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ㄹ

리얼 스틸 - 나는 복서다

페니웨이™ 2011. 10.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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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자로 알려진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소설 '스틸'을 각색한 [리얼 스틸]은 로봇을 매게로 소원했던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화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 [리얼 스틸]의 홍보자료를 본 관객이라면 [트랜스포머]의 짝퉁 내지는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대전게임 같은 소재에 로봇만 입혀놓은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사실 [트랜스포머]가 등장한 이래 이런 유사 로봇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사라졌다는 걸 부인할 순 없을 겁니다. 역시나 관객은 볼거리보다 스토리로 승부하는 영화에 이끌리게 되어 있고 올 여름 [트랜스포머 3]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그러한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리얼 스틸]은 그러한 선입견에서 살짝 빗겨가는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액션 블록버스터인데, 내용은 가족 드라마거든요. 2020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런 영화치고는 영화의 분위기나 풍경이 너무나도 서정적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로봇판 [록키]라고 까지 하던데, 기실 분위기 자체는 [록키]보다는 [오버 더 톱]이나 프랭코 제페렐리 감독의 [챔프]에 조금 더 근접해 있습니다. 로드무비의 특성과 스포츠물 특유의 뻔한 내러티브, 그리고 헐리우드식 해피엔딩까지 어디선가 주워담은 듯한 뻔한 구성이 거슬리긴해도 영화는 꽤 잘 만든 편입니다.

우선 이야기의 진행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질질끈다는 인상보다는 제 갈길을 순순히 잘 찾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진행이 어떻게 될거라는게 예상이 되지만 그 익숙함을 충분히 즐길만큼 영화는 공식에 충실합니다. 그렇죠. 이 정도만 해도 성공입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평가를 기대하기엔 조금 무리라는 거겠지만요. ('이 시대의 [록키]' 뭐 이런 건 집어치웁시다 -_-) 비슷한 소재를 놓고도 못 만들면 [클래멘타인]이 되는 거고, 잘 만들면 [리얼 스틸]이 되는 겁니다.

ⓒ Touchstone Pictures, DreamWorks SKG. All rights reserved.


로봇들의 불꽃튀는 권투시합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가 12세 관람 등급이다보니, 액션의 눈높이가 꽤 낮은 편입니다. 오히려 주인공 로봇인 아톰의 얼굴은 너무 순둥이 같아서 그 녀석이 맞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마음이 다 찡해질 정도입니다. 물론 이 작품들에 나오는 로봇들은 [트랜스포머]처럼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닌 관계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긴 한데, 그럼에도 인간의 파괴적 욕구에 의해 쓰러지고 폐기되는 일부 로봇들에게서는 연민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초반부 찰리 캔튼(휴 잭맨 분)의 고물 로봇 앰부쉬가 황소에게 박살나는 모습은 조금 울컥하기까지 합니다.

배우들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배우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우선 휴 잭맨은 어느덧 연륜이 묻어나는 포스를 풍기고 계신데, 그럼에도 멋진 몸매와 더불어 한물간 퇴물복서의 절박함을 꽤나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역인 다코타 고요의 열연이 돋보입니다.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이 꼬맹이는 철없는 아버지보다 더 현명한 아들로서 등장해 맥컬리 컬킨이나 프레디 하이모어에 버금가는 유망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막판으로 갈수록 작위적이 되고, 조금씩 손발이 오그라드는 과잉 연출이 주를 이루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괜찮은 가족영화입니다. 너무 뻔해서 관객들이 외면할만한 영화속에 로봇이라는 소재를 넣어 흥미를 자극한 꼼수가 돋보였달달까요.

 

P.S:

1.칼 윤의 눈알 부라리는 연기는 정말이지... 아 웃겨서 죽는지 알았음다. 동양배우치고 이게 먹히는건 이소룡 뿐인듯.

2.악역(?)으로 나온 케빈 듀런드는 [엑스맨 오리진: 울버린]에서 휴 잭맨의 울버린과 쌈박질을 벌이는 블롭(프레드 듀크스)으로 나온 바 있죠. 여기서도 휴 잭맨과 붙습니다.

3.후반부에 들어서는 확실히 [록키]의 오마주가 드러나더군요. 뭐... 보시면 압니다.

4.제작이 스티븐 스필버그더군요. 쌍팔년도 이전 시절만 하더라도 홍보문구에 '스티븐 스필버그'만 들어가면 흥행을 보장받았었는데 이젠 자막처리도 안해주더라구요.

5.숀 레비 감독은 이만하면 가족영화 전문으로 크리스 콜럼버스의 뒤를 이어도 될 듯 합니다.

6.리처드 매드슨의 '스틸'은 1963년 [환상특급]의 시즌5에서 두번째 에피소드로 방영된 바 있습니다. 이때 주연은 리 마빈이었죠. [리얼 스틸]과는 달리 굉장히 슬픈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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