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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열전(古典列傳)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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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마지막 블록버스터, [나는 전설이다]가 연말의 극장가를 달구었듯이, 올해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지구가 멈추는 날]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작품 모두 고전영화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영화인데다 근미래의 지구에 있게 될 재앙을 소재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이번 시간에는 [지구가 멈추는 날]의 오리지널 작품인 1951년 작 [지구 최후의 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구 최후의 날]은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걸작 뮤지컬 영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연출한 SF영화입니다. 뮤지컬로 알려진 감독의 SF영화라.. 왠지 낯선 느낌이 들지만 의외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1971년작 [안드로메다의 위기]나 1979년 작 [스타트렉: 극장판] 등 SF영화의 연출에 있어서도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한 거장입니다.

Andromeda Strain(ⓒ Universal Pictures)/ Star Trek(ⓒ Paramount Pictures)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SF영화. [안드로메다의 위기], [스타트렉: 극장판]


사실상 1950년대는 SF영화사상 기념비적인 작품들로 풍년을 이뤘던 황금기였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외계의 침입자]나 [금단의 혹성] 등 SF계의 기라성같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 바로 이 시기였거든요. [지구 최후의 날]은 그런 흐름의 첫단추를 끼운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영화입니다.

[지구 최후의 날]은 매우 빠른 전개로 시작됩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느닷없이 미국 워싱턴 D.C.에 외계에서 온 UFO가 착륙합니다.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미국측에서는 완전 무장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외계인의 등장을 기다리지요. UFO에서 나온 외계인은 의외로 사람과 똑같은 모습을 갖춘 지성인이었습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그는 지구를 위협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면서 자신을 소개하지만 지구인에게 줄 선물을 꺼내는 동작을 잘못 오해한 (어딜가나 그놈의 '오해'가 문젭니다. ㅡㅡ;;) 한 군인의 총격으로 외계인은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됩니다. 그러자 우주선에서 나타난 외계인 로봇 고트(Gort)가 군인들의 무기를 삽시간에 증발시키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지만 다행히 의식이 남아있던 외계인에 의해 사태는 진정이 됩니다.

병원으로 호송된 외계인은 자신을 클라투(KLAATU)라고 소개하면서 미국 대통령 및 전세계 정상들과의 합동면담을 요청하지만 정치적, 이념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진 지구의 특성상 이 요청이 불가능한 것임을 알고는 병원을 탈출합니다. 급기야 미국 전역에는 초비상이 걸리고 탈출한 클라투는 자신을 카펜터라는 신분으로 위장한 뒤 워싱턴의 한 가정집에 하숙하면서 지구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해 줄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과연 이 외계인은 무엇 때문에 지구에 왔으며 그가 지구인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왜 개인이 아닌 전세계의 지도자들과 함께 면담하기를 요청하는 것일까요? 영화는 미스테리적인 의문을 남기며 전세계의 전기가 30분간 정지되는 극단의 사태로 치닫게 됩니다.

간단한 내용설명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흑백영화시절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 기법과 SF의 오락적 요소를 버무린 혼합 장르의 성격이 강한 영화입니다. 이 작품에서 와이즈 감독은 핵 에너지 사용의 위험성과 미국인들의 과잉방어적 가치관, 그리고 전쟁이 없는 이상향의 추구라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외계인 클라투를 통해 묘사되는 유토피아의 이념은 다분히 경찰국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지구 최후의 날]에서 제시하는 것은 UN이라는 다국적 연합체에 외계인 로봇 '고트'로 상징된 절대 권력을 부여해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게 하자는 의미로 보입니다만 실제 오늘날까지 경찰국가로서 군림해 온건 껍데기 뿐인 UN이 아니라 미국이었다는 사실은 어딘가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군요. 오늘날 미국이 저지르고 다니는 짓을 보건데 과연 이런 경찰국가의 존재가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이 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외계인 클라투가 '카펜터'라는 가명을 쓴다는 점입니다. 이름만 카펜터(목수)가 아니라 죽은후 한번 부활한다는 점, 그리고 평화적인 목적으로 지구에 왔으나 인간들에 의해 적대적인 공격을 받는다는 점, 궁극적으로 지구의 종말에 대해 경고한다는 점 등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내용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작품에서 감독은 클라투의 모습에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메시아를 투영하고 있습니다. 더 재밌는건 리메이크작 [지구가 정지하는 날]의 클라투를 맡은 배우가 키아누 리브스라는 점인데요, 키아누 리브스하면 떠오르는 [매트릭스]의 네오와 [콘스탄틴]의 존 콘스탄틴.... 음 뭔가 캐릭터에 있어서 기묘한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나요?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리메이크작 [지구가 정지하는 날]의 클라투 역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


한편 오늘날 UFO의 전형이 되어버린 둥그런 원반형의 비행접시와 최첨단 로봇, 레이저 광선 등 숱한 SF영화에서 보아온 온갖 요소들을 이 한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진귀한 경험입니다. 비록 개봉된지 반세기가 흐른 고전입니다만 여전히 영화계에서는 훗날 외계인의 지구침략을 다룬 소재의 영화들에 무수한 관습적 클리셰를 제공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이나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 심지어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도 이러한 [지구 최후의 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일 정도니까요. 물론 저급한 상업적 포장물인 [인디펜던스 데이] 따위는 [지구 최후의 날]의 비교대상조차 되지 못할 테지만요.

[지구 최후의 날]은 요즘 영화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릴과 교훈,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지닌 수작입니다. 비록 영화 자체는 B급무비의 저예산 정서를 표현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블록버스터급 아류작들에 비하면 여전히 일류급 영화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개봉을 앞둔 [지구가 멈추는 날]이 과연 원작의 깊은 매력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런지 기대가 되는군요.



* [지구 최후의 날]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0th Century Fox.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안드로메다의 위기((ⓒ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타트렉: 극장판(ⓒ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지구가 멈추는 날(ⓒ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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