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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비욘드 - 무난함의 미덕, 트레키의 감성을 자극하다

페니웨이™ 2016. 8.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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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비욘드]는 이 세계관을 훌륭하게 리부트한 J.J.가 [스타워즈]로 가는 것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여러 불안 요소를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다. 먼저 후임으로 선임된 로베르토 오씨-그는 1,2편의 각본을 쓴 인물이다-가 감독으로 내정되었지만 각본 과정에서 심각한 불협화음을 내며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일단 로베르토 오씨가 구상한 [스타트렉 비욘드]의 각본은 대략 이렇다. 벌칸과 다른 외계 종족이 시간여행 장치를 손에 넣으려는 쟁탈전을 벌인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벌칸족 행성이 파괴되는 것을 시간을 되돌려 막으려는 것이다. 또 한번의 시간여행 설정을 통해 노년의 커크선장(윌리엄 샤트너 분)과 젊은 커크가 조우할 수 있게 된다.

로베르토 오씨가 윌리엄 샤트너의 출연을 얼마나 간절히 희망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문제는 위와 같은 스토리의 전개시 [스타트렉: 더 비기닝],[스타트렉: 다크니스]와의 설정 충돌로 각본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고 앞의 두 작품을 흑역사화 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 제작사는 이 기획안을 폐기시킨다. 이 문제로 로베르토 오씨는 감독직에서 하차했고 결국 여러 감독이 물망에 오른 끝에 [분노의 질주] 프렌차이즈를 기사회생 시켰던 저스틴 린에게 중책이 주어진다.

이렇게 간신히 프로젝트에 청신호가 들어왔나 싶었더니 [스타트렉]의 영원한 ‘스팍’ 레너드 니모이에 이어 프로듀서 하브 베넷의 부고가 연이어 전해졌다. 촬영이 마무리 된 시점에는 ‘체코프’ 안톤 옐친이 27세의 나이로 어이없는 사고사를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스타트렉: 비욘드]는 이러한 불안 요소들과 악재를 말끔히 극복한 작품이다. 우선 [스타트렉: 비욘드]는 1,2편의 연계성을 최소화하면서 독자적인 이야기를 펼치며 자체적인 완결성을 높였다. 그렇다고 에이브람스의 1,2편과 완전히 따로 노는 그런 이질감을 보이지도 않는다. 시리즈의 성격은 그대로 흡수하되, 저스틴 린의 연출 성향을 잘 절충해 냈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번 작품에서 커크는 함장직을 내려놓고 승진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스팍은 자신의 부고(!)를 접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추스리기에 여념이 없다. 서로 각자의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와중에 구출 임무가 주어지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대원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이한다. 엔터프라이즈의 승무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일종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본디 정적인 SF였던 시리즈가 [스타트렉: 더 비기닝]으로 리부트 되면서 다분히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SF 액션물로 진화되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타트렉: 비욘드] 역시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범죄물에서 액션 블록버스터로 개조시킨) 저스틴 린의 작품이니만큼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화끈한 액션이 펼쳐진다. 다만 그러한 비주얼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로만 보면 TV판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매우 많다. 전반적으로는 TV판을 극장용으로 업스케일링한 느낌. 따라서 1,2,3편을 통틀어 가장 오리지널 [스타트렉 T.O.S]에 가까운 작품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이번 작품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재미의 요소는 바로 유머다. 이는 아마도 사이먼 페그가 각본에 가담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인 듯 한데, 스팍의 비중이 전편에 비해 줄어든 대신 본즈의 개그 본능이 빛을 발해 둘의 콤비 플레이가 상승효과를 낸다. 플롯상 대원들이 모두 흩어져 개별 에피소드가 진행되므로 각 크루의 개성과 매력이 시리즈 중 가장 잘 드러나는 면에서도 각본의 우수함을 증명한다.

혹자는 [스타트렉: 비욘드]의 무난함이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존의 [스타트렉]에 빠져든 관객의 입장이라면 이번 작품이 주는 재미의 요소들, 특히 많은 부분들에서 트레키들의 감성을 자극할 오마주와 자기복제가 이뤄져 사실상 J.J, 에이브람스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준수한 완성도를 갖췄다는 건 정말이지 기대 이상의 성과다.

이만하면 흥행 논리만으로 시리즈를 이어가는 헐리우드 시리즈물 가운데서도 훌륭한 3부작의 마무리가 아닐까. 이미 4편의 제작이 확정되었지만 현재로서도 불만은 없다.

P.S

1. 악당 크롤 역의 이드리스 엘바는 전편의 악당들에 비해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 듯. 나름의 사정을 가진 캐릭터이지만 조금 부족한 느낌.

2. 개인적으로는 쌍제이의 렌즈플레어를 안보니 눈이 편해졌다.

3. 쿠키는 없지만 엔딩 크레딧 직전에 레너드 니모이와 안톤 옐친을 추모하는 자막에서 울컥 울컥. ㅠㅠ

4. 사실 로베르토 오씨에게 뭔 잘못이 있겠나. 1,2편의 성공은 사실 그의 손끝에서 나온 좋은 각본 덕택인 것을. 그저 트레키들이 환장할만한 요소를 찾다보니 결국 윌리엄 샤트너를 넣어야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칠뻔 한 것 같다. 뭐 언젠가 노년의 커크 선장이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은 나와주지 않을까 싶다만 4편의 시나리오에 이미 커크의 아버지와 커크가 조우한다는 설정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대략 5,6편쯤에 가서야 논의되지 않을까. 

5.본 작에서 술루를 살갑게 맞이하는 건 미모의 여성이 아니라 한 남자다. 이는 TOS 시리즈의 원조 술루 조지 타케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는 트레키들에겐 깨알같은 패러디라 할 수 있겠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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