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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만화 100

김시광의 공포영화관 - 어느 블로거의 공포영화 예찬

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김시광 지음/장서가 영화 블로거로서 아주 '조금' 알려지다보니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아니, 하다못해 선자리나 소개팅 자리에 불려가 가뜩이나 말주변없는 내가 그나마 서로의 취향을 물어보던 중 영화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세요?' 물론 질문자는 별 생각없이 질문했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너라면 이 정도는 쉽게 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에서 물어본 것이겠지만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구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인지, 아님 장르를 묻는것인지조차 모호한데다가 그렇다고 '뭐든지 다 좋아한다'는 것처럼 무성의한 대답도 곤란하지 않은가. 그럴때면 무심코 튀어 나오는 대답이 '나는 공포영..

도가니 -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는 없다

도가니 - 공지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 [도가니] 작가의 말 중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중에서는 성범죄에 유독 관용적인 한국의 모습을 대변하는 기가막힌 명대사가 송강호의 입을 통해 나온다. '..

비밀의 요리책 - 욕망이 빚어낸 허상의 진실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레드박스 종교라는 이름의 허울아래 온갖 악행이 신의(神意)로 포장되어 자행되던 중세 유럽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문학장르와 영화속에 좋은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비밀결사나 수수께끼의 고문서 등 다분히 역사의 그림자속에 숨어있던 미스테리로서 다뤄지고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같은 작품들이 이에 속한다. 이제 소개할 엘르 뉴마크의 [비밀의 요리책] 역시 15세기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팩션으로서 금서와 종교적 금기,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얽히고 섥힌 중세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비밀의 요리책]은 거리의 소매치기에서 견습 요리사로 발탁된 루치아..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소문,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내인생의책 '자살'. 2000년대 한국 사회를 흔드는 최대의 화두다. 한때 인기정상을 달리던 톱탤런트에서부터 일국의 전직 대통령까지 극단의 선택으로 연달아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자살. 왜 자살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는 것일까? 주변 사람들이 만약 그들의 결심을 미리 알았더라면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소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사소한 허풍으로 시작된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기야 한 평범한 여학생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는 게 되는 메커니즘을 그럴싸하게 묘사한 책이다. 돌을 던지는 아이들은 장난일지언정, 정작 그 돌에 맞는 개구리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 했던가.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보다 특별..

엄마의 은행통장 - 가족이란 존재는 그 자체로 축복이다

엄마의 은행 통장 -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반디출판사 오, 세상에! 코끝이 시큰거린다. 이토록 마음을 따뜻해게 해준 책이 도대체 얼마만이었던가. [엄마의 은행통장]은 근래 내가 읽었던 책 중 가장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 따뜻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1900년대 초 미국.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엄마가 있다. 어찌보면 극성맞은 엄마다. 가족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입원하면 극구 만류하는 의료진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용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보고 싶은 남편의 마음은 알지만 안전할지 어떨지를 확신하지 못해 반대의 뜻을 보이다가 결국 자신이 먼저 비행기를 타보고 안전한지의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야 남편에게 꼭 비행기를 타보라고 강권하는 아내다. 그렇지만 엄마..

은하철도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 - 꿈은 현실로 이루어진다

은하철도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 -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지음/스튜디오본프리 어릴적 남자아이들은 툭하면 별일 아닌 것을 가지고 시비가 붙곤 했다. 마징가제트가 이기내 태권브이가 이기네 하는 엉뚱한 논쟁을 시작으로 때론 미국의 모 박물관에 태권브이가 실제로 보관되고 있다느니 하는 난데없는 허풍들과 국회의사당 지붕이 갈라지면 그 안에서 태권브이가 나온다는 이야기까지... 어렸을 때는 만화속 상상이 꿈이자 곧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추억들은 어디까지나 기억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조각일 뿐. 어른이 되면 모두 우스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발상을 뒤집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은 어린 시절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는 면에서 더 섬뜩한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것일 테지만. 하지만 기술과 과..

아빠 어디 가? - 장애아의 아버지는 슬프지만 즐겁다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열림원 나의 두 아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니까요. 나는 아이들이 읽을 수 없는 책을 선물한 셈이지요. - 장 루이 푸르니에 한 2,3살 남짓한 어린아이가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묻혀가면서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재밌다는 표정, 귀엽다는 표정,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웃음지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황을 조금만 바꿔보자. 만약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 아이가 발달장애를 겪는 장애아라면 어떨까? 그래도 웃음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사람들은 연민, 동정, 그리고 슬픔어린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상황을 유머로 받아들이며 호탕하게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소설과 영화의 몇가지 차이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문학동네 데이빗 핀처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나이를 역행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연대기적인 구성으로 그려낸 일종의 판타지였다.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걸출한 두 스타의 출연만큼이나 큰 기대를 모았던 건 역시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을 얼마나 잘 각색했는가였다. 결과적으로는 배우들의 실제 나이를 초월한 극강의 분장술과 CG기술이 가장 화제가 되었지만.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이라도 2시간 50분의 부담스런 러닝타임과 대조적으로 원작은 짧다면 아주 짧은 단편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그렇다. 두툼한 책의 두께를 보고 영화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대서사극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위해 미리 초..

눈의 여왕 - 동심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할 지침서

눈의 여왕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인디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동화(童話)를 읽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나는가. '옛날 옛날 먼옛날~' 로 시작되는 꿈과 낭만의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에게 아스라한 추억을 남긴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러던 어느새인가 동화외에도 세상에는 다양한 책들이 존재함을 자각하고 취향과 환경에 따라 어느덧 동화속 이야기들은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영화와 게임, 그 밖의 최첨단 영상매체들의 범람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책읽는 시간을 빼앗겨 버렸다. 얼마전 출간된 안데르센 동화집 '눈의 여왕'은 동화를 잊고 살아가는 요즘 세상에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할 지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레이터 규하..

이끼 - 한국형 스릴러 만화의 방향성을 제시한 걸작

(윤태호 작가는) 나한테 없는 내공이 있는 선배입니다. - 만화가 강풀 괴멸 직전의 한국만화계에 만약 웹툰이라는 탈출구가 열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아마도 수많은 인재들이 더 나은 꿈을 쫓아 다른 나라로 터전을 옮기거나 아니면 밥벌이를 위해 재능을 버리고 다른일을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만일 웹툰이 없었더라면 강풀의 완벽한 플롯의 묘미나 메가쑈킹 고필헌의 염통이 쫄깃해지는 유머를 감상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일본 만화의 범람 속에 숨겨진 작가들의 끼를 발굴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웹툰의 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 또한 웹툰으로 인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경우다. [야후]라는 작품을 통해 뒤늦게 진가를 드러낸 그는 출판 만화에서 웹툰으로 자리를 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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