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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토크 21

원샷 토크: [밀양], 거짓말이야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위선에 염증을 느낀 전도연이 목사가 설교하는 장소에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크게 틀어놓는다. 영화 [밀양]에서 최고의 명장면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퀀스는 세상의 온갖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모든 거짓말쟁이들에게 통쾌한 일침을 놓는다. 4월 1일. 매년 돌아오는 만우절이다.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그저 이 날 하루만큼은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날로 여겨지고 있다. 뭐 좋다. 그간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단 하루의 거짓말로 스트레스를 푼다는데야.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거짓말을 접하며 살고 있다.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못이기는척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면 모 가수의 학력문제는 주객이 전도되어 오히려 ..

원샷 토크 2011.04.02

원샷 토크: [K-19: 위도우 메이커], 진정한 용기

잔뜩 긴장한 두 청년에게 함장이 다가온다. "이번 임무는 막중하다. 우리 운명이 자네들 손에 달려있어" "원자로 수리를 허가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허가하겠다" 방호복의 기능과는 무관한 화학약품 보호복을 걸치고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이미 자신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을 알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비장한 각오로 명령에 따른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는 숭고한 희생정신과 남자다운 결의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이기에 나는 이 영화를 볼때마다 숙연한 마음을 가진다.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사고로 연일 메스컴에 떠오르는 작금의 현실속에서 원자로 냉각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근로자들의 진정한 용기는 비겁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원샷 토크 2011.03.21

원샷 토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피묻은 돈의 의미

코헨 형제의 걸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이코패스인 안톤 시거는 한눈을 팔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그에게 동네의 소년들이 괜찮냐며 다가온다. "셔츠를 좀 다오. 돈을 줄테니" 셔츠를 벗어주는 아이는 돈은 필요없다며 이것이 어디까지나 호의에 의한 행동임을 밝히지만 시거는 돈을 건네며 말한다. "이걸 받거라. 그리고 나를 못본걸로 해라. 난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거다" 그렇게 살인자는 유유히 사라진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다. 한사코 돈은 필요없다던 아이는 옆의 친구가 반은 자기꺼라며 자신의 몫을 요구하자 셔츠를 벗은건 나라며 돈을 나누길 거부한다. 돈이 사람을 탐욕스럽게 만드는 순간이다. 아마 관객은 알거다. 아이가 받은 돈이 실은 셔츠에 대한 대가가 아닌..

원샷 토크 2011.03.15

원샷 토크: [노팅힐], 사랑, 그 망설임에 대해

잠시 관계가 소원해진 남자의 서점에 여자가 찾아온다. 수줍은 듯 말을 꺼낸 여자가 말을 빙빙 돌리지만 결국 자신은 곧 떠날 것이며, 자기를 다시 좋아해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여자로서는 어려운 고백.. 하지만 소심한 남자는 여자의 진심을 확신하지 못한다. 이미 그녀에게 상처받은 바 있는 남자는 끝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또다시 상처받을 것이 두렵기에... 여자는 말한다. "유명하다는 건 본질이 아니에요. 잊지 말아요. 난 단지 소녀일 뿐이라는걸... 소년앞에 서서 사랑을 갈구하는..." 딱히 로코물(로맨틱 코미디)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단번에 빠져든 [노팅힐]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역발상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소심한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헐리우드 톱스타 여배우의 로맨스를 ..

원샷 토크 2011.02.24

원샷 토크: [카모메 식당], 당신의 인사는 얼마나 훌륭합니까?

[카모메 식당]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 여인은 서로의 인사에 대해 품평한다. 마사코의 인사는 너무 정중한 반면 미도리의 인사는 너무 투박하다는 식의 우스개 소리가 오가다가 카모메 식당의 주인 사치에의 인사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 '당신의 인사는 정말 훌륭해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인사하는 법을 모르고 사는 듯 하다. 길가다 실수로 부딪쳐도 예전에는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기본이었건만 요즘은 제 갈길만 가기 바쁜 것이 애나 어른이나 못배워먹은건 마찬가지다. 누군가 길을 물어볼때도 바쁜 시간내줘서 성심성의껏 알려줬건만 고맙다는 말없이 휑하니 가 버리니 이젠 누가 길을 물어봐도 그냥 모른다고 하는게 차라리 기분 안상하고 속편하다. 10년째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직원들이 들어오고 나갔..

원샷 토크 2011.01.07

원샷 토크: [인셉션], 함께 늙어간다는 것

두말할 것없이 2010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인셉션]. 너무나도 많은 담론이 존재하는 작품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울림을 던졌던 건 이 한 컷의 짧은 순간이다. 꿈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실을 등진 멜의 마지막 대사. "내게 청혼했을 때 기억나요? 나랑 같이 늙어가는게 소원이라고 했잖아요." 이어 코브는 말한다. "우린 이미 그랬어. 같이 늙었잖아, 기억나? 그리고는 두 노인이 손을 꼭 붙잡은 아주 짧은 장면이 스쳐간다. 사실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멜과 코브의 꿈 속 장면을 모두 젊은 모습으로만 비춰서 이들이 꿈 속에서 함께 늙어갔을 것이라는 관객의 상상력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켰기에 그 감흥이 더욱 크게 와닿았던 장면이다. 함께 늙어가는 것. 비록 젊었을 때의 아름다움은 모두 사라졌지만 여전히 사..

원샷 토크 2010.12.15

원샷 토크: [히트], 남자의 고독

일을 끝내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해변가의 자택으로 돌아온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 분). 화면에는 숨막힐 듯 푸른 색조가 감돌고 창밖을 응시하는 로버트 드 니로의 등을 무심히 비춘다. 이 짧은 쇼트안에 남자의 고독이라는 감정선을 이처럼 잘 녹여낸 작품이 또 있을까? 내가 아는 한 남자들의 세계를 마이클 만처럼 잘 이해하는 감독은 없다. 그는 선배 감독인 장 피에르 멜빌의 남성적 서사구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도시라는 공간을 고독한 사나이들의 성역으로 바꾸어 놓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히트]가 그 무지막지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시큰둥한 반응이었던건 아마도 전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큰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워낙에 강렬한 도심 총격전이 영화의 백미를 차..

원샷 토크 2010.12.09

원샷 토크: [용의자 X의 헌신], 사랑과 삶의 가치

원작소설의 영화화, 드라마의 극장판이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키는지 분명하게 보여준 수작 추리물 [용의자 X의 헌신]. 한때 수학분야의 천재로 장래가 유망하던 남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수학교사라는 평범한 삶을 산다. 무료한 삶의 연속. 말 수도 적고, 붙임성도 없는 그는 지켜야할 가정도 없고, 뜻을 나눌 친구나 연인도 없다. 평상시와 다를 것이 없던 어느 여름날. 남자는 조용히 목을 멜 준비를 한다. 어차피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죽음. 미련은 남아있지 않은듯 하다. 메어놓은 줄을 목에 걸고 이제 막 몸을 던지려는 찰나, '딩동!' 벨이 울린다. 도대체 누굴까?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 아스트랄한 상황. 문을 열어보니 처음보는 한 모녀가 해맑게 웃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처음 뵙겠습니다. 옆 집에 새..

원샷 토크 2010.12.01

원샷 토크: [스윙걸즈], 북받치는 울음

배움의 미학을 알려주는 [스윙걸즈]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배테랑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 특유의 코믹 연기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우에노 주리를 비롯한 여배우들의 탄산수 같은 상큼함이 영화를 빛낸다. 나름 명장면이다 싶은 씬이 많은 영화이지만 역시나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단체로 식중독에 걸린 합주부를 대신해 땜빵으로 스윙재즈를 배우기 시작한 낙제생들. 처음엔 귀찮고 고된 일이었지만 배움의 순간은 지나고 보면 달콤한 법. 모처럼 희열을 느끼며 연주에 매진하려던 찰나, 입원했던 합주부원들이 복귀해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솔직히 이딴 거 별로였다구!'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냥 후련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 소녀들. 당당한 걸음 거리로 학교 정문을 나서지만 이내 소녀들은 그만 울음을..

원샷 토크 2010.11.23

원샷 토크: [매버릭], 재회

무려 6편의 작품을 함께 한 리처드 도너 감독과 멜 깁슨의 영화치곤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 아니지만 [매버릭]을 볼 때마다 유쾌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멜 깁슨이 포커대회 출전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인인 은행장을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는 도중 은행에 복면강도가 난입한다. 돈없다고 버티는 능구렁이 은행장에게서 두툼한 지폐 다발을 빼앗은 강도가 넋을 잃은 찰나, 멜 깁슨은 슬그머니 강도의 복면을 내린다. 순간 눈이 마주친 두 사람. 갑자기 BGM으로 마이클 카멘이 작곡한 'Meet Martin Riggs'가 흐른다. 아뿔사, 강도 역을 맡은 배우는 다름 아닌 대니 글로버. [리쎌 웨폰]에서 마틴 릭스와 로저 머터프로 전설적인 버디를 이룬 바로 두 사람이 재회하는 순간이 아닌가! '응? 이 녀석 어디선..

보관함 201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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