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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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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



1944년의 시리얼 무비가 제작된 후 한동안 [캡틴 아메리카]는 만화속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가 다시 실사의 세계로 나올 수 있었던 건 30년의 세월이 흐른 1970년대가 되어서였습니다. 그것도 미국에서가 아닌 터키에서 말이죠. (또 터키냐? :관련 포스트 참조) [3 Dev Adam](직역하면 Three Mighty Men)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Turkish Spider-Man vs. Captain Turkish America]로도 알려진 영화로서 유명한 멕시코인 레슬러이자 배우이기도 한 '은색가면의 산토'(60년대에 터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가 '스파이더맨'과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3대 메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초특급 괴작입니다.

ⓒ Renkli. All Rights Reserved.

터키산 짝퉁 '캡틴 터키쉬 아메리카' [3 Dev Adam]


웃기는건 이 작품에서 스파이더맨이 악당으로 나온다는 것이지요. ㅡㅡ;; 이 작품의 줄거리는 이스탄불에서 스파이더맨이.....

아차차, 이번 시간은 이 작품이 메인이 아닌데 이야기가 하마터면 삼천포로 빠질뻔 했습니다. 아무튼 [캡틴 아메리카]의 실사화 과정을 보다보면 이렇게 굴욕적인 작품도 나온다는 겁니다. 뭐 그렇다는 거구요, 한편으로 미국에서는 렙 브라운이 주연한 [캡틴 아메리카]와 그 속편인 [캡틴 아메리카 II: Death Too Soon]가 TV용 영화로 제작되어 공중파를 탔습니다만 뭐 반응은 그닥....

ⓒ Universal TV/CBS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1979년 TV판 영화 [캡틴 아메리카]. 보기에도 민망한 코스튬의 압박 ;;;


그리고 또 10여년이 흐른 뒤, 팀 버튼의 [배트맨]이 초유의 히트를 기록하며 다시금 슈퍼히어로 영화의 가능성이 불을 붙이자 북극 빙하속 동태마냥 잠들어 있던 [캡틴 아메리카]도 다시금 실사화의 움직임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캡틴 아메리카]는 [배트맨]처럼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저예산으로 계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판권을 가진 사람이 메너햄 골란이었는데, 그는 [슈퍼맨4]을 비롯한 괴작들의 무차별한 삽질끝에 결국 캐논 픽쳐스를 말아먹고 , 1989년 21세기 픽쳐스라는 회사를 간신히 설립해 그가 마블측으로부터 사놓은 두 편의 작품 [스파이더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어떻게 해서든 판권 만료전에 싼값에 팔아먹어야만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나마 고작 500만 달러 초저예산으로 강행하려던 [스파이더맨]은 끝내 엎어졌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계속 진행되어가고 있었죠. 감독은 장 클로드 반담의 [사이보그] 등 주로 저예산 B급 액션물에서 고만고만한 결과를 냈던 앨버트 퓬에게 돌아갔습니다. 주연으로 물망에 오른 배우는 무려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돌프 룬드그랜이었는데요,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그 특유의 억양 때문에 탈락했고, 유력했던 돌프 룬드그렌은 마블의 또다른 히어로물 [퍼니셔]의 촬영 스케줄이 너무 바빴던 관계로 출연이 무산되고 맙니다.

ⓒ New World Pictures/Artisa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돌프 룬드그렌이 주연한 마블사의 슈퍼히어로물 [퍼니셔]


그 다음에 물망에 오른 인물은 발 킬머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올리버 스톤의 전기물 [도어즈]에 관심을 더 보임으로서 이 역할을 거절합니다. 훗날 발 킬머가 [배트맨 포에버]에서 배트맨 역으로 캐스팅된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볼 수 있죠. 결국 이 역할은 당시로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맷 셀린저에게 돌아가게 되었는데요, 이 사람이 누구인가 하면 현대문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셀린저의 아들입니다.

사실 제작사측은 비교적 건장한 체격의 맷 셀린저가 키크고 비쩍마른 (캡틴 아메리카 이전의) 스티브 로저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 스티브 로저스 역할과 복면을 쓴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각각 두명의 배우에게 맡기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문제로 (결국 돈 때문이겠죠) 맷 셀린저가 모두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 21st Century Film Corporation/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캡틴 아메리카 역에 발탁된 맷 셀린저와 여주인공 킴 길링햄


자, 그럼 1990년작 [캡틴 아메리카]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요? 먼저 줄거리를 봅시다.

때는 1936년 이탈리아의 뽀르또베네레. 나치의 관리하에 진행되던 피실험체의 능력을 두 배로 향상시키는 실험이 마리아 바셀리 박사에 의해 성공합니다. 이어서 나치는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소년의 집을 찾아가 일가족을 몰살시키고 그에게 생체실험을 감행합니다. 이에 실험을 성공시킨 바셀리 박사는 생체실험을 반대하지만 완강한 독일군의 위협을 피해 그 자리를 탈출합니다.

세월은 흘러 7년 뒤. 미국으로 망명한 바셀리 박사는 독일군이 개발한 모종의 생체실험에 대항할 만한 슈퍼솔져 프로젝트에 합류해 실험의 완성단계에 도달합니다. 때마침 소아마비로 고통을 겪고 있던 스티브 로저스는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자원하게 되고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숨어있던 나치첩자에 의해 실험실은 난장판이 되고 바셀리 박사는 첩자의 총탄에 목숨을 잃습니다. 결국 캡틴 아메리카는 최초이자 최후의 슈퍼솔져가 되고만 것이지요.

ⓒ 21st Century Film Corporation/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한편 7년전의 실험을 통해 나치의 슈퍼솔져가 된 '레드 스컬'이 백악관으로 미사일을 발사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미국측은 주사한방맞고 캡틴 아메리카가 된 스티브를 바로 실전에 투입, 레드 스컬의 음모를 봉쇄하도록 지시합니다. 더군다나 무기라고는 달랑 방패 하나와 보기에도 민망한 쫄쫄히 코스튬에 날개달린 가면을 씌우고 보낸다는 것.  ㅡㅡ;;

ⓒ 21st Century Film Corporation/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암튼 이러한 미국 정부의 굴욕적인 처우 땜에 얻은 정신적인 충격 때문인지 (뭔소리여~) 레드 스컬과 조우한 캡틴 아메리카는 신나게 얻어터지고 미사일에 묶여버립니다. ㅡㅡ;;  캡틴 아메리카를 메단채로 백악관행 미사일을 발사하는 엽기적인 레드 스컬. 미사일과 함께 비행(?)을 하던 캡틴 아메리카는 가까스로 미사일의 궤도변경에 성공하고 때마침 밤에 잠안자고 밖을 배회하던 킴벌이라는 소년이 이 장면을 우연히 카메라에 담게 됩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그대로 미사일과 함께 알래스카로 날아가 떨어지게 되고 여기서 그는 한동안 얼음속에 파묻혀 냉동상태에 들어갑니다.

시간이 다시 흘러 1993년, 북극의 탐험대가 얼어있던 캡틴 아메리카의 얼음 덩어리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그 옛날 캡틴 아메리카의 사진을 찍었던 킴벌은 어느덧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전쟁을 살아남은 레드 스컬은 성형수술을 하고 국제적인 범죄 카르텔을 형성해 세계적인 무기시장을 장악하는 암흑가의 거물이 되어 있었죠. 변화된 세월속에 캡틴 아메리카는 옛 연인의 집을 찾아가고, 신문지상을 통해 발표된 캡틴 아메리카의 발견 소식은 대통령과 레드 스컬에게도 전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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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 대통령의 납치를 계획하는 레드 스컬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캡틴 아메리카의 재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을 맺게 될까요? 답이 너무 뻔한가요?

저예산 영화답게 [캡틴 아메리카]는 싸구려 티가 풀풀 풍깁니다. 워낙 캡틴 아메리카의 코스튬 자체가 아동틱하고 유치하긴 합니다만 배우들의 네임벨류도 현저히 떨어지는데다가 이런 슈퍼히어로물의 필수요소인 특수효과가 너무나 조악한 수준이다보니 당시의 기준으로 봐도 도저히 눈뜨고 못봐줄 정도였다는 거죠. 참고로 말해 팀 버튼의 [배트맨]은 이 영화보다 1년전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아무리 제작비의 차이가 있다곤 하지만 정말이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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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악당녀가 히로인보다 더 이쁘고 청순하게 생긴거냐!


[캡틴 아메리카]의 홍보 당시에 들리던 말에 의하면 주연을 맡은 맷 셀린저가 방패를 던지고 받는 동작을 위해 특훈까지 했다나 뭐래나... 암튼 뭐 고난도 액션 씨퀀스라도 나오는구나 했건만, 실제는 방패를 던지긴 하는데 지혼자 날아다니다가 어느샌가 주인공의 손안에 들어와 있는... 그런 식으로 대충 때우는겁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가진 아이템이라곤 방패 뿐인데 이노무 방패는 총알받이 아니면 원반던지기 용도 외엔 쓸일이 없다는 거. 그러니 무슨 위기상황만 생기면 일단 방패부터 던지고 본다는 거죠. 아놔~

게다가 히어로의 마스크는 일종의 신분 은닉과 관계가 있는것인데, 시도때도 없이 마스크를 벗어제끼는 캡틴 아메리카는 도대체 뭣땜에 우스꽝스럽고 촌티나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일까요?

ⓒ 21st Century Film Corporation/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영화상에서 일본제 워크맨과 독일제 자동차를 비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2차대전을 일으킨 원흉인 두 국가가 이제는 미국의 경제를 위협한다는 중의적 표현이다. 당시 (거품경제의 활황을 맞이한) 일본에게 경제대국의 자리를 넘겨준 미국인들의 경계심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웃기는건 이 작품이 극장개봉을 목표로 제작된 영화임에도 정작 미국 시장에서는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한참 뒤에서야 비디오로 직행했다는 사실입니다. 반면에 미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는 극장개봉을 했습니다. 더 놀라운건 제작에 참여한 '히어로물의 아버지' 스탠 리가 이 작품이 개봉시기를 저울질 할 무렵, '앨버트 퓬이 아주 일을 잘 해줬다. 영화를 보는 대다수의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며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라며 극찬을 했다는 겁니다. 영감님이 노망난 것인지.. ㅡㅡ;;


하지만 완성도를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는 캐릭터 자체가 여러 가지 비호감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그 유치뽕짝의 코스튬 플레이하며 노골적인 미국찬양의 캐릭터도 꼴불견인데 이게 또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인간병기라는 점도 무척 거슬리는 설정이거든요. 막말로 악당인 레드 스컬 또한 생체실험의 희생자인데, 단지 차이가 있다면 레드 스컬은 비자발적으로 강요된 실험을 받는다는 것, 캡틴 아메리카는 자발적인 자원에 의해 실험을 받는다는 것의 차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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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의 주적(主敵)인 레드 스컬.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복잡한 배경을 가진 인물임에도 단순 악당으로 전락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 사실은 따지고 보면 매우 민감한 부분입니다. 왜냐면 레드 스컬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악당이 된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국가에 헌신하기로 한 지독한 골수 애국주의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미국을 위한 자발적인 희생이야말로 숭고한 선(善)의 정신이며 정의의 실천이라는 되도않는 내셔널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부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1940년에나 먹힐법한 논리랄까요.

이런저런 복잡한걸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에서 기억해야 할 주요점은 세가지입니다. 그가 슈퍼솔져 프로젝트에 의해 강화된 인간이라는 점. 캡틴 아메리카의 주적은 나치라는 점, 그리고 사고로 인해 오랜세월 냉동상태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만큼은 원작의 기본적인 골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세부적인 사항이나 플롯 자체는 원작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우선 사이드 킥인 '버키'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죠.

아마 2011년을 목표로 제작중인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역시 위의 세가지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종합하면 2011년 작 [캡틴 아메리카]는 2차 세계대전 당시가 주된 플롯이 될 것이며 모든 활약이 끝난 뒤 냉동되는 것으로 마감하고 훗날 [어벤저스] 실사판을 통해 다시 부활하는 계획으로 진행될 듯 합니다. 그 증거로서 이미 [인크레더블 헐크]의 삭제된 씬 가운데 북극 빙하밑에 동면중인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 Universal Pictures/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삭제된 한장면. DVD에 포함된 이 삭제씬은 북극지역에 냉동상태로 얼어있는 캡틴 아메리카의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기대되는건 새로 나올 [캡틴 아메리카]쪽이 아니라 [어벤저스] 쪽이 될 듯 합니다. 이미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통해 탄탄한 물밑작업을 진행해 온 터라 꿈의 프로젝트인 [어벤저스]에 거는 기대가 정말이지 남다른 건 사실이거든요. 아, 물론 우리의 DC코믹스도 분발해서 [저스티스 리그]를 향한 원대한 목표를 꼭 이루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P.S: 최근 정보에 따르면 2011년에 나오게 될 [캡틴 아메리카]의 감독으로 유력했던 닉 카사베츠 대신 [로켓티어], [쥬라기 공원 3]의 조 존스턴 감독이 내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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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008년 11월 17일자 미디어몹의 메인 화면에 선정되었습니다.






* [캡틴 아메리카]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1st Century Film Corporation/Marvel Enterpris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3 Dev Adam(ⓒ Renkli. All Rights Reserved.), 캡틴 아메리카 TV영화 (ⓒ Universal TV/CBS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퍼니셔(ⓒ New World Pictures/Artisa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인크레더블 헐크(ⓒ Universal Pictures/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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