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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극 8

나이브스 아웃 - 정통 미스터리물에 대한 뛰어난 헌정작

[나이브스 아웃]은 재작년 [스타워즈 Ep.8: 라스트 제다이]로 인해 스타워즈 팬들로부터 융단폭격을 맞았던 라이언 존슨 감독의 신작입니다. 아마 이 사실만으로도 영화를 기피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선입견은 금물. 사실 라이언 존슨은 저예산 영화 [브릭]으로 주목받았던 감독입니다. 고등학생이 주연이지만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형식을 차용했던 이 작품은 고전적인 클리셰와 더불어 탄탄한 플롯이 어우러져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었지요. 바로 [나이브스 아웃]이 그런 감독의 재능을 십분 발휘한 영화입니다. 포스터에서 느껴지듯 본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 문학의 전형적인 저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고전 추리극입니다. 뭔가 심상찮은 관계로 엮여있는 수상한 가족들과 큰 저택, 그리고..

영화/ㄴ 2019.12.18

모든 것이 F가 된다 - 색다른 이과적 미스터리의 세계

가끔씩 일본산 추리물을 즐겨보긴 하지만 같은 추리물이라 하더라도 영미권의 고전 정통 추리물과는 달리 일본의 작품들에서는 엽기성과 폐륜적인 코드가 종종 발견되어 때론 부담감과 불편함을 느낄 때 많다. 그럼에도 쉽게 일본 추리물을 끊을 수 없는 건 발상의 기발함과 트릭의 참신성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금단증상. 마치 불량식품이 몸에 나쁜 걸 알면서도 계속 먹게되는 것 처럼. 언젠가 쿄고쿠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망량의 상자]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데, 애니판에 대한 세간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섬뜩하면서도 기묘한 사건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한 연출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후로도 비슷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을 찾아 헤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 적어도 미스터리 분야에서 애니판 [망량의 상..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 한국적 버디물의 발견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을 탐정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많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이인화 교수의 '영원한 제국'이 있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속에서 정약용은 이인몽과 함께 '금등지사'를 둘러싼 조정내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역할을 맡았지요. [정조암살미스터리-8일]이나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같은 TV시리즈에서도 정약용은 실용주의 학자이기보다는 범죄수사관에 더 알맞은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구습에 얽메인 조선시대에 이만큼 실용적이고 개혁적 성향을 드러낸 인물이 전무했다는 방증이겠지요. 최근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역시 정약용을 전면에 내세운 조선시대 미스테리 활극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포스터의 그 촌스런 폰트하며 어정쩡한 김명민의 분장이 영화를 보..

영화/ㅈ 2011.02.07

키사라기 미키짱 - 반전과 웃음의 미학을 잘 살린 오타쿠 추리극

공사중인 한 건물의 옥탑건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의 1주기를 추도하는 팬들의 행사가 시작된다. 이 곳에 모인 사람은 오타쿠처럼 보이는 5명의 남자들. 팬사이트를 통해 서로를 닉네임으로만 호칭하던 이들은 이 자리를 빌어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키사라기를 추모하기 위한 일반적인 오프라인 모임으로 보였던 이 만남은 갑자기 그녀의 때이른 죽음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누군가에 의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분위기로 급변하게 된다. 과연 키사라기 미키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자살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인가? [키사라기 미키짱]은 2003년 후루사와 료타의 원작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서 연극무대 특유의 공간적 한정성을 띈 이른바 밀실 미스테리 형식의..

영화/ㅋ 2010.02.15

4교시 추리영역 -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범죄는 원하는 바를 얻으려 결백을 도살하고 결백은 범죄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운다. - 로베스 피에르 [4교시 추리영역]을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작품을 찍은 배우들이 정작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어떤 영화가 대박날지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것이 영화계의 보편적인 생각이지만 적어도 당사자들은 알았을거다. 자신들의 영화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웬만해서는 남들이 공들여 만든 작품에 대해 가혹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 나일진데 이 영화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이걸 공개할까 말까 몇 번인가를 망설였다. 이제서야 글을 올리는 이유는 [4교시 추리영역]이 모든 극장에서 간판을 내렸기에, 적어도 현재 상영중인 영화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던 내..

영화/#~Z 2009.09.21

용의자 X의 헌신 - 천재 갈릴레오, 호적수를 만나다

* [갈릴레오] 리뷰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지난번 [갈릴레오]의 리뷰에서도 밝혔듯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카와 마나부 시리즈'는 작가 개인에게도 대단히 뜻깊은 작품이다. 일본 장르 소설계의 대가이지만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 수상에서 번번히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가 마침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도 시리즈중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게이고가 '용의자 X의 헌신'에 대해 '내 스스로도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다'라고 할만큼 원작의 완성도는 단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현대문학 pennyway.net2009-07-10T11:37:410.31010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드라마 [갈릴레오..

영화/ㅇ 2009.04.06

갈릴레오 - 모든 추리는 물리학으로 통한다

거의 불모지가 되다시피한 한국의 추리물 시장과는 달리 일본의 추리물은 여전히 인기있고 각광받는 분야다. 멀리 볼 것 없이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 같은 만화만 보더라도 일본인들이 얼마나 추리물을 좋아하고 각광받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는 비단 만화-애니메이션 뿐만이 아니라 정통 추리소설에 있어서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모티브가 된 요코미조 세이치의 긴타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비롯, 에도가와 란포의 니주멘소(괴인 20면상) 시리즈 같이 인기있는 추리물이 제법 많은 것도 이러한 미스테리물이 일본인들에게 매우 있기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제 소개할 [갈릴레오]라는 드라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소설인 '탐정 갈릴레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추리극이다. 일본에서만 1..

드라마, 공연 2009.04.03

추리다큐 별순검 - 신선한 연출이 돋보인 조선판 CSI

최근 미국 TV시리즈의 한 장르로서 부동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CSI 과학수사대]를 아시는가? 사건현장을 수사하는 현장감식반의 사실적인 수사에 기초한 이 매력적인 범죄 드라마는 라스베가스 팀으로 시작해 마이아미와 뉴욕 팀까지 번졌고, [SUV 특수수사대]나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아류까지 속속들이 제작되는 걸 보면 이 드라마가 일궈낸 장르의 개척은 가히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CSI]는 현대 과학 범죄물의 표본을 제시한 획기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예전에도 형사들의 활약상을 담은 무수한 범죄수사물이 등장했었으나 [CSI]는 그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으니, 바로 과학적인 수사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번뜩이는 재능이나 출충한 총솜씨가 아니라 현장에서 범인이 남긴 단서를 토대로 철저하게 검증된 추리..

드라마, 공연 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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