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ㅊ

청설 - 사랑, 말하지 못해도 느낄 수 있는 것

페니웨이™ 2010. 6. 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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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꿈은 기적이다. 듣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번역 없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언니는 청각장애인이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수영선수입니다. 날마다 수영장에 찾아가 언니를 독려하는 그녀는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어느날 수영장에 한 청년이 도시락을 배달하러 옵니다. 그는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자매의 모습을 본 순간 한눈에 동생에게 반해버립니다.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마침 이 청년은 수화를 할 줄 아는 청년이었고, 결국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됩니다.

청각장애인과 평범한 청년의 사랑을 담은 [청설]은 정말 사랑스러운 청춘영화입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중화권 영화도 제법 쓸 만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종종 만들어지곤 하지요. [음식남녀]나 [첨밀밀]같이 말입니다. [청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건강한' 영화입니다. 건강하다니... 건전한것도 아니고 굳이 건강하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한사람 한사람에서 에너제틱하고 싱싱한 매력이 넘쳐 흐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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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폰지이엔티.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고 이렇다 할 갈등구조 없이 샤방샤방한 이야기들만 들려주는 그런 물러터진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실제 연애를 해본 분들은 잘 아실테지만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 사소한 오해나 틀어짐이 없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까? [청설] 역시 오해로 인해 균열이 생기는 남녀문제와 더 나아가 가족간에 있어서도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인 상처들을 세심하게 표현해 나갑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상세히 쓰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식당과 동전' 이 두 단어가 마주치는 장면을 꼭 눈여겨 보세요. 저는 이렇게 감정이입이 분명한 시퀀스를 근래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무겁다거나 우울하지 않습니다. 이를 현명하게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청설]의 핵심이니까요. [청설]은 굉장히 희망적인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에요. 마치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보듯 말이지요.

영화속 대사들은 대부분 수화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가 한마디의 말보다 더 효과적임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될 정도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낯익은 얼굴들은 아니지만 배우들 각자가 자신만의 매력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터라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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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장르로서는 드물게 [청설]은 얘기치못한 반전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수많은 여성 멜로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달구었던 [러브 액추얼리]의 피켓 시퀀스를 흉내낸 이 부분은 조금 억지라면 억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이마저도 흐뭇하게 느껴지는 건 감독의 연출력이 그만큼 무난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배우들의 지명도나 대만영화라는 태생적 핸디캡 때문에 정식개봉을 한다해도 스크린 수를 많이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테니 말이죠. 하지만 [청설]은 세련된 화면구도와 적절한 음악의 조화가 헐리우드 영화에 못지 않을만큼 훌륭하며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매끄러운 작품입니다. 여친과 다투셨거나 언니, 혹은 동생과 불편한 관계에 있으시다면 두 손 꼭 잡고 이 영화를 관람하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오랜만에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 [청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스폰지이엔티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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