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슈퍼맨 4 - 메이저 리그의 히어로, 마이너 리그로 옮겨가다 (2부)

페니웨이™ 2008. 3. 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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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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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 4]는 한마디로 처음부터 끝까지 '대재앙'이었다 -
크리스토퍼 리브, 그의 자서전 "Still me" 중에서.


애초에 캐논측에서 감독으로 점찍고 있던 인물은 다름아닌 리처드 도너와 리처드 래스터였습니다. (사실상 두 감독의 스타일이 전혀 다름에도) 둘 중 하나를 [슈퍼맨 4]의 감독으로 선임하려는 캐논측의 필사적인 노력은 결국 성사되지 못합니다. 한때 [나이트 메어]의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으로 선임되기도 했으나 주연인 크리스토퍼 리브 (리브는 이 작품에서 스토리의 원안과 액션 보조연출을 겸임하는 등 대단한 열의를 나타내었다)와 창작상의 의견차이로 교체됩니다. 결국 캐논사는 지난해 [아이언 이글]로 오락영화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 시드니 J. 퓨리를 감독으로 영입하게 되지요.

[슈퍼맨 4]의 감독 1순위로 물망에 오른 리처드 도너와 리처드 래스터


감독 선임의 불안한 출발은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감독과 배우, 스탭이 갖추어져 [슈퍼맨 4]의 제작이 가시화 될 무렵이 되었을때, 캐논 그룹은 그동안의 무차별한 문어발식 투자로 인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자서전 "Still me"에 의하면 '당시 캐논 영화사는 무려 30개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바람에 [슈퍼맨 4]에게 특별대우를 할만한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결국 원래 3600만 달러로 책정된 제작비는 1700만 달러로 무려 절반이 깎기게 되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렵사리 합류시킨 전작의 특수효과 팀들은 스토리 보드 기획 단계에서 급여문제로 프로젝트를 대거 이탈하는 초비상사태가 벌어지고 맙니다.

덕분에 [슈퍼맨 4]의 야심찬 출발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일례로 [슈퍼맨 4]의 초기 단계에서 '핵인간(Nuclear Man)'에 대한 계획안이 나왔을 때 리브는 슈퍼맨의 도플갱어이자 어둠의 캐릭터, 비자로(Bizarro)와 접목시켜 자신이 1인 2역을 수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슈퍼맨 3]에서 사악해진 자신의 또다른 인격과 싸우는 슈퍼맨의 이야기를 보다 더 흥미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는데요, 이러한 매력적인 제안도 예산의 부족과 특촬팀의 이탈 때문에 물거품이 되고 말지요. 결국 슈퍼맨은 핵인간과의 대결이라는 소재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천신만고끝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맨 4]는 미국내에서 총 800만 달러라는 충격적인 흥행참패를 기록하며 '괴작 슈퍼맨'으로서 막을 내리게 되고 맙니다.

Bizarro character by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슈퍼맨의 도플갱어이자 어둠의 캐릭터인 비자로. 뒤집어진 S마크를 주목하라.


[슈퍼맨 4]의 스토리는 핵인간 대 슈퍼맨의 대결구도를 주 골자로 한 가운데, 로이스(마곳 키더 분)와 레이시(마리엘 헤밍웨이 분) 사이에서 애정 놀음(?)을 하는 슈퍼맨과 클락 켄트의 에피소드를 곁가지로 집어 넣어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탈옥에 성공한 렉스 루터(진 해크먼 분)가 (슈퍼맨의 변종 클론인)핵인간을 조종해 슈퍼맨을 위협하는 배후인물로 등장면서 다시금 슈퍼맨의 몰락을 도모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전세계의 분쟁해소를 위해 핵무기를 수거해 폐기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슈퍼맨의 모습이 잠깐 나오긴 합니다만,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문제이지요.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안타깝게도 [슈퍼맨 4]는 기껏 진지한 캐릭터로 구축시켜놓은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을 래스터 감독이 망쳐놓은 것도 모자라, 아예 흑백 TV 시절의 아동물로 돌아간 어처구니없는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핵인간이 부숴놓은 만리장성을 찡~하고 노려보는 것만으로 원상복귀시킨다든지 하는 도를 지나친 슈퍼맨의 초능력은 오히려 극의 리얼리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지요.

사실 2편에서도 슈퍼맨의 키스 한방에 로이스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설정은 일부 팬들에게 있어 '슈퍼맨이 무슨 마법사냐?'하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던만큼, [슈퍼맨]은 극의 리얼리티를 중요시 한 작품이었는데요, 이번 [슈퍼맨 4]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그 문제의 '키스씬'을 패러디했다는 점 또한 [슈퍼맨4]가 얼마나 무성의하게 졸속 제작되었는지를 실감케하는 부분입니다.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로이스와 레이시 사이에서 슈퍼맨과 클락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에피소드는 '뭔가 큰 해프닝이 생길 것같이' 부산을 떨다가, 결국 렉스 루터의 부름을 받고 다급히 떠나가는 황당한 마무리로 끝난다.


내용의 유치찬란함을 떠나 [슈퍼맨 4]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편집이었습니다. [슈퍼맨4]의 첫 장면은 우주에서 조난을 당하게 된 소련인 우주인들을 구해내는 슈퍼맨의 활약을 보여주는데요, 이후 장면이 급전환되어 '스몰빌'의 고향집에서 헛간을 뒤지는 모습이 튀어나온다든지, 핵인간의 공격에 부상을 입고 떨어뜨린 슈퍼맨의 망토를 다음 장면에서 레이시의 아버지가 가지고 나타난다든지 하는 매끄럽지 못한 편집이 꽤나 거슬린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이는 [슈퍼맨 4]의 내막을 살펴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원래 [슈퍼맨 4]는 134분의 러닝타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것이 극장개봉시에는 90분으로 대폭 삭제되어 공개되었는데요, 여기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애초에 [슈퍼맨 4]에서는 두 명의 핵인간이 등장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두 명 모두 등장하는 것으로 촬영이 완료되었지요. 그러나 공개된 [슈퍼맨 4]에서는 한명의 원자력 인간만 등장하는데, 이는 두명의 핵인간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캐릭터로서 첫 번째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은 편집에서 모두 삭제된 것입니다.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삭제된 장면 중 하나인 첫 번째 핵인간과의 대결씬.


그럼 왜 134분의 필름을 90분으로 잘라냈느냐? 이 대량의 삭제 작업은 남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테스트 시사회 이후에 이루어졌는데요, 여기서 제작자는 잘려나간 필름을 [슈퍼맨 5]에서 재활용하려는 엽기적인 발상을 떠올립니다. 이는 [슈퍼맨] 촬영시 리처드 도너가 찍은 필름을 [슈퍼맨 2]에서 이용하려 한 것과도 묘한 평행점을 이루는데, 계획된 [슈퍼맨 5]의 제목은 [새로운 슈퍼맨 (The New Superman)]으로, 이 작품에서 크리스토퍼 리브는 촬영에 합류하지 않고 (기존 촬영분이 있기 때문에) 각본과 감독으로 합류할 계획이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슈퍼맨 4]의 재앙급 흥행실패로 무산되게 되어서 리브의 슈퍼맨은 이걸로 끝을 맺게 되는 것입니다. 덕분에 반쪽짜리 완성본인 [슈퍼맨 4]를 보노라면 느닷없는 장면전환과 툭툭 끊어지는 플롯의 어색함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크리스토퍼 리브는 [슈퍼맨 5]에서 감독으로 선임될 예정이었지만 불발로 그쳤다.


무엇보다도 [슈퍼맨 4]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허접하기가 서울역에 그지없는 '특수효과'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상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에서 보여준 특수효과가 수많은 관객들의 뇌리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 반면 그보다 무려 9년후에 제작된 [슈퍼맨 4]가 이런 결과물을 보여주었다는 건 참 아이러니 한 일이지요. 이는 1부에서 설명한 것 처럼 원래의 1류 특촬팀이 대거 프로젝트를 이탈한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덕분에 상식적으로는 가장 '경이적인' 특수효과를 보여주어야 할 4편이 가장 '엉성한' 특수효과로 촌발날리는 화면을 수놓은 것입니다.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전편에 대한 오마주인 비행 데이트씬. 전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허접하다.


이게 어느정도로 심각한 정도인가하면 2류팀이 만든 특수효과 때문에 가뜩이나 안쓰러워 죽겠는데, 제작비 아낀답시고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재활용할 정도니 말 다한 거 아닙니까? 대표적인 장면은 슈퍼맨이 슈웅~ 하고 카메라쪽으로 하늘을 날아오는 씬인데, 이 장면은 처음 러시아 우주인들을 구하러 올때부터 시작해서 배경만 바꾼채 몇 번이나 반복해 재생됩니다. ㅡㅡ;; 또한 [슈퍼맨 4]에서는 슈퍼맨이 로이스와 함께 하늘을 나는 전작의 명장면을 오마주하는 부분도 등장하는데요, 정말이지 전작과는 비교불가의 허접함 그 자체입니다.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대표적인 필름 재활용. 배경만 다를뿐 슈퍼맨의 모습을 오려 붙인 티가 역력한 이 장면들은 영화내에서 수차례나 반복된다.


또한 예산부족의 심각성은 비단 특수효과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자서전에서 회고하기를, 슈퍼맨이 UN본부에서 연설하는 시퀀스를 예로 들면서 "만약 그 장면이 [슈퍼맨] 1편에 들어있었더라면 실제 42번가(UN본부가 있는 장소)에서 촬영했을 것이다. 리처드 도너라면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를 보듯, 슈퍼맨이 걸어가는 모습을 수백명의 보행자와 차량들, 그리고 창밖으로 멍하니 지켜보는 사람들의 진풍경을 연출했을 터이지만, 그대신 우리는 비가오는 영국의 한 산업용 부지에서 백여명의 엑스트라와 비둘기 몇마리, 그리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차량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야기가 아무리 훌륭한 것이었을지라도 나는 절대 이런 식으로는 관객들의 기대치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문제의 UN건물 시퀀스. 누가봐도 뉴욕이 아니라는 것이 뻔한데도 영국의 한 세트에서 촬영을 감행했다.


실제로 [슈퍼맨 4]의 각본을 쓴 마크 로젠들 역시 그 때를 회상하면서 UN건물 시퀀스를 두고 "크리스토퍼 리브와 시드니 J. 퓨리 감독은 그 장면을 뉴욕의 UN본부 앞에서 찍어야 한다고 (제작진에게)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이 UN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고 있는데, 영국의 세트장은 전혀 실제와 비슷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제작자 골란과 글로버스는 뉴욕에서 촬영할 수 있는 예산을 허가하지 않았지요 ㅡㅡ;;

[슈퍼맨 4]의 대실패로 인해 캐논 영화사가 계획 중이던 또 한편의 슈퍼히어로 영화 역시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는데, 그 당시 캐논 영화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던 [스파이더맨]이 그것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의 파란만장한 역사에 대해서는 김정대 님의 '불타는 스파이더맨의 연대기' 참조) 캐논 영화사는 [슈퍼맨 4]를 기점으로 기울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부도직전의 상황에서 타 회사에게 인수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and Marvel characters Inc. All Rights Reserved.

[슈퍼맨 4]로 인해 제작이 무산되다시피한 [스파이더맨].  캐논사에 판권이 있던 [스파이더맨]은 난항을 거듭해 고작 5백만 달러의 초저예산으로 제작될 위기에 처했다가 우여곡절끝에 소니로 넘어가 훌륭하게 탄생했다.


이후 크리스토퍼 리브는 스크린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1995년에 낙마사고를 당해 전신마비라는 장애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안타깝게도 2004년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이로서 [슈퍼맨]시리즈는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작품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부에도 언급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슈퍼맨 리턴스]가 2006년에 발표되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작품은 싱어 감독 스스로도 [슈퍼맨 2]의 연장선임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으로 회귀한 기념비적인 작품인 셈입니다. 이는 [슈퍼맨 4]가 개봉된지 꼭 19년만의 일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슈퍼맨 4]의 마지막 장면에서 슈퍼맨은 렉스 루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20년쯤 후에나 봅시다!"

이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2009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인 [슈퍼맨: 맨 오브 스틸](Superman: Man of Steel)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슈퍼맨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위안을 갖게 됩니다. 브라이언 싱어가 또한번 연출을 맡게 될 것이 유력한 이번 슈퍼맨 역시 원조 슈퍼맨에 버금가는 작품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P.S: [슈퍼맨 4]의 오프닝 크래딧을 보면  'Music by John Williams' 라고 표시된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실제로 존 윌리엄스가 [슈퍼맨 4]의 작곡에 참여했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존 윌리엄스는 [슈퍼맨] 1편을 끝으로 슈퍼맨에서 완전히 손을 뗐으며, 2,3편은 켄 쏜, 4편은 알렉산더 커리지가 각각 음악을 담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슈퍼맨 4]에서 실제 작곡가인 알렉산더 커리지보다 존 윌리엄스의 이름이 먼저 언급된 것은 이 괴작에 조금이라도 네임벨류를 주기 위한 일종의 "떡밥"으로 보입니다. (관련 정보는 영화 컬럼니스트 김정대 님께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슈퍼맨 4]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1987 CANNON FILMS and CANNON INTERNATIONAL B.V. and WARNER BROS.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Superman and all related characters and logos are the properties of DC Comics and Warner Bros.

* 참고 스틸: Bizarro character by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 스파이더맨(ⓒ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and Marvel characters Inc.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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