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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51 - 외계인 침공 이야기의 전복(顚覆)적 쾌감

페니웨이™ 2010. 10.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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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 웰즈의 '우주전쟁' 이래 외계인들의 지구침공을 다룬 작품들은 꾸준히 확대, 재생산을 반복하며 다양한 변주를 낳았다. [E.T]나 [미지와의 조우], [코쿤]처럼 우호적인 외계인들을 다룬 작품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처럼 호전적인 외계인들, 다시말해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등장했던게 사실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디스트릭트 9] 정도일려나.

차일피일 개봉일을 미루다 마침내 국내에 개봉되는 [플래닛 51]은 기존 외계인 침공영화에 대한 비틀기를 시전한다. [플레닛 51]에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침공의 주체가 아니라 침공을 당하는 입장이 된다. 지구인과 동일한 생활양식을 가진 그들은 외계인이 침공하면 그들의 뇌를 녹여 버려, 모두를 좀비화시킨다는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 미디어는 외계인의 침략을 소재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구에서 온 우주비행사 척이 플래닛 51에 착륙한다. 단순한 탐사목적으로 온 지구인(좀 더 정확히는 '미국인'이다)때문에 플래닛 51은 일대 혼란에 휩싸인다. 군이 동원되고, 자칭 전문가인척 행세하는 박사는 군 통수권자를 교묘히 구슬려 지구인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긴다. 우연히 척을 돕게 된 주인공 렘은 군인들의 눈을 피해 척을 지구로 돌려보내야 한다. 어떻게? 묻지 마라. 그냥 그렇게 된다. 어차피 플래닛 51의 원주민들이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니겠는가.

ⓒ Ilion Animation/HandMade Films. All Right Reserved.



[플래닛 51]의 비틀기가 어딘지 낯익다고 생각된다면 그대는 제법 센스있는 영화광이다. 이 작품의 각본을 맡은 사람이 바로 [슈렉]의 조 스틸먼이기 때문이다. [플래닛 51]은 기존의 외계인 영화를 비트는 동시에 무수한 패러디를 동원했다. 당장 플래닛 51에 사는 애완견만 보더라도 산성오줌을 누는 에이리언이다. [E.T]의 유명한 문 플라잉 시퀀스나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고전물의 패러디는 너무 많은 작품들에서 써 먹은 탓인지 이젠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가장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탐사로봇 로버는 픽사의 [월-E]를 연상시킨다.

아이디어 하나만 보자면 꽤나 흥미진진하다만 문제는 [플래닛 51]이 [슈렉]만큼의 재기발랄함을 갖추지 못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차라리 이 작품이 1950년대에 개봉되었더라면 이 작품은 맥카시즘을 풍자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착오적인 복고정서의 되새김과 한없이 단순한 스토리 라인은 아이들이 봐도 유치할법한 슬랩스틱 코미디의 향연과 함께 무너져내리고야 만다. 조 스틸먼의 각본과 드웨인 존슨, 제시카 비엘 같은 헐리우드 스타들이 참여했다고 해서 본 작품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인줄 알았다면 그 또한 낚인 거다. [플레닛 51]은 스페인산 이다.


P.S: 엔드 크래딧에 숨겨진 쿠키 장면을 보고나니 문득 [에이리언 5]의 시놉시스로 고려되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지구에 떨어진 에이리언과의 백병전이라.. 크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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