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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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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괴작 슈퍼히어로, [팬텀]의 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아직 안보셨다면 냉큼 이리로 가서 보고 오세욧!) 앞서 이야기에서 보셨듯 지금이야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들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는 있지만 CG의 은총을 받지 못했던 8,90년대의 슈퍼히어로들은 상대적으로 빈티나는 특수효과에 그닥 폼도 나지 않는 코스튬을 입고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될 확률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시대를 잘못 타고난 괴작들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오늘은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1980년대에 소개되었던 희안한 슈퍼히어로(라고 부르기가 좀 민망한) 괴작 한편을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73년 미국의 마블 코믹스 사에서 '데어데블', '아이언맨'의 에피소드를 썼던 스티브 거버는 '맨-씽'의 작화를 담당하고 있던 발 메어릭과 함께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탄생시켜 'Adventure into Fear' 제 19권에 발표합니다. 그 슈퍼히어로의 이름은 '하워드 덕' (원제는 'Howard the Duck'입니다만 '더덕' 하면 왠지 어감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도라지도 아니고... ㅡㅡ;;) 이었는데요, 다분히 월트 디즈니의 도날드 덕을 닮은 이 캐릭터는 물새가 영장류 형태로 진화한 다른차원의 덕 월드(Duck world)에서 지구로 소환된 존재로 묘사됩니다.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당시 '하워드 덕'의 컨셉은 의인화 된 웃기는 동물 캐릭터 정도였으며, 지구에 와서 만나게 된 비벌리라는 아가씨와 함께 각종 트러블에 휘말리는 모험담을 사회 풍자적인 내용 혹은 장르의 패러디로 다루었습니다. 처음 '하워드 덕'이 등장할 당시에는 다른 만화속의 오리 캐릭터처럼 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디즈니 측에서 '도날드 덕'의 무단도용이라는 혐의로 법적 소송을 준비할 움직임을 보이자 바지를 입힌 캐릭터로 재탄생하게 되지요. 작품속에서 하워드는 셔츠와 넥타이를 메고 시가를 피우며 갖은 똥폼을 잡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도날드 덕의 짝퉁 비스무리하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워드 덕'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해서 후에 스파이더맨, 쉬 헐크, 고스트 라이더, 엑스맨의 주인공들과 조우하며 마블 세계관을 총 집대성한 '시빌 워'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Civil war'에 참여하기까지 하는 하워드 덕.


이렇게 인지도를 굳히 '하워드 덕'은 마침내 한 영화 제작자의 눈에 띄게 되는데요, 그 제작자가 바로 조지 루카스라는 불세출의 거물이었습니다.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으로 박스오피스를 초토화 시키고, [인디아나 존스] 두 편 마저 연속으로 히트시키는데 성공한 루카스는 1986년 두 편의 야심작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 중 한편은 짐 헨슨과 손잡은 [라비린스]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삼은 [하워드 덕]이었습니다.

특히 [하워드 덕]의 경우는 상당히 야심차게 계획된 작품이었는데요, 그 증거로 [아메리칸 그레피티],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 루카스와 호흡을 맞췄던 각본가 윌라드 휴익과 글로리아 캐츠가 다시 한번 작업을 함께하게 됩니다. 특히 윌라드 휴익은 이번 작품에서 각본과 더불어 감독을 겸하는 중책을 맡습니다.

ⓒ Lucasfilm Ltd./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국내 개봉당시 [하워드 덕]의 전단지. '악마적 액션'이니, '우주적 환타지아'니 하는 호들갑스런 문구가 무척 인상적이다. ㅡㅡ;;


무려 3700만 달러의 거금이 투입된 이 작품에는 지난해 [백 투 더 퓨쳐]로 스타덤에 오른 리 톰슨이 경쟁자 피비 케이츠를 물리치고 하워드 덕의 파트너인 비벌리 역에 전격 발탁되었고 아카데미상을 5차례나 수상한 음악가 존 베리가 작곡을 하고 루카스 사단의 핵심 기술팀인 ILM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등 당시 흥행이 될만한 요소 (하이틴 스타의 등장과 특수효과가 적절히 사용된 가족용 SF영화)는 모두 갖춘 셈이 되었습니다.

그럼 먼저 [하워드 덕]의 스토리를 잠시 살펴보실까요?

영장류가 아닌 오리들만 살고 있는 세계에 거주하던 하워드는 어느날 지구에서 쏘아올려진 유인광선을 맞고 지구로 끌려오게 됩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느닷없이 지구에 떨어진 하워드는 때마침 밤무대 공연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한 비벌리(리 톰슨 분)를 깡패들로부터 구해내며 '히어로 본색'을 드러냅니다.

ⓒ Lucasfilm Ltd./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것을 계기로 비벌리의 집에 거쳐하게 된 하워드는 비벌리의 친구이자 과학자인 필(팀 로빈스 분)을 소개받게 되어 고향별로 돌아갈 방법을 모색합니다만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대로 신세만 지고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직업을 구하러도 돌아다녀 보지만 제 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누가 사람처럼 돌아다니는 오리에게 일자리를 주겠습니까?

근데 때마침 하워드를 지구로 소환한 장본인인 제닝 박사(제프리 존스 분)가 필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찾아와 하워드를 돌려보낼 계획을 세우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그만 우주의 암흑대마왕 (ㅡㅡ;;)이 소환되어 버리고 맙니다. 제닝 박사의 몸에 들어간 대마왕은 지구를 초토화시킬 목적으로(이유가 뭔데!) 더 많은 대마왕을 떼거지로 소환시킬 계획을 세우고, 이제 우리의 슈퍼히어로 오리아저씨, 아니 하워드 덕이 그 음모에 맞서기 시작합니다. 과연 하워드 덕은 대마왕을 물리치고 고향별에 돌아갈 수 있을런지...

ⓒ Lucasfilm Ltd./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원작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실사판 [하워드 덕]은 원작의 캐릭터와 외모만 빌려왔을뿐 설정이라든지 기타 내용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이야기라는 점을 느끼실 겁니다. 우선 비벌리가 밤무대 가수라는 것부터가 원작과는 많이 다른 설정이지요. 이 하워드 덕의 의상에만도 무려 2백만 달러가 소모되었고 6명이나 되는 배우가 번갈아가며 하워드 역을 소화해냈습니다.

이렇게 조지 루카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야심작 [하워드 덕]은 1986년 8월 1일 미국 1554개의 극장에서 동시 개봉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개봉 3주차로 약발이 떨어져가던 [에이리언2]를 누르기는 커녕 B급 쌈마이 슬레셔 무비의 6번째 작품 [13일의 금요일6]에도 못미치는 500만 달러의 처참한 수입을 기록하며 오프닝 순위 3위의 굴욕적인 데뷔를 치룹니다. 결국 [하워드 덕]이 북미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1629만 달러. 제작비의 절반도 못건진 참패를 경험하게 된 것이지요.

개봉 당시 저명한 영화 평론가 레너드 마틴은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영화.... 이 거대한 제작물은 거대한 두통을 안겼다"면서 혹평을 가했고, 로저 에버트 역시 '1986년 최악의 영화'로 [하워드 덕]을 선정하는 등 그야말로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던 조지 루카스는 그해 생애 최악의 시기를 맞아하게 됩니다. 그에 더해 이혼한 전처와의 위자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재정적인 압박은 점점 그의 숨통을 조여 왔고, 급기야 자신이 세운 '픽사 스튜디오'를 매각하기에 이릅니다. 이렇듯 [하워드 덕]에 대한 조지 루카스의 실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현재까지도 북미지역엔 DVD조차 출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사실 흥행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를 떠나서 당시에 이 영화를 접했던 분들 이라면, [하워드 덕]이 무척이나 재밌는 영화였다고 기억하실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CG가 전무하다시피한 시기에 미니어처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의 특수효과를 사용했던 ILM의 기술력은 여전히 대단한 것이었고, 가수로 변신한 리 톰슨의 은근 므흣한 매력이라든가 무명시절 팀 로빈스의 풋풋한 코믹연기가 돋보이는, 가족영화로서는 별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 Lucasfilm Ltd./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이건 라이트닝 포스? 도대체 언제까지 [스타워즈]를 울궈먹을 생각이었던 거냐!


특히나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암흑 대마왕의 섬세한 디테일은 비록 미니어처 사용인 것이 티가 나긴해도 당시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실로 감탄스러운 결과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의 헐리우드 흥행작에서는 볼 수 없는 80년대만의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달까요. 하지만 극중 [레이더스]를 패러디한 장면의 등장이나 [스타워즈]에서 여러차례 써 먹은 '라이트닝 포스' 기술을 연상시키는 시퀀스 등 루카스의 자의식이 지나치게 투영된 일부 장면들은 [하워드 덕]이 마블사의 슈퍼히어로가 아닌 조지 루카스 식 아동물에 가깝다는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오리와 인간 처자의 러브러브 모드라는건 좀... ㅡㅡ;;;;)

ⓒ Lucasfilm Ltd./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레이더스]를 패러디한 '브리더스' 포스터


오늘날 조지 루카스의 이름하면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외에는 별다른 작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만약 그가 1980년대 내놓은 3편의 대형 오락물([라비린스], [하워드 덕], [윌로우])이 흥행에 실패하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좀 더 다채로운 영화들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이제 어느덧 60대 중반에 들어선 루카스가 남아있는 생애를 [스타워즈]에 올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모험보다는 수익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은 당시의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어찌되었든 [하워드 덕]은 제 추억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괴작이 되어 버렸군요.



* [하워드 덕]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ekehiko Inoue/ Shueisha-Toei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스틸: 하워드 덕 코믹스 스틸(ⓒ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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