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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 한국형 에듀테인먼트의 도약

페니웨이™ 2012. 1.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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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99년, 내가 캐나다에 있을때인거 같다. [토이 스토리 2]를 보러 극장엘 갔는데, 시작 전에 [다이너소어]의 예고편을 틀어줬다.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졌다. 세상에… 저런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쥬라기 공원]에서 느꼈던 충격과는 또다른 느낌. 막상 [다이너소어]를 봤을땐 무척 재미가 없었다만… 여튼 상상만했던 고대 원시생태의 모습이 실사영화처럼 실감나는 화면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는 언제쯤 한국에서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많은 세월이 흐르긴 했다. 2008년 EBS를 통해 방영된 [한반도의 공룡]은 비록 메이저 상업영화의 완성도와 절대적인 비교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공룡의 생태계를 조명한 한국 최초의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제법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EBS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작품은 이후 그림책, 스티커, 장난감 등 OSMU(원소스 멀티유즈)의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컨텐츠 부족의 핸디캡에 시달리는 한국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한반도의 공룡]이 보여준 전략적 확장과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그 정점에 선 궁극적인 완성체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크게 두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이 작품은 TV용 다큐멘터리를 극장용 영화로 재구성했다. 기존의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옮기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극영화를 만든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본 작품은 일종의 에듀테인먼트적인 기능을 추가해 스토리를 베이스에 깔고 그 위에 백악기 시대 공룡의 생태계를 조명하는 방법을 택했다.

두번째는 이 작품이 순수 토종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사실 [용가리]나 [디 워], [7광구] 등 유사한 크리처 장르에서 시도된 국내의 기술력이 항상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을 보면 풀 CG로 승부를 건 본 작품도 그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더불어 3D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터인데, 나 스스로도 [아바타] 이후 유행처럼 번진 3D 영화의 존속여부에 대해서 비교적 회의적인 쪽으로 기운터라, 굳이 본 작품에서까지 3D를 필수사항으로 넣었어야 하는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EBS,㈜드림써치 All rights reserved.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을 살펴보자.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TV판에서 사용된 양념만을 가져와 새로운 요리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주된 플롯은 육식공룡 타르보 사우르스인 점박이와 애꾸눈 티라노 사우르스의 숙명적인 복수혈전이 되겠다. 어릴때 가족을 잃고 홀로 성장한 점박이가 약육강식의 백악기를 생존하면서 애꾸눈과의 질긴 악연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권모술수같은 요소가 빠진 [라이언 킹]을 감상하는 기분이 될 듯 하다. 온순한 초식공룡이 아닌, 흉폭한 인상의 육식공룡이 주인공이라는 발상은 제법 획기적이기까지 하다.

이야기는 단순화 된 감이 없지 않고, 어쨌거나 공룡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먹고 먹히는 공룡들의 먹이사슬과 치열한 생존의 법칙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아마도 플롯을 단순하게 만든 건 공룡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소년관객층을 겨냥한 의도인 듯 한데, 끊임없이 등장하는 공룡들의 육탄전이 나름 흥미롭긴 하나 극의 비중을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는 면이 있긴 하다. 오히려 이러한 액션이 예상외로 리얼하게 처리되어서, 여아들에게는 조금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기술적인 부면에서는 좀 더 조심스런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듯 한데, 우선 적어도 [용가리]나 [디 워] 같은 작품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기존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만큼 풀 CG애니메이션의 표현력이나 질감, 그리고 3D 효과는 ‘국산이라서 실망’하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고,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와 비교선상에 올릴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중간점검으로 평가하자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고, 완성도도 뛰어나다. 오히려 소외된 상황에서도 이만큼의 결실을 맺게된 제작진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고 싶은 심정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제법 준수한 작품이다. 한동안 명맥이 끊기다 시피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다변화와 특히 부족한 컨텐츠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측면에서도 나무랄데가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작년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국내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은 이미 희망의 빛을 보았다. 완전히 살아난 건 아니지만 도약의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도전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갈길이 가시밭길이 될 것인지 평탄한 길이 될 것인지가 가려질 듯 하다. 나는 당연히 후자에 기대를 건다. 그리고 이 땅위에 더 많은 도전자가 등장해 선의의 경쟁을 할 날을 꿈꾼다.


P.S: 명색이 '한반도의 공룡'인데, 정작 '공룡'만 있고 '한반도'는 없다는 게 아쉽긴 하다. 티라노 사우르스가 한반도에서 발견된 것은 아닐터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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