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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기대작 순위권에서 광탈하기 시작했던게. 아마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부터가 아니었을까 싶지만 그래도 [트랜스포머 3]까지는 일말의 기대감이란게 있었다. 그 기대감마저 깨버린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거대 로봇의 로망을 품은 많은 이들에게 환상을 선사했던 마이클 베이는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트랜스포머]의 성공요인은 단순한 블록버스터이기 전에 이 작품이 꿈에 그리던 로봇영화의 실현, 더 나아가 소년과 로봇이 만나 성장해가는 그럴싸한 감성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희석되어가는 인간들의 드라마와 슬슬 질릴때가 되어버린 로봇들의 무미건조한 액션 세례는 [트랜스포머]를 파괴와 폭발이 전부인 팝콘 무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시리즈가 마땅히 가져야 할 미덕이 상실된 것이다.

시리즈 네번째 작품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드라마를 제거한 [트랜스포머]가 어떤 결과물이 되는지 명쾌하게 알려준다. 이 작품은 처음으로 소년의 감성을 완전히 배제한 작품이다. 샘 윗위키가 빠진 [트랜스포머]라... 하긴 최근 샤이아 라보프의 돌출 행동을 봐선 그가 등장한다고 해서 시리즈가 잘될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어떤 감수성을 가지고 출발했는지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은 정말 이상하게 방향을 잡은 영화다. 리부트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씨퀄로 보기에도 전작과의 연계점이 별로 없다.

ⓒ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 케이트 예거는 엉터리 로봇을 만드는 발명가란 사실 외엔 딱히 [트랜스포머]에 어울리는 캐릭터도 아니다. 무능한 가장인 그는 딸의 혼전순결에 광적인 집착을 보일 뿐 샘처럼 순수한 정의감에 불타오르거나 오토봇과 행동을 같이할 만한 충분한 동기부여도 없이 어찌어찌하다보니 세상을 구하는 인물이 된다. 그런데 이 무능한 소시민이 중반 이후에는 CIA 요원과 맞짱 뜰 정도로 싸움도 겁나 잘하고 총질도 백발백중이니 이건 캐릭터의 성장을 넘어 변신(Transform)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인 로봇에게도 개성이 없다. 대장다운 품위와 카리스마가 사라진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해 다혈질에 촐싹대는 범블비, 그리고 새로 가세한 오토봇 모두가 기존 멤버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만큼 비호감이다. 심지어 로봇의 변신 장면에서도 실망스러운 것이, 트랜스포늄을 이용한 로봇의 변신 기믹은 내가 지금 어사일럼의 [트랜스모퍼]를 보고있나 싶을 정도로 무성의하다.

이 모든 단점이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대한 기대치를 0으로 놓고 봐도 두드러진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러닝타임이 164분에 달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그만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게 많아서라든가 할 이야기가 많아서가 아니다. 그냥 닥치는대로 이거 저거 집어놓고 이 중 하나는 관객의 맘에 드는게 하나라도 있겠지 라는 심정에서 찍은게 아닐까.

꾸준히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노력도 없이 [트랜스포머] 프렌차이즈는 서서히 추락중이다. 물론 대대적인 투자를 받은 중국 덕분에 이번에도 흥행참패는 면하겠지만 로봇 액션물의 기념비적인 영화라는 명예는 이미 사라진듯 하다. 얍삽하게 도망친 갈바트론의 '두고보자'는 말과는 달리 아마도 다음번 [트랜스포머]를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는 그만 [트랜스포머]를 떠나보내야 할 때다. 적어도 마이클 베이의 손에서는.

P,S:

1.전반 락다운, 후반 갈바트론의 이분법적인 구성은 참 좋았는데, 문제는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거. 홍콩씬 부터 대략 하품을 30번은 한 듯.

2.소피아 마일즈 같은 배우를 소모시키는 것도 감독의 재주라면 재주인가. 도대체 뭐하러 등장시킨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리빙빙은 이해라도 가지.

3.시리즈가 계속된다면 결국 끝판왕은 유니크론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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