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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94

더 브레이브 - 코헨 형제, 정통 서부극의 부활을 알리다

코엔 형제의 신작 [더 브레이브]는 헨리 헤서웨이 감독의 1969년 작 [진정한 용기]를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따라서 [더 브레이브]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진정한 용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이 작품은 찰스 포티스가 1년전에 발표한 인기 소설을 영화로 재구성해 비교적 무난한 각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랜 세월 서부극의 심볼로 군림한 존 웨인은 그의 영원한 영화적 동지였던 (검은 안대의 애꾸눈을 한) 존 포드 감독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루스터 역을 맡으며 마침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되지요. 사실 [진정한 용기]는 정통 웨스턴 무비나 마카로니 웨스턴, 그리고 수정주의 웨스턴과도 동떨어진 매우 묘한 독창성을 지닌 서부극이었습니다. 통상 남초들의 세계로 표현되는 웨스턴 장르임에도 ..

영화/ㄷ 2011.02.25

원샷 토크: [노팅힐], 사랑, 그 망설임에 대해

잠시 관계가 소원해진 남자의 서점에 여자가 찾아온다. 수줍은 듯 말을 꺼낸 여자가 말을 빙빙 돌리지만 결국 자신은 곧 떠날 것이며, 자기를 다시 좋아해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여자로서는 어려운 고백.. 하지만 소심한 남자는 여자의 진심을 확신하지 못한다. 이미 그녀에게 상처받은 바 있는 남자는 끝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또다시 상처받을 것이 두렵기에... 여자는 말한다. "유명하다는 건 본질이 아니에요. 잊지 말아요. 난 단지 소녀일 뿐이라는걸... 소년앞에 서서 사랑을 갈구하는..." 딱히 로코물(로맨틱 코미디)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단번에 빠져든 [노팅힐]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역발상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소심한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헐리우드 톱스타 여배우의 로맨스를 ..

원샷 토크 2011.02.24

그대를 사랑합니다 - 영화를 이끄는 배우들의 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에 이어 강풀 원작의 웹툰을 영화화한 네 번째 작품이다. 일반적인 제본만화가 아니라 웹툰이 이렇게 자주 영화화 된 건 드문 케이스라 볼 수 있는데, 언급한 이전 세 작품이 원작의 인기에 비해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건 제작자들로서는 조금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부면이리라. 원인이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웹툰이 주는 재미와 감동을 영화는 그만큼 표현하지 못했다는 게 되겠지만, 사실 [바보]의 경우는 원작의 캐릭터 싱크로와 내러티브의 구조가 거의 90%이상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었음에도 외면받고 말았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원작에서 너무 많이 변색된 [아파트]나 설정 변경 및 삭제가..

영화/ㄱ 2011.02.19

127시간 - 지금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라

대니 보일 감독의 신작 [127시간]은 포스터에서부터 풍겨오는 센스가 남다릅니다. 절벽 사이로 절묘하게 맞닿은 바위 한덩어리와 그 위로 몸을 받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치 모래시계를 연상케하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국내 포스터는 이 심오한 의미를 뭉게 버리는 발편집을 해놨어요 -_-) 그리고 제목은 '127시간'이지요. 대략 '시간'이 중요한 테마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럼 어떤 시간을 말하는 것일까요? 주인공 아론(제임스 프랑코 분)은 산악인입니다. 무엇인가를 바쁘게 챙기는 가운데, 전화벨이 울리지만 전화를 받지는 않습니다. 이윽고 자동응답기로 넘어가자 여동생인 듯 한 여자가 자신의 결혼식을 잊지 말라며 메시지를 남깁니다. 아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등정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깁니..

영화/#~Z 2011.02.18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 강풀 원작의 영화들

강풀의 웹툰은 늘 새롭다. 순정만화 시리즈와 미스테리 심리썰렁물 시리즈를 비롯, [26년]과 같은 정치성 짙은 스릴러물에서도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했다. 한편의 잘만든 영화를 보듯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기승전결의 연결이 매끄러운 그의 작품은 늘 화제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강풀의 원작 웹툰은 영화소재로서도 인기가 높다. 현 시점에서 동시대 웹툰 작가로서는 가장 많은 영화화를 이루었고, 제작중인 [통증]은 웹툰이 아니라 영화로 먼저 선을 보인다. 이번 주에는 순정만화 시즌 3을 스크린에 옮긴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개봉에 맞춰 강풀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아파트 - 안병기 가장 먼저 영화화 된 강풀 웹툰. 미스테리 심리썰렁물 시즌 1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생텀 - 제임스 카메론의 이름이 부끄럽다

우선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다음의 포스터를 잘 봐두길 바란다. 동그라미 친 부분들을 유의해서 보았는가? '제임스 카메론'의 이름을 걸고 '3D 해저탐험 어드벤처'임을 주장하는 이 영화의 홍보전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마 대부분의 관객은 [피라냐 2]나 [어비스], [심연의 유령들] 같은 해양물을 유독 많이 연출했던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이 나왔나 보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포스터에도 잠수복 차림의 주인공이 떡하니 나와 있으니 관객들이 어떤 기대심리를 갖게 되리라는 건 안봐도 블루레이다. 그런데, 이쯤되면 영화의 홍보전략이고 뭐고를 떠나서 사기급이다. [생텀]은 전혀~ 해저탐험과 관련이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규정하자면 '동굴 조난극'이다. 장르적 베이스는 [케이..

영화/ㅅ 2011.02.11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 한국적 버디물의 발견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을 탐정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많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이인화 교수의 '영원한 제국'이 있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속에서 정약용은 이인몽과 함께 '금등지사'를 둘러싼 조정내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역할을 맡았지요. [정조암살미스터리-8일]이나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같은 TV시리즈에서도 정약용은 실용주의 학자이기보다는 범죄수사관에 더 알맞은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구습에 얽메인 조선시대에 이만큼 실용적이고 개혁적 성향을 드러낸 인물이 전무했다는 방증이겠지요. 최근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역시 정약용을 전면에 내세운 조선시대 미스테리 활극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포스터의 그 촌스런 폰트하며 어정쩡한 김명민의 분장이 영화를 보..

영화/ㅈ 2011.02.07

속편열전(續篇列傳) : 인돌전쟁 이워크 - 조지 루카스는 좋은 이야기꾼인가?

속편열전(續篇列傳) No.17 ※ 전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시려면 이곳에서 리뷰를 읽고 오세요.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가지 흥미로운 풍경이 연출되었는데요, 바로 마틴 스콜세지에게 감독상을 수여하기 위해 스필버그와 코폴라, 그리고 루카스가 단상에 올라왔었지요. 여기서 이들의 대화를 들어봅시다. 코폴라: 우리 세 사람이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경험인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스필버그: 네, 그건 정말 제가 받은 최고의 영예였습니다. 루카스: 헤이, 이봐들. 난 한번도 아카데미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 스필버그: .....그럼, 님하는 왜 여기 있는거임? -_-++ 지금 생각해도 정말 배꼽빠지게 웃었던 순간이었습니다만 사실 그는 프랜시스 F. 코폴라..

걸리버 여행기 - 잭 블랙이 이미지를 소비하는 법

조나단 스위프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걸리버 여행기]는 지금까지 20여편이 넘는 TV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닳고 닳은 이야기입니다. 소인국 릴리풋에 도착한 걸리버가 뜻하지 않게 거인행세를 하며 왕국의 일에 관여하게 되는 모험담을 그린 이 소설은 아동용으로 각색된 버전이 더 많이 알려진 탓에 원작이 지녔던 인간 혐오적인 날카로운 풍자성은 대중에게 크게 부각되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제작된 [걸리버 여행기]가 개봉된다고 했을 때 기존 작품들의 틀을 깨고 조금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 않았습니다. 고전의 현대적 컨버전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원작의 무게감을 생각해본다면 지금쯤은 이례적인 수작이 나와준다해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 ..

영화/ㄱ 2011.01.31

그린 호넷 - 밉상도 영웅이 되는 시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헐리우드는 수많은 슈퍼히어로물을 쏟아냈습니다. 그 중에서는 [스파이더맨 2]나 [다크 나이트] 같이 독보적인 완성도를 보인 작품도 있었고, [아이언맨]이나 [헬보이]처럼 그래도 평작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 작품도 있었으며, 반면 [고스트 라이더]나 [데어 데블]같이 무척이나 실망스런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21세기 히어로물의 성향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코믹스 원작의 성격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가져오려는 시도와 또 하나는 히어로의 아이덴티티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요. 그 중에서도 성공적인 히어로물의 성향은 대개 후자쪽으로 기웁니다. 21세기의 히어로는 어딘지 어둡고 고뇌하는 인물들로 그려지게 되었습니다....만 이것도 이제는 조금 진부한 흐름이 되..

영화/ㄱ 20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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