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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북극의 눈물: 극장판 - 한국 명품 다큐의 탄생

페니웨이™ 2010. 4.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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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All rights reserved.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2008년 12월 7일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TV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일으켰다. 당시 '북극의 눈물 1부: 얼음왕국의 마지막 사냥꾼'이 기록한 시청율은 12.2%. 이후 4부까지(본편은 3부작. 4부는 메이킹 필름) 방영된 이 작품은 평균 시청율 12.13%(TNS 미디어 코리아 집계)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변방의 장르'로 취급받던 다큐멘터리의 시청율이 두 자리수를 기록한건 대단히 고무적인 사건이었다.

'북극의 눈물'의 성과는 높은 시청율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제 36회 한국방송대상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와 더불어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성공적인 결실을 맺은 '북극의 눈물'을 다시 86분짜리 극장판으로 재편집해 극장개봉을 단행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제작진이 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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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극의 눈물'은 여러 부면에서 제작진의 이를 악문 각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장 9개월에 이르는 촬영기간, 총 20여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규모면에서도 이전의 다큐멘터리들과는 달랐다. 처음 '북극의 눈물'이 기획된 것은 2007년. 당시만해도 다큐멘터리에 큰 제작비를 투입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지 않던 국내 여건상 이 프로젝트는 대단한 모험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캐나다 CBC방송의 북극 전문 프로듀서 캐럴라인이 북극을 소재로 한 다큐에 편당 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 제작팀 내부에서조차 많은 논란이 있었다.

문제는 제작비만이 아니었다. 사실상 극지방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의 현장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다큐 제작팀의 핸디캡은 '북극의 눈물'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북극의 눈물'의 제작이 결정되고 나서 이들이 겪었던 일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편의 드라마다. 인위적인 씬을 구성하는 일반 극영화와는 달리 사실을 토대로 화면에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야 하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체감온도 영하 30도를 왔다갔다하는 살인적인 추위속에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북극곰을 며칠이고 기다려야하는 고통을 상상하여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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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촬영지에서의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조연출로 팀에 합류한 김민아 PD는 극지방의 예상치못한 온난화 현장의 희상자가 될뻔했다. 그녀는 얇아진 얼음판을 헛디뎌 두 번이나 물에 빠져 익사하거나 급속한 저체온증으로 하마터면 죽을 고비를 넘겼다. 또한 먹이가 없어진 북극곰에게 있어 촬영팀은 단지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식량처럼 보일 수 있는데, 순간 속도 시속 40km를 내는 북금곰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촬영팀은 10m 근접거리까지 들어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TV 다큐로서는 이례적으로 3부 방영후 메이킹 필름을 4회차에 방영했을 때 여전히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던 건 이러한 노고를 인정하는 시청자들의 소리없는 박수갈채가 아니었을까.

이제 살펴볼 [북극의 눈물] 극장판은 3부작으로 방영된 TV판과는 약간 다르게 관객들과 서서히 교감하면서 호흡과 감정을 끌어올리고 클라이막스로 다다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새롭게 편집된 버전이다. 고화질 HD화면과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보강했고 여기에 미방영된 촬영분을 추가해 81분의 러닝타임으로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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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눈물]은 TV판과 동일하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라지는 빙하 때문에 먹이를 찾지 못하고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 일각고래를 사냥하며 삶을 유지해 왔던 북극 원주민 이누이트들의 애환, 그리고 툰드라 지역을 횡단하는 순록떼의 이야기다. [북극의 눈물]은 이렇게 각기 다른 생명체들이 각자의 터전과 생활방식을 잃어가는 과정을 통해 온난화의 실질적인 피해를 관객들이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제작한 '리얼 다큐'다.

혹자는 [북극의 눈물]의 극장개봉이 TV방영때만큼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을 들어 해외 다큐멘터리에 비해 상업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는지도 모른다. 분명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11번째 시간],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과 같이 과학적인 데이터에 의존한 환경 다큐나 예술적인 감각과 영상미에 중점을 둔 [살아있는 지구]와는 분명히 다르다. 다소 투박하고 거친 화면, 담백하고 덧칠하지 않은 듯한 느낌의 현장감은 보다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유수의 환경 다큐멘터리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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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북극의 눈물]이 기존 다큐멘터리가 시도했던 틀 안에서 안주하려 했다면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북극의 눈물]은 북극의 현장으로 관객들을 직접 끌어들이는 쪽을 택했다. 일각고래의 사냥장면이나 죽은 바다코끼리의 해체작업과 같은 유혈낭자한 고어씬(?)은 소리없이 북극을 파괴해 가는 소위 고상한 문명의 무책임하고 이기주의적인 폭력성에 대해 누가 더 야만적인지 역설적인 반론을 제기한다. 적어도 야만적으로 보이는 이누이트들의 사냥은 수천년전부터 해왔던 것이지만 북극에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은 반면 고도의 문명성장은 불과 100년도 안되어 북극을 눈물짓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이같은 [북극의 눈물]의 사실성과 현장감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자 차별적인 시도다. 한국 영화계는 이제서야 '다큐멘터리의 힘'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만 [북극의 눈물]이 보여준 성과는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주었다. [북극의 눈물] 제작팀은 이제 '지구의 눈물' 팀을 구성해 가슴 설레게 만드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얼마전 방영을 마친 '아마존의 눈물'에 이어 '아프리카의 눈물' 그리고 완결편인 '남극의 눈물'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시작점에 바로 [북극의 눈물]이 있다.



이제 본격적인 제품소개로 넘어가보도록 하자. 아마도 그간 다큐멘터리팬들이 가장 아쉬워 한 부분이 있다면 '차마고도'이후 국내에서 제작한 다큐멘타리 중 BD로 발매된 작품이 거의 없었다는 점일 것인데, 이제서야 그 한을 풀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게 말이다. 초회 1000장 한정으로 풀리는 이번 [북극의 눈물] 한정판은 처음으로 출시되는 국산 다큐에 걸맞게 풍성한 패키지로 다가왔다. 최근 침체된 국내 시장의 여건상 1 Disk에 일반 킵케이스 버전으로 발매되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북극의 눈물]은 아주 튼튼하면서도 홀로그램이 코팅된 아웃 케이스를 제공하며 다큐로서는 드물게 별도의 OST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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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북극의 눈물]은 [살아있는 지구]처럼 영상미에 중점을 둔 작품과는 달리 리얼리티와 현장감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어서 HD급 영상의 특장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화려한 색감과 아름다운 화면은 다소 부족하지만 북극곰의 털 한올 한올이 살아있는 뛰어난 BD의 가독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나 [북극의 눈물]은 애당초 TV 매체를 염두해 만든 작품이지만 이례적으로 TV 다큐멘터리에 적합한 타이트 샷(Tight Shot)을 줄이고 큰 그림을 위주로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에 오히려 극장용 스크린에서 그 위력을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사진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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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더해 [북극의 눈물]은 국내 최초로 '씨네플렉스(cineflex)'를 방식을 이용해 촬영된 다큐멘터리다.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된 항공촬영장비로 비행체 정면에 카메라를 설치해 360도 촬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BBC 다큐멘터리에 처음 사용된 이래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인데 일주일 대여비만 1억원이 소요되는 고가의 장비이지만 순록때나 북극곰의 이동 모습을 보다 넓은 시야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이번 [북극의 눈물] BD는 그러한 씨네플렉스 특유의 탁 트인 스펙터클한 영상을 깨끗한 고화질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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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눈물]이 극장판으로 버전업 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부분은 바로 사운드다. 극장판으로 위해 따로 오케스트라로 편성된 사운드 트랙을 리믹스해 재편집했는데, 본 [북극의 눈물] BD에서는 LPCM 5.1과 DTS-HD 5.1의 만족스런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이누이트의 사냥씬 같은 장면에서는 리얼다큐 특유의 현장감을 잘 살린 생생한 효과음을 들려준다.



본편 디스크에는 81분짜리 다큐멘터리 본편 외에 94분의 서플먼트가 제공된다. 수록된 서플먼트는 크게 북극의 눈물 제작과정과 북극의 눈물 메이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북극의 눈물 제작과정은 주로 편집실의 풍경을 담아놓았으며 영화배우 안성기의 더빙 장면과 인터뷰 내용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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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눈물 메이킹은 북극으로 간 제작팀이 겪었던 현장의 기록, 즉 카메라 뒤에 숨겨진 제작진의 또다른 다큐가 담겨있다. 북극곰을 근접 촬영하다가 '언제쯤 도망가면 되는거야?' 하면서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나 이누이트와 촬영외의 시간에 커피를 마시는 등 촬영팀의 일상이 담겨있는 소중한 영상기록이다. 더불어 본편에 사용되지 않은 촬영장면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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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디스크인 OST에는 극장판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20곡의 사운드 트랙이 실려있다. [올드보이], [그 해 여름] 등의 스코어를 담당했던 심현정이 이번 [북극의 눈물]의 음악을 작곡했다. 연주는 Prague Sinfonetta가, 지휘는 체코출신의 지휘자 미리암 넴코바가 맡았다.



[북극의 눈물]은 비록 극장 개봉당시 기대만큼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원소스 멀티유즈를 다큐멘터리에 적용한 첫번째 사례로서 의욕적인 시도를 보여준 작품이다. 이번 [북극의 눈물] BD 한정판의 발매는 그러한 시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한정초회발매 1000장. 초회판으로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다. 소비자들의 소장욕구를 충족시키는 패키지의 구성 및 작품의 완성도는 충분히 갖추어졌다. 더군다나 '지구의 눈물'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아마존의 눈물] 역시 극장판으로 개봉된 상태다. 앞으로 양질의 다큐 BD가 계속 출시되는것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명품 다큐의 첫 번째 BD [북극의 눈물]이 초회한정 매진이라는 기분좋은 출발을 알리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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