랙에는 삽입곡인 'Taking off'와 엔딩타이틀곡인 'Galaxy Express 999'가 영어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DVD발매 당시에는 이 부분의 영어가사가 엉터리로 번역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확한 영어가사로 교정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한글자막의 오역 또한 개선된 영어가사에 맞게 새롭게 바뀌었다. 그밖에도 '시간성의 해적' 에피소드에서 류즈가 일본어로 노래하는 장면은 투니버스 판본에서 경음악으로 대체되었는데, 기존 DVD판본에는 이 부분에 그대로 일본어 가사를 번역한 한글 자막이 들어가 있었지만, 블루레이에서는 한국어 더빙용 자막에서 이 부분이 완전히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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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즈의 노래장면. 이 부분은 원래 일본어로 된 노래가 삽입된 장면이었다. 기억력이 뛰어난 일부 매니아들이라면 [은하철도 999]의 MBC 방영당시 이 부분이 한국어 노랫말이 붙은 '울밑에 귀뚜라미'라는 노래로 방영되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 부분은 당시 차장의 성우를 맡았던 김기현씨의 즉흥적인 기타연주에 맞춰 메텔역의 정희선씨가 직접 부른 곡이었는데, 투니버스의 [은하철도 999: 극장판] 더빙현장에 참여했던 송락현씨는 이 노래를 어떻게든 넣어보려고 녹음한 테잎을 현장에 들고 나갔으나, 해당 시퀀스의 극장판과 TV판의 연출방식에서 차이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정희선 버전의 '울밑에 귀뚜라미'는 들을 수가 없다.

이번 극장판 블루레이 박스셋에서 눈여겨 봐 둘 스페셜피쳐 중 하나는 [은하철도 999: 극장판] 디스크에 수록된 음성 코멘터리다. 린타로 감독과 마츠모토 레이지가 참여한.......것은 아니고, 국내 애니메이션 정보통에 있어서는 정상급 지식을 보유한 투니버스 ‘스튜디오 붐붐’의 진행자 송락현과 하이텔 애니메이트 동호회 시삽이었던 이주석, 애니메이션 수집가 탁상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영화를 감상하며 자신들의 추억담과 작품 속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거침없는 수다를 늘어 놓는다. 사전 리허설이나 대본없이 진행된 음성해설이어서 그런지 작품과 관련된 일부 사실들에 검증오류가 발견되긴 하지만 2시간 러닝타임 그대로 생생한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노바미디어. All right reserved.

국내판에만 수록된 한국어 주제가 뮤직비디오 두 편도 기록보존의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며~'로 시작되는 주제가가 사용되기에 앞서 원래는 마상원이 작곡한 '눈물 실은 은하철도'라는 주제곡이 사용되었다. 대중가요의 범주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눈물 실은 은하철도'는 방송 초기에만 사용되다가 우울한 멜로디와 가사가 아동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현재의 주제가로 교체되었는데, 김관현 작사/금수레 작곡으로 음반까지 발매된 [은하철도 999]의 주제곡이 하시모토 쥰 작사/히라오 마사아키 작곡의 일본 오리지널 타이틀곡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씁쓸한 과거의 현실을 반영한 사례였다. 본 블루레이에서는 이렇게 애증이 교차하는 추억속의 멜로디를 [은하철도 999] 극장판의 편집화면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그 밖의 스페셜피쳐로는 티저 예고편과 본 예고편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애초에 수록되기로 계획된 [유리의 클레어]는 일본내의 복잡한 저작권 상황문제로 부득이 최종 단계에서 빠지게 되었다.


<은하철도 999 최초 방영일에 대한 진실>

ⓒ 위키피디아. All right reserved.

▲ 말이 나온김에, 극장판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은하철도 999]의 최초 방영에 대한 사실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현재 한국어 위키피디아(사진)를 비롯한 인터넷의 상당수 문헌들, 파워블로거들의 포스팅, 심지어 신문 미디어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은하철도 999] TV판의 최초 방영시기를 1981년 4월 5일 식목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최초 방영명이 [은하철도 999]가 아닌 '푸른하늘 은하수'라고 기록된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실제로 1981년 4월 5일의 TV편성표를 보면 MBC에서는 [은하철도 999]나 '푸른하늘 은하수'를 방영한 사실이 전혀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는 정확한 물증없이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한 글들이 검증없이 받아들여지면서 확산된 오류의 결과다.

ⓒ 동아일보. All right reserved.

그나마 이 부정확한 사실들에서 어렴풋이 얻을 수 있는 단서는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이 작품이 일종의 파일럿 방송 형식으로 2회에 걸쳐 방영되었다는 점, 둘째는 어느 국경일에 특집편성으로 방영되었다는 점, 셋째는 방영 에피소드가 1화와 12화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실들을 조합해 문헌들을 추적해 보면 한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은하철도 999]의 최초 국내 방영은 1981년 10월 4일 일요일 오전 8시 '어린이 만화선물'이라는 특집편성으로 방영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때 방영명은 분명히 [은하철도 999]였으며 1화인 '달려라 은하철도야'편이 2화와 함께 묶여서 방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최초의 방영명으로 알려진 '푸른하늘 은하수'라는 제목은 어디에서 나온 기억일까? 답은 간단하다. 일주일 후인 10월 11일. MBC는 또 한차례 [은하철도 999]를 특집방영한다. 이때 방송으로 나간 에피소드는 12,13화인 '화석의 전사'편이었는데, 방영 당시 에피소드의 제목이 '푸른하늘 은하수'였던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당시 일부 신문에서는 여전히 '달려라 은하철도야'라는 에피소드명으로 방영된 것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이는 신문사측의 실수라고 보여진다)

한편 MBC방송의 정규편성은 해가 바뀌고 1982년 1월 2일 오전 8시에 신년특집으로 편성된 이후 매주 일요일에 2화씩 묶어 60분 편성으로 정규방송이 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은하철도 999]의 타이틀송은 '눈물 실은 은하철도'였지만 정규편성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어 MBC측은 일본판 주제가를 번안한 곡으로 바꾸어 내보내게 된다. 과거 어린이들의 문화에 대한 사회전반의 시각 때문인지 관련 기록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까닭에 위의 사실에 1%의 오류도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객관적인 팩트에 근거한 것으므로 기존의 4월 5일 최초방영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이 기회에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접할 때 실망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은하철도 999] 극장판은 그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을 만한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풍부한 텍스트를 재발견하는 기쁨에 더해 요즘 시대에는 경험하기 힘든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젖어보는 소중한 경험을 전해주니 말이다. [은하철도 999]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문학작품을 방불케 하는 명대사들의 열전과 어린시절, 미지의 여행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던 내러티브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보길 권한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이 거의 붕괴된 시점에서 노바미디어의 [은하철도 999] 극장판 블루레이 박스셋의 발매는 환호성을 지를만큼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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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은하철도 999 - 극장판 박스세트 (2disc) - 10점
마츠모토 레이지 감독/노바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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