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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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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천만관객 돌파의 두 번째 주역이 되었던 [태극기 휘날리며]를 기억하십니까? 꽃미남 장동건-원빈을 앞세워 헐리우드 영화에 못지 않은 실감나는 전투씬을 연출하며 흥행에 성공한 강제규 감독의 이 작품은 실로 오랜만에 제작된 6.25 소재의 전쟁영화로서 크게 각광받은 작품입니다.

사실 드라마적 구성으로 볼때는 엉성하기 짝이 없던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렇게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한국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스팩타클'한 모습을 보여준 유일한 작품이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원한의 도곡리 다리] 같은 한국전 소재의 고전 영화들은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다리], [지상 최대의 작전]처럼 스팩타클 대작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전쟁영화' 하면 의례 대작급 작품을 떠올렸던 당시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한국전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지요.

ⓒ (주)강제규필름 All rights reserved.

한국전쟁을 가장 스팩타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 [태극기 휘날리며]


이렇게 한국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체로 큰 스케일을 보여주지 못한데에는 6.25라는 전쟁 자체가 국가 대 국가간의 싸움이 아닌 내전양상이 짙은 전쟁이었고, 월남전과 같이 미국인들에게 있어 정서적 쇼크를 줄 정도의 대전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헐리우드 대작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소재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다지 조명받지 못했던 한국전을 스크린으로 담아내기 위한 국내 영화계의 노력은 (어떤면으로는) 참으로 가상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1980년대에 들면서 그 수가 급감하는 바람에 우리가 체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한국영화 중에서도 전쟁물이 엄청 많이 제작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낙동강은 흐르는가], [돌아오지 않는 해병], [결사대작전] 등등 반공사상이 강조되던 1960~70년대의 전쟁물은 아주 인기있는 소재였습니다.

낙동강은 흐르는가 ⓒ 우진필림/돌아오지 않는 해병 ⓒ 대원영화사/ 결사대작전 ⓒ 세기상사

한때 반공사상의 영향으로 인기리에 제작되었던 한국산 전쟁영화들.
 


시대의 흐름인지 요즘은 이러한 반공영화 풍의 전쟁영화를 찾아보기 힘듭니다만,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임권택 감독의 [아벤고 공수공단] 같은 순수 한국산 전쟁영화는 계속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배달의 기수]도 TV상으로는 여전히 건재했고 말이죠^^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 영화야말로 한국전을 소재로 한 영화 사상 가장 큰 문제작이자, 국제적인 개망신도 모자라 그 실체조차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전설적인 작품입니다.

먼저 그 영화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먼저 들어보시렵니까?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통일교'의 창시자 M모씨가 어느날 영화를 찍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 합니다. 그는 평소에 친분이 있던 일본인 사업가인 사카구치 마츠사부로를 찾아가 영화의 제작에 투자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지요. 이렇게 통일교 재단의 영화사 원 웨이 프로덕션(One Way Productions)이 설립됩니다.

그들은 약 1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여해 10~15 편에 걸쳐서 성경에 근거한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계획을 검토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대신 그들은 2차 세계대전의 영웅,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합니다.

이미 맥아더 장군을 모델로 한 작품은 1977년에 그레고리 펙 주연의 [맥아더]를 통해 만들어진 적이 있으나 사실 전기적 성격이 강했던 그 작품은 그리고리 펙의 연기를 제외하면 크게 환영받지 못한 실패작이었습니다. M모씨와 마츠사부로가 계획한 작품은 맥아더를 등장시키되, 내용을 6.25 전쟁으로 한정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인천상륙작전'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작품이 [인천]이라는 지상최대의 괴작입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레고리 펙 주연의 1977년작 [맥아더]. 영화자체는 호평받지 못했으나
펙의 연기력 하나만큼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간 한국전을 소재로 다룬 작품 중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작으로 기획됩니다. 감독으로는 [007 살인번호] 이후 두 편의 007 영화를 더 감독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명감독 테렌스 영을 선임하게 되는데, 말이 명감독이지 사실 이 당시 테렌스 영은 거의 은퇴직전에 있었던 상태로서 현역으로 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감독으로 선임된 데에는 크래딧에 올릴 그의 '이름값'이 더 중요했겠지만요.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테렌스 영 감독의 초기 007 작품들. 감독의 이름값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이다.


주인공인 맥아더 역에는 원래 '레퍼런스급' 맥아더 연기를 선보였던 그레고리 펙이 물망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으나 사실유무를 떠나 그는 이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맥아더 역할을 맡게 된 인물은 대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였는데, 사실 그는 1976년 [마라톤 맨]의 촬영당시 암투병으로 이미 생사의 고비를 한번 넘긴 상태라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은 73세의 노배우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그는 1백만 달러의 게런티를 받고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맥아더 ⓒ Universal Pictures./인천 ⓒ MGM/UA Entertainment Company.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는 비록 노년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였으나 [인천]의 선택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되게 된다. 특히나 라이벌인 그레고리 펙 (이 둘은 1978년작 [잔혹한 음모 The Boys from Brazil] 에서 공연한 바 있다)이 이미 [맥아더]를 통해 레퍼런스급의 연기를 선보인 시점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해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편 그 외에도 [인천]에는 수많은 유명배우들이 캐스팅됩니다. 재클린 비셋과 벤 가자라가 부부로 출연하는가 하면,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 [샤프트]의 주연을 맡았던 흑인배우 리처드 라운드트리 등 굵직한 헐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이에 더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토시로 미후네라는 거물급 일본 배우까지 캐스팅되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 불리웠던 남궁원과 [킹콩의 대역습]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을 선보였던 고(故) 이낙훈씨 등 당대에 알아줬던 배우들이 헐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진풍경을 낳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합니다)

스탭중에는 [프랜치 커낵션]의 작가 로빈 무어가 각본가로 합류하였고, 음악은 영화음악의 거장 제리 골드스미스가 담당하는 등 누가 보더라도 [인천]은 블록버스터급 대작으로서의 위용을 갖춰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한국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한국 로케이션을 감행한 한국전 영화라는 사실은 당시 한국영화계의 규모를 고려해 볼때 유래를 찾기 힘든 대박급 뉴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고 뭔가 물건이 나올것만 같은 기대감 속에서 [인천]은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시간에 살펴보기로 하지요.

-계속-




* [인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GM/UA Entertainment Company.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태극기 휘날리며(ⓒ (주)강제규필름 All rights reserved.), 낙동강은 흐르는가 (ⓒ 우진필림 All rights reserved.), 돌아오지 않는 해병 (ⓒ 대원영화사 All rights reserved.), 결사대작전 (ⓒ 세기상사 All rights reserved.), 맥아더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007 살인번호/위기일발/ 썬더볼(ⓒ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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