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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94

베니싱 -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모호함

1587년, 영국의 첫 식민지였던 미국 로어노크섬의 주민 115명-영화에선 117명이라는데 뭐 거기서 거기죠-이 모두 사라진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나무에 새겨진 'croatoan'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 뿐, 전투나 약탈의 흔적도 없이 주민 모두가 증발해 버리듯 없어진 것이죠. 오늘날까지 학계에서는 이 사건의 전말을 풀기위해 여러 가설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 과연 누가, 왜, 어떻게 이 주민들을 사라지게 한 걸까? 워낙 오래전에 발생했던 일이라,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는 여러 정황이 무시되어 일종의 괴담처럼 전승된 감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 로어노크 실종사건은 분명 무섭고도 의문점이 많은 사건입니다. 영화 [베니싱]은 바로 이 흥미로운 사건에 모티브를 두고 있습니다...

영화/ㅂ 2011.04.01

시간을 달리는 소녀 - 현실을 마주하는 가슴아픈 성장통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내에는 호소다 마모루의 동명 애니메이션으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1972년 [타임 트레블러]라는 제목의 TV 드라마로 방영된 이래, 1983년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극장판 영화를 비롯, 이후 다양한 미디어 믹스의 각색을 통해 인기있는 성장극으로 자리잡아갔다. 흥미로운건 원작에서 다루는 소녀의 시간여행이라는 주요 설정을 제외하면 각각의 작품들 사이에 상당한 스토리의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010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이 점에 있어 예외라고 볼 수 없는데, 이번 작품에서의 주인공은 요시야마 아카리로서 원작의 주인공이자, 지난 2006년 애니메이션판에서는 주인공의 이모로 등장했던 요시야마 카..

영화/ㅅ 2011.03.25

고전열전(古典列傳) : 백경 (1956) -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선상의 광기

고전열전(古典列傳) No.20 허먼 멜빌의 원작 '백경 Moby Dick'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대서사극입니다. 얼핏보기에는 고래잡이 선원들과 거대한 흰고래 모디빅의 사투를 다룬 작품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백경]은 출간당시부터 지금까지 미국 문학사에 있어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형식을 취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여기에 포경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과 고래의 생태에 대한 언급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부분은 멜빌 본인 스스로가 2년간 포경선에서 작살잡이로 생활했던 경험에 기초하고 있지요. 정작 소설은 멜빌의 당대에는 그 파격성으로 인해 크게 인정받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백경'은 텍스트에 담긴 상징성에 대한 해석으로도 많은 논란이 된 작품입니다. 어떤이는 포경선 피쿼드호의 운명이 멜빌의 생존..

킹스 스피치 -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의 품위를 느끼다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핵심 부문을 모조리 챙기며 가장 짭짤한 성과를 거둔 작품인 [킹스 스피치]에게 별다른 이의는 없다. 사실 그간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허트 로커], [디파티드] 같은 다분히 상업성과 작품성이 공존하는 작품들을 선택해 왔다. 이는 보수적 성향으로 이름난 아카데미의 전통에 비추어 볼 때 확실히 개혁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83회 아카데미의 유력 작품은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였다고 할 수 있겠다. [킹스 스피치]는 확실히 예전의 보수적 취향으로 회귀한 정통 아카데미용 영화다. 전 유럽에 전운이 드리운 1930년대 말, 영국 왕실의 급작스런..

영화/ㅋ 2011.03.18

월드 인베이젼 - 1억 달러짜리 배달의 기수

고담시의 연방검사가 될 하비 덴트는 오랜 하사관 생활을 마치고자 전역서를 낸 직후에 작전명령이 발효되어 말년에 꼬여 버린 병장꼴이 되고 맙니다. 나비행성에서 항명죄를 저지른 트루디는 지구로 복귀해 외계행성에서 복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기술팀에 배속됩니다. '초대박닷컴'을 운영하다 트랜스포머들의 싸움에 휘말린 리오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사관학교에 입학, 우수한 성적으로 장교가 되어 첫 임무를 받게 되는데 이들이 맡게 되는 작전은 하필이면 외계인들의 침공을 막아내는 일입니다. 자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정말 대단하겠지요? 어떤면으로는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물론 위에서 제가 대충 갖다붙인 그런 스토리는 아니지만 [다크 나이트]나 [아바타], [트랜스포..

영화/ㅇ 2011.03.11

[블루레이] 가디언의 전설 - 값비싼 어린이 전래동화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유혈 낭자한 R등급 그래픽 노블 무비 [300]과 [왓치맨]으로 확실한 비주얼리스트의 자리를 거머쥔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가디언의 전설]을 연출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S.W.A.T]의 감독직을 맡았을 때도 표현상의 수위조절 문제로 제작사와 갈등을 빚어 하차했을 정도로 잭 스나이더의 영화는 모름지기 성인취향의 오락영화를 추구했건만 그런 그가 PG-13도 아닌 PG등급의 아동영화를 만들겠다니 무슨 바람이 불어 이런 결정을 내렸나 그 속셈이 더 궁금하기까지 했다. 캐스린 래스키의 원작소설인 '가훌의 가디언'은 장장 15권으로 이루어진 아동용 소설로서 인간이 아닌 올빼미들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서사극이다. 순수 혈통을 ..

컨트롤러 - SF 스릴러의 탈을 쓴 멜로물

영화 [컨트롤러]는 필립 K. 딕의 원작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9번째 작품입니다. 스티븐 킹이나 마이클 클라이튼처럼 헐리우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이지만 필립 K. 딕의 작품 중 영화로서 성공한 케이스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지금에야 걸작 컬트물의 반열에 올라선 [블레이드 러너]이지만 개봉 당시 대실패작으로 낙인찍혔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테고, [페이첵]이나 [넥스트] 같은 작품들은 흥행도 실패했지만 완성도마저 형편없는 작품들이 되었지요. 그나마 성공한게 [토탈 리콜]과 [마이너리티 리포트] 정도입니다. 따라서 필립 K. 딕 원작의 영화들은 매번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실제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 있어서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필립 K. 딕 원작..

영화/ㅋ 2011.03.07

SF문학의 거장, 필립 K. 딕 원작의 영화들

1982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에 영화의 원작소설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작가 필립 K. 딕은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 48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을 발표했지만 정작 그의 작품들은 그가 죽고 난 이후에서야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 소재로 떠올랐다. 이제 필립 K. 딕의 또다른 원작을 영화화한 [컨트롤러]의 개봉에 맞추어 이번 주말엔 그의 작품세계로 떠나보도록 하자. 블레이드 러너 - 리들리 스콧 두말 할 나위없이 딕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걸작 SF컬트물. 개봉 당시 많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나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탓에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데 실패해 오랫동안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어 왔다. 요즘..

괴작열전(怪作列傳) : 홀리데이 킬러 - 죠스의 아성에 도전한 해양 공포물

괴작열전(怪作列傳) No.110 스티븐 스필버그의 걸작 [죠스]가 뛰어난 이유는 비단 그 영화가 끌어올린 흥행수익의 '블록버스터'적인 측면 뿐만은 아닙니다. [죠스]는 킹콩이나 고지라 같은 비현실적인 괴수들이 등장하는 크리처 장르에서 상어라는 실제 생명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부각시킴으로서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공포감을 선사하는데 성공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 졸속으로 쏟아져나온 아류작들은 하나같이 [죠스]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고 [피라냐], [올카] 같은 해양공포물들이 대거 양산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죠스]의 전세계적인 돌풍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객들은 이 기념비적인 작품에 대한 소식을 미디어를 통해 간간히 접했을 뿐 정작 [죠스]를 접하기 까지는 무려 3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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