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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의 한국판 리메이크에 대해

영화에 관한 잡담 2013. 10. 17. 09:00 Posted by 페니웨이™

 

 

몇 년전부터인가 한국영화들이 헐리우드로 진출해 활발한 리메이크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10월 25일 미국에 개봉예정인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올드보이]도 그렇고 최근에는 소니픽쳐스에서 박정훈 감독의 [신세계]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가기도 했지요. 반면 한국에서도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전 개봉된 영화 [감시자들]은 홍콩의 유내해 감독이 만든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영화였는데요, 그럼 과연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외국영화들은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요?

먼저 [링]은 일본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만든 유명한 공포물로서 헐리우드에서는 고어 버번스키가 리메이크 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김동빈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신은경, 배두나가 주연을 맡았지요. 조카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품은 신문기자가 한 비디오 테잎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최종보스격인 사다코의 존재감이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배두나가 바로 이 사다코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실 [링]은 배두나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지요. 한일 문호개방에 맞추어 발빠르게 제작된 리메이크입니다만 원작의 아우라에는 못미친다는게 중평입니다.

다음으로 영화 산전수전이 있네요. 이 작품은 최근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장편 데뷔작 [비밀의 화원]을 리메이크했습니다. 돈세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한 여성이 은행강도의 인질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이 작품은 야구치 시노부 특유의 독특한 설정과 유머, 위트가 곁들여진 작품이었지요. 한국에서는 구임서 감독이 김규리를 캐스팅해 리메이크를 했는데, 실상은 리메이크 판권 없이 제작을 시작했다가 이 사실이 구설에 오를 기미를 보이자 부랴부랴 판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거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산전수전]은 원작의 장면과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복제해 그냥 배우와 언어만 바꿔버린 리메이크가 되었는데, 결국 한국에서는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가 사라진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세 자매와 한 남자의 은밀한 애정행각을 다룬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톱스타 이병헌과 최지우, 추상미, 김효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던 영화죠. 특히 원하는 모든 것을 읽어내며 모든 여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완벽남 이병헌의 존재감이 더욱 영화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라르 스템브릿지 감독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했는데요, 원작이 그렇게 화제를 모으지 못한 것에 반해 한국판 리메이크는 꽤 잘 된 케이스라 볼 수 있죠.

프랑스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를 리메이크한 [죽어도 해피엔딩]은 꿈에 그리던 여우주연상 수상을 목전에 두고 예기치 못한 손님들을 맞이하며 곤경에 처하는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코미디입니다. 원작에서는 호화 맨션에 사는 여류 추리소설 작가가 등장하는데, 한국 리메이크에서는 여배우로 직업이 바뀌었지요. 주연인 예지원 외에 임원희, 조희봉, 박노식, 정경호 등 스타성 높은 배우들 보다는 내공이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해 무척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한국판 리메이크치고는 꽤나 성공적인 작품입니다.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 [무적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사실 원작의 아우라나 인지도를 생각할 때 [무적자]는 제작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그간 비교적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송해성이 감독을 맡고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등 매력만점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뛰어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거의 전설과도 같은 영화의 리메이크라는 부담을 안고 시작했으니 잘 만들어야 본전치기인데, 기획자체가 너무 무리수를 뒀달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용의자 X의 헌신]에 바탕을 둔 [용의자 X]는 이미 일본에서 한 차례 영화화가 된 작품입니다. 원작소설은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를 주인공으로 갈릴레오 시리즈 중 한 편인데요, 일본에서는 TV드라마 [갈릴레오]로 인기를 얻다가 극장판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시리즈를 이어 나가는 형태로 제작이 되었지요. 말하자면 일본판은 TV시리즈의 연장이라는 성격이 더 강한 반면, 한국은 원작소설에 기반을 두었다고 해야 할까요. 방은진 감독이 연출을 맡고 류승범이 간만에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진지한 역할에 도전했는데 츠츠미 신이치와는 또다른 느낌의 ‘용의자 X’를 선보이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만 원작의 천재 물리학자 vs 천재 수학자의 대결 구도가 증발되어버려 조금 아쉬운 느낌을 줍니다.

이치카와 준 감독의 [회사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작품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직장내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입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평이한 편입니다만 안타깝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과 소재나 개봉시기가 겹치게 되면서 아류작 취급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외면받게 된 작품이지요.

열거하고 보니 참 많지요? 그 밖에도 [위험한 관계]를 리메이크 한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나 동명의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플라이 대디], [남쪽으로 튀어], [실락원] 등의 작품들이 있는데, 상당수의 영화들이 일본영화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같은 동양권의 작품이다보니 리메이크하기가 좀 더 수월한 면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리메이크라는 작업 자체가 원작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만큼 연출자의 개성이나 작가의식이 투철하지 않으면 원작을 능가하기가 쉽지 않은 작업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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