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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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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관객이 영화를 평가했다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사상 최초로 관객의 삶에 대한 경험수준과 이해력을 평가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지존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기쁨을 느낄 것이고, 고수라면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수라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게임을 다시 접속하고 싶어지겠지. 하수라면 아예 영화를 보지도 않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가져올 파장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장선우 감독 (한 언론과의 인터뷰 중)



2002년 8월 12일,[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하 성소)의 워크프린트 시사회가 열렸을 때 기자들의 반응은 정말 참혹할 정도였습니다. 110억이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의 이점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는 점에 한결같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요. 물론 참신한 느낌의 블록버스터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혹평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습니다. 결국 제작사에서는 비상이 걸립니다. 애초에 워크프린트 시사회를 하면서 '부분 수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진행했으나 반응이 예상보다 너무 안좋았던 것이지요.

최종 편집판을 작업하면서 제작사는 '지루한 7분을 삭제하고 재미있는 7분을 추가했다'면서 필사적으로 [성소]의 혹평에 대한 진화작업에 나섭니다. 장선우 감독 역시 '워크 프린트는 흥행 참패 버전, 완성 프린트는 대박 버전'이라며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대응했는데요, 실제로 사람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태평스러울까?'하며 내심 [성소]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장선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성소]의 손익분기점은 최소 400만명 관객을 넘겨야 가능했는데요, 장 감독은 '400만명? 그까이꺼~"  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하긴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친구] 등 한국영화도 몇백만은 기본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었으니, 설마 100억이 넘게 들어간 영화가 그정도 관객도 안나오겠느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요.

그리고 한 달 뒤, 2002년 9월 13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대중앞에 공개됩니다. 천신만고 끝에 개봉된 [성소]는 도대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성소]는 '액션 신비극'을 표방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주(김현성 분)는 게임방에서 게임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중국집 배달원인데, 게임방 알바인 희미(임은경 분)를 짝사랑하고 있지요. 어느날 주는 희미를 닮은 성냥팔이 소녀를 만나 라이터를 구입하게 되는데, 라이터에 적힌 전화번호를 통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튜브엔터테인먼트/기획시대 All rights reserved.


게임에 접속한 주는 현실과 가상 공간이 혼재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게임안에서 주어지는 미션을 완수하게 됩니다. 게임의 주 목적은 성냥팔이 소녀를 구출해 사랑을 얻어내는것. 물론 게임에는 적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제거해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간단히 소개된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성소]는 [매트릭스]이후 영화 장르의 트랜드가 되어 버린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게임속 가상 현실내에서 마치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특수효과와 액션의 향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쉽게도 결과물은 그렇게 썩 좋지 않았습니다.

워크프린트 버전의 시사회때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갈팡질팡했고, 도대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우리의 임은경은 고작 '성냥 사세요~'라는 대사밖엔 못하는 것인지, 무엇보다도 110억이나 되는돈을 어디에 갖다 퍼부은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는 겁니다.

ⓒ 튜브엔터테인먼트/기획시대 All rights reserved.


장선우 감독은 [성소]를 통해 장자의 '호접몽'부터 '금강경'에 카오스 이론까지 온갖 동서양의 철학적 요소들을 버무려 잡탕찌게를 끓여놓고선 간도 제대로 보지 않은채 관객에게 들이미는 불친절함의 극치를 맛보게 한 것입니다. 엄연히 '장르영화'의 재미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나 평론가들로서는 이 작품의 발칙한 태도에서 몹시 불쾌함을 느꼈으며, 사상최고의 제작비에 그나마 볼거리도 빈약한 촌스러움을 보며 이 작품이야 말로 '성냥팔이 소녀의 재앙'임을 직감해야 했지요.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에 관객이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그 어떤 심오한 의미가 있는게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영화게시판에 남겼다가 다굴을 당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장선우 감독의 이름값이나 임은경이란 배우의 상품성, 그리고 110억이라는 숫자에 낚인 관객들은 성냥팔이가 아니라 '성난파리'마냥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 Media 2.0 INC. All rights reserved.


거기에 신인들로 구성된 캐스팅이라 연기력은 고사하고 한국어 발음도 제대로 안되는 진싱의 등장 (애처롭게도 진싱의 캐릭터는 ‘라라’라는 이름인데 아시겠지만 [툼레이더]의 바로 그 라라 크로프트에서 따왔습니다 ㅡㅡ;;)은 관객들의 짜증지수를 200% 증가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가수 강타의 등장은 다소 의외였는데, 그의 출연을 두고도 좋은 말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관객동원에 자신이 없으니까 강타의 열혈팬들을 모으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거든요. 뭐 원래의 목적이 그랬다 하더라도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던 셈이지만요.

ⓒ 튜브엔터테인먼트/기획시대 All rights reserved.

성냥팔이 소녀의 떡실신?


결국 [성소]는 온갖 잡음과 비판여론속에 흥행수익 5억원, 관객동원 전국 7만명이라는 경이적인(?) 쪽박을 기록하며 충무로 사상 최대의 재앙급 작품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실패의 상당수 책임이 장선우 감독에게 있었는데요, 개봉실패를 둘러싼 각종 메스컴의 질문에도 그는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태도로 일관해 더욱 구설에 올랐습니다.

그 중 한가지는 '100억원짜리 큰 보시한 셈 치자, 적어도 금강경은 세상에 알리지 않았나'라는 발언이었는데요, 말이 100억이지 1억이 날아가도 아까울 판국에 100억을 날린 장본인이 이렇게 당당하게 말했다는 사실에 비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게다가 시종일관 장 감독은 [성소]를 마치 '저주받은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을 만한 작품으로 스스로가 평가함으로서 정작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대중들이나 평론가들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하는 대담함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선우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성소]는 오늘날까지도 그 누구하나 컬트작의 반열에 올려놓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성소]는 영화자체보다도 영화의 제작과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먹튀판'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괴작이라 부를만 합니다.

ⓒ NHN Corp.All rights reserved.

5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성소]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소]의 제작과정중 가장 큰 문제점은 애초에 제작비를 지원한 제작사측이 장선우 감독 한사람에게 모든걸 일임했다는 것, 즉 그가 영화를 말아먹건 성공시키건 오로지 그의 손에 달려있는 상황을 방관했다는 겁니다. 물론 주도권을 잡기위해 적지 않은 마찰도 있었습니다만, 감독의 잠적이라는 유례없는 사태와 더불어 묻지마 촬영을 감행하는 감독에게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는 것 자체가 화를 자초했다고나 할까요.

제작사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감독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헐리우드의 시스템에 비하자면 그래도 감독의 의견을 따라주는 국내 영화계의 여건이 좀 더 나아보이긴 합니다만 이건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제작자의 입김이 하도 쎄서 말아먹은 영화는 여럿 봤어도 고집불통 감독을 다루지 못해 쪽박찬 케이스는 드문 편이거든요. 하긴 제작비 110억보다 극장료 7천원이 아까운 영화였다면 더 이상 무슨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쩝.


P.S: 이걸로 영화 데뷔부터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한 임은경은 그 가치가 갈수록 하락하더니만 요즘은 영화판이건 CF에서건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ㅠㅠ

이 글이 2008.4.19 일자 '미디어몹'에 해드라인으로 실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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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얼마전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가 최근 건강을 회복하신 영화 리뷰어 은사장님(http://eunkyunglove.tistory.com/)의 회복을 기념하는 의미로 작정한 리뷰입니다.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튜브엔터테인먼트/기획시대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성소] 시사회 사진(ⓒ 2007 OhmyNews. All rights reserved.), FILM 2.0(ⓒ Media 2.0 INC. All rights reserved.), 네이버 영화(ⓒ NHN Corp.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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