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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는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에 이은 속칭 '음악 3부작'의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 [왕의 남자]이후 한국영화계에서 꽤나 주목받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오랜만에 월남전을 배경으로 다룬 작품이 나왔다는 점, 작품 선택에 탁월한 안목을 보여왔던 수애가 거의 '원톱급'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작품치고는 꽤 많은 제작비(70억)가 투입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여름철 흥행시즌의 최전선에 투입된 [님은 먼곳에]는 '천만관객의 주인공' 이준익 감독의 작품답지 않게 고작 179만명의 실망스런 흥행결과로 마무리 되었으며, 남성 중심의 스토리 진행과 진부한 신파조의 플롯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연 [님은 먼곳에]는 2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할만큼 평작에 불과한 영화였을까?


 

    1.음악영화로서의 [님은 먼곳에]  


서두에서 언급했듯 편의상 '음악 3부작'의 완결에 해당하는 [님은 먼곳에]는 제목부터 김추자의 동명가요에서 따온 것이다. 미군들을 대상으로 한 위문공연이라는 명목으로 베트남 땅을 밟는 주인공 일행의 목적과는 달리, 이들은 한국 병사들을 위한 공연을 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 락그룹 CCR의 '수지 큐'와 아일랜드 민요에서 유래한 '대니 보이'를 제외하면 70년대 인기 대중가요가 주로 사용되었다.

ⓒ ㈜타이거픽쳐스/영화사아침 All rights reserved.


특히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는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로 시작하는 노래의 가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화를 깊이있게 감상한 분들이라면 영화속에서 김추자의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하게 될 듯. 얼마전 개봉한 [고고70]이 시대에 항거한 음악의 에너지를 형상화 한것이었다면, [님은 먼곳에]는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대변하는 나레이션으로 사용되었다. 일단 음악영화로서는 무난한 합격점을 줄 수 있다.


 

    2.전쟁영화로서의 [님은 먼곳에]  


이미 [황산벌]을 통해 전투장면의 연출을 경험한 이준익 감독은 [님은 먼곳에]의 배경인 월남전의 상황을 매우 효율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월남전 자체가 주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었는데, 중간중간 주인공 일행의 동선과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전투씬의 실감나는 촬영은 '역시 이준익!'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교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70억짜리 영화에 이 정도의 화면을 담아낼 수 있는 한국영화의 고효율 제작방식이 빛을 발한다고나 할까.

ⓒ ㈜타이거픽쳐스/영화사아침 All rights reserved.


또한 남성적 시각의 극단적 표현인 전쟁 장면을 가냘픈 한 여인의 집념과 대비시키며 교묘한 반전 메시지를 넣은 감독의 연출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노골적인 전쟁 블록버스터를 전면에 내세운 [태극기 휘날리며]의 유치한 형제애보다는 훨씬 더 전쟁영화다운 맛이 살아있다.


 

    3.매끄러운 전개, 그러나 아쉬운 점  


약 2시간이 조금 넘는 이 영화에는 의외로 많은 소재를 담고 있다. 70년대 가부장적 환경에서의 여성상, 사랑없는 결혼으로 방황하는 남자, 월남전, 한탕을 꿈꾸는 인생 등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풀어내기 위한 감독의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꽤나 매끄러운 플롯으로 진행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주인공 순이가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까지 찾아오는 과정 자체가 어찌보면 황당하고 억지스런 면이 있지만 남편이 그러했듯, 아내 역시 현실도피를 위해 베트남으로 떠나는 과정의 개연성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아쉽게도 [님은 먼곳에]는 몇몇 헛점을 드러내는데, 그 중에서도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미국인 장교를 찾아가는 설정은 너무나 작위적인 부분이어서 관객들의 마음을 꽤나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4.존재의 확인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흥미로운 캐릭터가 하나 있다. 송옥숙이 연기하는 정희연이라는 인물이다. 평생을 시어머니와 남편,자식 뒷바라지를 하면서 첼리스트의 꿈을 접고 이름모를 가정주부가 잊혀진 자신의 존재감 때문에 오열하는 모습은 이 세대를 서글픈 시대를 살아온 대다수 어머니들이 가진 한맺힌 울분이 아니었을까.

ⓒ ㈜타이거픽쳐스/영화사아침 All rights reserved.


마찬가지로 [님은 먼곳에]의 순이는 시어머니에게 있어 대를 잇기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더군다나 사랑하는 여인이 따로 있는 남편에게는 여자로서의 존재가치도 느낄 수 없는 비참함을 맛본다. 자신을 사랑하느냐는 남편의 질문에 차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순이는 시어머니에게 배척당하고 친정 아버지에게도 외면당하는 서러운 여성이다. 그녀가 택한 베트남행은 남편을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적어도 한 남자의 아내이고, 며느리인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돈을 위해 참전해 자신과는 아무 관련없는 베트콩을 쏴죽이고, 돈을 위해 공연길에 올라 미군이건 베트콩 앞이건 가릴 것 없이 쇼맨쉽을 발휘하는 동료와는 달리 남편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에 왔다는 그녀의 목적만큼 순수하고 인간적인 감정이 인간의 오만가지 추악함이 드러나는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5.수애를, 수애에 의한, 수애를 위한 영화  


이준익 감독의 노련한 연출력이나 이준익의 페르소나, 정진영의 연기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님의 먼곳에]의 스포트라이트는 수애라는 배우에게 가야 마땅하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필자를 실망시킨적이 없었던 그녀는 또래의 젊은 여배우들이 지니지 못한 아우라와 품위, 그리고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라는 느낌을 주는 연기자다. [가족]에서부터 연결된 그녀의 눈물연기는 어느덧 '명품급'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님의 먼곳에]에 와서는 결코 쉽지 않았을 노래 연기와 더불어 복잡한 내면을 지닌 여성의 캐릭터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 ㈜타이거픽쳐스/영화사아침 All rights reserved.

단언하건데 감정선을 살리는데 있어서 이만한 여배우는 찾아보기 힘들거다. 영화의 취향이야 어찌되었든 뭇 남정네들의 보호본능을 200% 이끌어내는 수애의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여배우다.


 

    6.총평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보건데 [님은 먼곳에]는 별로 흠잡을 것이 없는 영화다. 음악영화이자 반전메시지를 담은 전쟁영화, 동시에 한많은 70년대 여인의 성장영화이기도 한 [님은 먼곳에]는 2008년 잊지 못할 한국영화의 수작으로 기억되어야 마땅하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 무엇보다 작품성과 오락성면에 있어서도 고른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서 비록 흥행성적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야속하긴 하더라도 언젠가 가까운 장래에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다시한번 재평가 받게 될 것을 기대한다.



* [님은 먼곳에]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타이거픽쳐스/영화사아침.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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