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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스 아일랜드 - 아이들을 위한 현실세계의 판타지

페니웨이™ 2008. 7. 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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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최고의 지성파 여배우라 불리는 조디 포스터.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그녀는 영화고르는 안목이 까다롭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자신에게 최고의 영예를 선사한 [양들의 침묵]의 속편 [한니발]의 출연을 포기하고 [패닉룸]을 선택했을 때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을 정도다.

이제는 그녀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전성기 때에 비해서는 특유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순화된 느낌이지만 여전히 그녀의 출연작은 알게 모르게 관심을 끈다. 이번에 그녀가 선택한 영화는 [님스 아일랜드]라는 다소 의외의 작품이다. 그동안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 영화들에 비하면 너무 무난한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긴것도 사실이다.


 

    1.스토리  


11세 소녀 님(아비게일 브레스린 분)은 해양학자인 아버지 잭(제랄드 버틀러 분)과 단 둘이 남태평양의 외딴섬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보급품은 매주 배로 들어오고 심지어 인터넷까지 할 수 있는 이 섬에서 아쉬운 것은 전혀 없다. 님은 모험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알렉스 로버’ 시리즈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고, 아버지는 새로운 플랑크톤의 샘플을 모으는데 여념이 없다.

한편 알렉스 로버의 실제 작가인 알렉산드라 로버(조디 포스터 분)는 용감무쌍한 작품속 주인공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광장공포증과 결벽증 등 심한 정신쇠약증세가 있는 여성이다. 집밖을 나선 일이 없는 그녀는 작품 기일에 대한 압박과 아이디어의 고갈로 알렉스 로버가 화산섬에서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화산섬에 살고 있는 학자 잭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띄운다.

ⓒ Walden Media.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잭은 새로운 플랑크톤 체취를 위해 홀로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우에 휘말려 조난을 당하고, 그 사이 잭에게 보낸 로버의 메일을 대신 답해주던 님은 로버의 부탁대로 화산섬에 올라갔다가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소식이 단절된 불안감에 급기야 평소 자신의 우상이었던 알렉스 로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로버는 공포감을 무릅쓰고 (자신땜에 다쳤다는) 님을 돕기위해 미지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2.두 개의 플롯  


[님스 아일랜드]는 웬디 오르의 소설 [무인도에서 온 e메일]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작품은 두 개의 플롯을 지니는데, 하나는 잭의 소식이 끊긴뒤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님의 투쟁기. 또하나는 성격적 결함을 극복하고 오로지 님에 대한 염려 때문에 지구 반바퀴를 돌아 말도 안되는 여정을 떠나는 알렉산드라의 모험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별개의 이야기 구조는 영화의 결말에 가서야 하나로 이어지지만 그다지 큰 감흥은 느껴지지 않는다. 엄청난 반전이나 클라이막스도 전혀 없이 철저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플롯의 단순함이 입맛 까다로운 국내의 영화팬들에게 먹힐것인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3.조디 포스터의 코믹연기  


그동안 작품들 속에서 딱부러지며 진지한 여성캐릭터를 연기해 왔던 조디 포스터가 이번에는 코믹연기에 도전한다. 그것도 그냥 코미디가 아니라 제대로 망가지는 캐릭터로 말이다. 그녀가 맡은 알렉산드라 로버는 극도로 타인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폐쇄형 인물이다. 물론 조디 포스터라는 배우의 재능은 대단하다. 그녀의 필모그래피중 거의 최초의 코믹연기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그녀는 몸 개그에서부터 표정연기까지 아주 능숙하게 소화해 냈다.

ⓒ Walden Media.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분명 영화상으로는 괴짜 캐릭터이긴 한데, 뭔가 겉도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야기의 비중이 님에게 더 할애되어 있는 탓일까. 애당초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집밖을 벗어나 오지의 섬으로 떠난다는 발상자체가 억지스럽고 개연성 제로이긴 하다만.. 그럼에도 그녀의 우스꽝스런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이 영화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다.


 

    4.영화의 정체성  


홍보사에서는 이 작품을 [나니아 연대기]의 제작진과 연결시키며 영화를 '판타지'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급의 판타지를 기대하고 [님스 아일랜드]를 접한다면 십중팔구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듯. 물론 어떤 의미로는 판타지가 맞긴 맞다. 동물들을 벗삼아 아버지와 단둘이 지상낙원같은 섬에서 인터넷을 하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판타지다. 거기에 아버지 잭이 조난을 당하는 과정과 알렉스 로버가 님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 모두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 Walden Media. All rights reserved.


한마디로 [님스 아일랜드]는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용 판타지' 다. 때문에 필자같은 어른들이 아무리 이 영화를 본 들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또한 대단히 진부한 형식으로 끝을 맺는다. 왜? 동화니까. 따라서 [님스 아일랜드]를 보고 정말 재미없는 영화라고 느꼈더라도 이렇게 생각하면 맘 편하다. '나도 이제 늙었구나!'



    5.총평  


[님스 아일랜드]의 홍보문구를 보다보니 실소가 터진다. 관객을 사로잡을 최고의 '어드벤처'니, 프리미엄 '판타지'영화의 새장을 열 것이라느니,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라느니.. 무지몽매한 관객들을 현혹시키는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붙여 놓았다. 물론 한국 극장 관객층의 연령대를 감안해 보면 이런 낚시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절대 이런 수식어에 속지 마시라. 블록버스터급의 스케일은 커녕, 이 작품은 B급 모험물의 성격에 가깝다. (그것도 그럴듯한 모험이 있을 때의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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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에서 '스파르타~!'를 외치며 초절정 마초맨의 이미지를 심어준 제랄드 버틀러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니 혹시라도 그의 눈부신 식스팩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선량한(이라고 쓰고 '응큼한'으로 읽는다) 아가씨들도 없길 바란다. 다만 주인공 님역을 맡은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영특한 연기는 꽤나 사랑스러우며 앞에서도 언급했듯 조디 포스터의 코믹연기는 의외로 쓸 만하다. 집에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교 4학년 미만의 취학아동을 둔 가정이나 정말 동심을 잃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님스 아일랜드]는 '그런대로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 [님스 아일랜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lden Media.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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