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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창조된 불세출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던 홈즈가 ‘최후의 사건’에서 숙적 모리아티 교수와 스위스 라이헨바흐 계곡에서 싸우다 함께 떨어져 죽는 충격적인 결말이 펼쳐진 것이다. 분노한 팬들의 항의가 끊이질 않자 단편 ‘빈집의 모험’을 통해 부활한 홈즈는 약 27년간 60여편의 작품을 통해 명탐정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명탐정의 롤모델이 된 홈즈의 명성이 아니라 그러한 명탐정을 죽음까지 몰고 간 ‘라이벌’ 모리아티 교수의 존재다.

가이 리치 감독의 가장 파격적인 홈즈 영화인 [셜록 홈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일린 애들러는 홈즈에게 자신을 고용한 배후의 인물이 ‘모리아티 교수’라는 말을 남긴다. 마치 [배트맨 비긴즈]에서 조커 카드 한장을 끝으로 속편을 암시하듯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만큼이나 진정한 맞수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모리아티 교수와 홈즈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은 오로지 모리아티와 홈즈의 대결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사건의 미스터리와 홈즈의 추리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던 전편의 스타일이 어딘지 모르게 불만스러웠던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은 더더욱 못마땅할 가능성이 크다. 전편에서의 2% 부족한 추리극에 본인 스스로도 별로라고 생각한 탓인지 가이 리치는 이번 작품에서 미스터리를 완전히 버렸다.

캐릭터의 변용도 흥미로운데, 모리아티는 범죄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물급 악당으로 그려지며 홈즈는 이를 막으려는 영국 첩보원 제임스 본드가 된다. 사이드킥인 왓슨의 액션은 일취월장했고, 원작에서 정부관료로 묘사된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아예 정보부요원으로 홈즈를 백업하는 역할을 한다. 이만하면 추리극을 빙자한 액션 첩보물로서의 구색은 잘 갖췄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 원작에서 필요한 요소들만 뽑아 재조합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21세기식 첩보영화다. ‘아이언맨’의 홈즈 코스프레를 보는 듯한 착시현상만 제외한다면 전 배역들은 각자의 역할의 충실한 배역과 캐릭터로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비록 BBC방송의 [셜록]만큼 재기발랄한 모습은 아니라 하더라도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는 제법 개성있는 시리즈물로서의 성격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정신없는 사건의 연속과 스타일리시한 액션, 그리고 시시껄렁한 홈즈의 말장난과 막판 20분에 몰아치는 사건해결의 집약도는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이렇게 즐기시면 됩니다’하고 관객들을 훈련시키는 일련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아닌게 아니라 약간은 적응하기 힘들었던 전편에 비해 훨씬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워낙 특이하게 각인된 전편의 특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반면 ‘셜록 홈즈’라는 이름에서 기대되는 미스터리적인 재미가 증발되어 버렸다는 점, 그리고 막판 20분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다소 지루하게 인내해야 한다는 점, 단편 원작 ‘최후의 사건’을 길게 늘여놓은 과정에서 노출되는 내러티브의 허술함 등 영화 본연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못한 것은 이 시리즈가 모두에게 사랑받기에는 부족한 영화임을 드러내고 있다. 가이 리치의 잔재주와 기교가 영화를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어쨌거나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3부작에 대한 기대치는 딱 이 정도에서 결정될 듯 하다. 연말 연시를 보낼 킬링타임용 시리즈물로서는 딱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영화다.

P.S:
1.역시나 홈즈는 로다주보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어울려. 내년 1월의 컴백을 기대한다.

2,원래 모리아티 교수의 캐스팅보드에는 브래드 피트가 올랐었는데, 지명도가 한참 떨어지는 재러드 해리스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조금은 실망. 그러나 결과는 의외로 만족스럽다. 품위있고, 별로 하는일 없이 존재감만으로도 위협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 모리아티 교수란 그런 인물이다.

3.여배우 캐스팅은 완전 에러. 배우로서의 매력도 별로지만 캐릭터로서도 실패.

4.’최후의 사건’을 그런식으로 오마주 할 줄이야. 이건 솔직히 예상밖이었다. 잠깐이었지만 소름 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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