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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81회 아카데미의 최대 수혜자는 놀랍게도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2008년 최대 화제작이었던 [다크 나이트]를 가볍게 누르고 기술부문인 편집상과 음향상, 그리고 촬영상을 가져가더니만 [타이타닉], [마지막 황제]에 이어 연기상 부문을 제외한 주요부문을 모두 석권하는 저력을 보여주며 8개부문 수상의 영예을 안았다. (말이 8개부문이지 오스카를 8개나 가져갔다는건 보통일이 아니다.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가 가져간 오스카 트로피의 숫자는 고작 3개 뿐이다)

아직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접하지 못한 한국 영화팬들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하는 의문이 내내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유명 배우라고는 전무하고 인도라는 다소 낯선 공간적 배경에, [비치] 이후 삐딱선을 타오면서 팬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이 아닌가. 과연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이렇게까지 아카데미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1.스토리 라인  


'Who Wants To Be A Millonaire?'라는 퀴즈쇼에 출연한 18세의 소년 자말 말리크(데브 파텔 분). 그가 경찰서의 취조실에서 구타를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애초에 불가능이라고 여겼던 이 프로의 최종 문제만을 남겨놓고 있는 자말이 빈민가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가 일종의 사기를 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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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lador Films/Pathé Pictures International/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에 자말은 왜 자신이 모든 문제를 맞출 수 있었는지, 자신과 자신의 형, 그리고 고아소녀 라티카가 인도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자라 온 드라마틱한 성장과정을 들려주면서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한다. 설사 그것이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2.원작과의 비교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전 세계적으로 천만부가 팔려나간 비카스 스와루프의 베스트셀러 '질문과 대답(Q and A)'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한 청년이 짧은 인생을 살면서 겪어 온 격동적인 인도의 현대사를 통해 인도의 치부와 현실을 풍자적 시각으로 그려낸 독특한 소설로서 퀴즈쇼의 12문제를 풀어내게 된 경위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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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lador Films/Pathé Pictures International/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각색과정에서 이러한 날카로운 시각을 상당부분 희생해야만 했는데, 소설이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부분이 강조된 것과는 달리 영화는 한 소년의 로맨스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중반까지 어느정도 스피디하고 타이트한 템포로 진행되던 영화의 흐름은 후반부 급격한 멜로코드의 올인으로 인해 참신한 맛이 떨어진다. (이는 원작의 결말과 다소 다른 입장을 취한것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또한 원작의 주인공 이름이 람 모하메드 토마스에서 자말 말리크로 바뀐 것이나(주인공의 이름은 원작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소재가 된다) 초반의 흐름상 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여변호사의 캐릭터가 경찰서의 책임자로 바뀐 것도 영화와는 다른점이다.


 

    3.배우들  


무명배우들로 이뤄진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에서의 놀랄 만한 분전에도 불구하고 연기부분에서는 한 사람도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연기가 형편없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주인공들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탁월한 편. 거기에 순수한 미모를 발산하는 여주인공 프리다 핀토의 매력도 관람 포인트.


 

    4.대니 보일의 귀환  


재난에 가까운 결과를 냈던 모험극 [비치]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선샤인] 등으로 애초의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왔던 대니 보일 감독은 이번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통해 그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다시금 [트래인스포팅]의 재기발랄한 연출력으로 돌아왔으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지독하리만큼 진부하고 작위적인 스토리를 21세기형 MTV스타일의 판타지 멜로물로 훌륭하게 포장해 놓았다. 보일은 원작에서 버릴것과 영화에서 살릴 것을 적절히 선택했으며 엔딩에 가서는 인도영화 특유의 뮤지컬 시퀀스를 오마쥬하는 센스만점의 재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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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lador Films/Pathé Pictures International/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이 대니 보일 한사람의 작품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도현지에서의 원활한 연출을 위해 [베니티 페어], [브릭 레인]의 캐스팅 디렉터 출신인 러브린 탄덴이 조감독으로 합류했는데, 사실상 인도에서의 촬영이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그녀의 숨은 공로 역시 인정받아야 할듯.


 

    5.과연 아카데미용 작품?  


그러나 냉정히 고려해 보면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카데미 주요부분을 무려 8개나 석권할 만큼의 걸작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건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류의 작품으로서 더 진솔했던 건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시티 오브 갓]으로서 2002년 당시 아카데미는 이 작품을 외면했었다. 분명 재미있고 잘만든 작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어딘지 모르게 기성품의 느낌이 나는 이 영화의 만듦새를 보노라면 그만한 돌풍을 일으킬 만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에는 다소 못미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 Celador Films/Pathé Pictures International/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마도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보여주는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제법 묵직한 메시지에 반해 영화가 지닌 밝은 이미지와 오락성이 이 영화를 다분히 상업적인 영화의 범주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느해 처럼 박빙의 승부가 아니라 싱거운 한판승을 거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식의 수상결과에 대해서는 아트 블록버스터의 경지를 열었음에도 작품상 후보에도 못미친 [다크 나이트]를 생각해 볼때 약간의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6.총평  


이런저런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양을 배경을 한 영화로서 [마지막 황제]처럼 값싼 오리엔탈리즘으로 치장되지 않은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큰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이것은 많은 비아냥 속에 헐리우드에 발을 들여놓아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던 대니 보일의 고집스런 도전에 대한 보상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판타지로서 보는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또한 노골적으로 허구적인 줄거리에 인도의 현실을 고스란히 녹여낸 감독의 연출력은 실로 대단하다. 비록 이 작품이 아카데미 8개부문 석권의 요란스런 겉치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영화가 가진 흥미와 감동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으며 그 가치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잊지말자.


P.S: (스타급 배우가 한명도 나오지 않는) 영화를 미리 개봉해 봤자 돈벌이가 안될 것을 계산한 수입사 측이 오스카 트로피 8개를 포스터에 즐비하게 늘어놓고 홍보하기 위해 늦장 개봉하게 되었다는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 아카데미를 보면서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주요 작품들이 이렇게 적었나 싶은 생각에 한편으로는 우울하다.



*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elador Films/Pathé Pictures International/Fox Searchlight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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